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61)씨의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 10차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주 전 대표는 지난 1월 박 전 대통령의 신년 기자간담회 발언을 두고 이 같이 밝혔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헤지펀드 공격으로 우리 나라 대표 기업이 공격을 받아 합병이 무산된다면 국가·경제적으로 큰 손해"라며 "저도 국민연금이 바로 대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고 국민연금도 그렇게 챙기고 있었다. 그것은 어떤 결정이든 간에 국가의 올바른 정책 판단"이라고 말했다.
주 전 대표는 특검 조사 당시 "한 마디로 정말 정신나간 주장"이라며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국제 자본의 국내 시장 불신만 초래하고 향후 국제 소송 빌미도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진술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어떻게 생각하더라도 개입을 했다는 듯한 표현을 봐서 굉장히 문제가 많은 발언이라고 생각했다"며 "박 전 대통령 생각이 영향을 줬다는 뜻으로 이해될 소지가 있다"고 꼬집었다.
【서울=뉴시스】권현구 기자 = 최순실 씨가 2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대기실로 향하고 있다. 2017.05.29. photo@newsis.com |
그는 당시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던 국민연금공단이 합병 반대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봤고 합병 안건이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에 부의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안건은 내부 투자위원회에서 찬성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주 전 사장은 "전문위 위원에게 물어보니 청와대 뜻이라고 들었다고 해 굉장히 놀랐다"고 밝혔다.
이어 "박근혜 정부나 청와대 인사들이 반대급부로 얻을 수 있는게 뭐가 있을지 생각이 잘 안나 이상한 일이라고 여겼다"며 "언론을 보고서 삼성이 최씨와 정유라씨에게 한 거액의 승마지원, 각종 재단이나 단체에 대한 지원이 아닐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삼성 측이 합병 반대 의견