기사검색

구독하기 2024.03.29. (금)

세정가현장

[현장]코로나19 속 일선세무서…방역에 신고지원까지 '이중고'

●도봉세무서, 종소세 신고·장려금 신청 창구 탐방 
신고창구에 모니터·키보드 두 대씩 설치  

납세자·창구직원, 각각의 모니터 통해 홈택스 화면 함께 보며 전자신고
어르신도 홈택스 편하게 해보는 '전자세정 이끔이' 역할

 

방문자 명부에 인적사항 기재→천막 대기→차례되면 1층 신고창구 진입→30명 이내로 진입 제한

바닥에 스티커 붙여 입구부터 종소세 신고자, 장려금 신청자 분리 

"구청에서도 소득세 신고할 수 있어요" 적극 홍보도

고현호 서장 "지하철 무인발급기에서 국세·지방세 증명 발급…활용해 달라"

 

매일 업무시작 전 신고창구 소독, 오후 6시 이후 민원실·신고창구 소독, 일주일에 두 번 세무서 전체 정기 소독

 

“(전자신고를)조금씩이라도 해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거죠. 한 번 시도해 보면 그 다음엔 쉽지 않을까요.”

 

종합소득세 신고납부의 달 5월. ‘코로나19’까지 겹쳐 국세청은 그 어느 때보다 ‘비대면 신고’를 적극 권장하고 있지만, 세무서를 찾는 납세자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도봉세무서(서장·고현호)는 서울에서도 납세자 방문 인원이 많기로 유명하다. 지난 13일 김명준 서울지방국세청장이 유독 도봉서를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한 것도 이 때문.

 

신고 민원인이 가장 몰리는 월요일 점심시간 이후, 지난 18일 도봉서를 직접 찾아가 봤다.

 

만차 상태인 주차장을 지나 청사 건물 입구로 다가서자 야외 천막 아래 줄지어 앉아 있는 납세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나마 올해부터는 근로·자녀장려금 반기신청 제도가 도입됨 데 따라 장려금 신청 대기 천막 쪽은 비교적 한산했다.

 

 

 

종합소득세 신고 대기 천막에는 평균 방문자 수와 함께 인근 구청에서도 세무서 신고가 가능하다는 안내문이 거치돼 있었다.

 

올해부터 개인지방소득세가 신고제도로 바뀌면서 지자체에서도 세무서 직원들과 구청 직원들이 함께 신고를 지원하고 있지만, 방문율은 세무서 쪽이 월등히 높다.

 

종합소득세 신고를 하러 온 한 납세자는 “몰랐죠. 알았으면 강북구청으로 갔을 텐데”라고 말했다.

 

구청에서도 신고가 가능하다는 걸 알았지만 도봉세무서가 집에서 가까워 방문했다는 납세자도 있었다.

 

고현호 도봉세무서장은 “당연히 안내문을 보냈지만, 아직 세무서를 방문하는 게 습관이 된 납세자가 많은 것 같다”며 “‘세무서에 와서 신고해야 안심이 된다’는 말씀들을 하신다”고 말했다.

 

 

이달 1일부터 10일까지 종소세 신고를 위해 도봉서를 방문한 인원은 6천300여명, 근로·자녀장려금 신청 방문 인원은 5천600여명에 달한다.

 

1일 평균 약 630명, 560명의 인원이 각각 종소세 신고와 장려금 신청을 위해 세무서를 찾고 있는 것.

 

국세청과 일선 세무서에서는 전자신고를 통해 방문인원을 최소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지난 2002년부터 홈택스를 통한 전자신고를 운영하기 시작해 어느덧 시스템은 든든하게 갖췄고, 이용률도 꾸준히 늘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연로한 납세자 등 인터넷이 익숙치 않은 이들에게는 여전히 홈택스·손택스에 대한 진입 장벽이 높다.

 

 

도봉서가 관할하는 강북구와 도봉구(창동 제외) 지역은 마을 형성이 오래됐다는 특성상 고령 납세자가 많은데, 세무대리인 없이 직접 신고를 하는 개인 납세자의 비율 또한 높다.

 

고현호 서장은 “이 분들이 모두 세무서로 찾아오시면 창구가 복잡하기도 하고, 방역 문제도 있어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국세청과 일선세무서가 방법을 강구한 끝에 이번 장려금 신청기간 전에는 60세 이상의 대상자에게 사전 전화안내를 통해 유선으로 신청을 처리할 수 있도록 진행해 민원 부담을 한결 덜어낼 수 있었다.

 

종합소득세와 개인지방소득세를 한 번에 신고하는 합동신고센터 이용은 아직 홍보가 더 필요하지만, 도봉서의 경우 서울에서 가장 방문 분산율이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날 오후 2시까지 강북구청에 113명의 납세자가 방문해 같은 시간대 남대문구청의 방문율(4명)과 대조적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1층에는 마스크를 낀 탓에 땀을 두 배로 흘리는 세무서 직원들이 “구청으로 가셔도 된다”며 쉴새 없이 안내하는 광경이 펼쳐졌다.

 

 

신고창구가 있는 1층 강당 안에는 ‘생활 거리두기’를 위해 30명 이내의 납세자만 진입하도록 제한을 뒀다. 6명이 비어야만 비로소 다음 대기자들이 입장할 수 있다.

 

납세자들은 먼저 방문자 명부에 인적사항과 방문목적을 기재하고, 천막에서 기다렸다가 차례가 되자 세무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바닥에는 발자국 스티커가 부착돼 있었다. 종소세 신고와 장려금 신청 인원이 섞이지 않도록 입구에서부터 동선을 분리해 관리한 것.

 

비교적 절차가 간단한 장려금 신청은 개별인증번호를 조회한 후, 창구 직원이 신고금액을 정산·확정해주면 납세자가 직접 신청하는 순서로 매끄럽게 진행됐다.

 

 

 

종소세 신고를 하려는 납세자는 대기표를 받은 뒤 조회 창구에 신분증을 보여주면 수입금액 자료, 원천징수영수증 등 신고에 필요한 자료를 출력받을 수 있었다.

 

단, 기준경비율 대상자, 금융소득자, 장부신고자, 주택임대소득자 중 3주택 이상 소유자 등 세무서에서 신고를 할 수 없는 대상자는 자료 출력만 하고 돌아가는 경우도 있었다.

 

 

신고창구로 가보니 한 컴퓨터에 두 대씩 설치된 모니터와 키보드가 납세자를 맞이했다.

 

전국 신고창구에 설치된 듀얼 모니터·키보드는 올해부터 도입한 특단의 조치다.

 

납세자와 창구 직원이 양쪽에 설치된 모니터를 통해 홈택스 화면을 함께 보면서 납세자가 직접 전자신고를 해 볼 수 있도록 유도한 아이디어다.

 

모니터 사이로 설치된 투명 가림막과 함께 방역에도 효과적이다.

 

도봉서 관계자는 “목적은 ‘납세자가 스스로 신고하게 하자’는 겁니다. 진정한 신고납부의 취지에 부합할 수 있게요. 화면을 자주 접하다 보면 덜 어렵게 느껴지지 않을까요”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신고과정이 이뤄지는 화면을 보며 납세자는 추가로 궁금한 것을 묻기도 하고, 저절로 움직이는 마우스 포인터를 신기하다는 듯 지켜보는 이도 있었다.

 

퇴직 후 소득세 신고를 하러 온 납세자는 “익숙해지면 홈택스를 이용하는 것도 고려해 봐야겠다”고 말했다.

 

 

“신고 다 되셨어요. 환급금은 6월말 받으실 수 있을 거예요.”

 

창구 직원이 친절한 안내와 함께 신고서 접수증을 출력해 건네자, 이를 받아든 납세자는 “고맙습니다”라며 만족스럽다는 표정으로 일어섰다.

 

창구당 신고에 걸리는 시간은 평균 5~10분. 30번까지 예비창구를 준비했지만, 방문 추이를 고려해 1~20번까지만 운영하고 있었다.

 

창구마다 세무회계학과(대학교) 실습생, 인근 거주하는 임용 대기자 등이 신고를 지원했다. 강북구와 도봉구에서 파견된 구청 직원 4명도 종소세 신고업무를 직접 경험하며 업무 이해도를 쌓고 있었다.

 

신고기간 초반에는 서울지방국세청 직원 5명이 파견돼 신고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기초를 닦는 데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일선 세무서의 방역체계는 물 샐 틈 없기로 유명하다. 앞서 지난 7일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갔다고 알려진 부천세무서는 방역이 철저해 추가 조치가 필요없다는 보건당국의 판정을 받은 것이 잘 알려진 사례.

 

도봉서에서도 매일 업무 시작 전 키보드는 물론 강당 전체를 소독하고, 오후 6시 이후에는 납세자가 다녀간 민원실 등을 모두 소독하고 있었다. 세무서 전체 소독은 일주일에 두 번 정기적으로 이뤄진다.

 

고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할수록 방문율은 높아지는 딜레마, 이를 해결하는 문제만 남았다.

 

고현호 서장은 “신고 뿐 아니라 민원증명도 요즘은 무인발급기가 지하철 역마다 보급됐는데, 국세·지방세 증명 모두 발급되니 많이 활용하시면 좋겠다”며 “전자신고도 일단 한 번 시도해 보면 그 다음엔 쉽지 않겠습니까”라고 기대했다.

 

원래도 고된 신고철, 코로나19까지 겹쳐 이중고를 겪는 와중에도 국세공무원들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짜내고 있었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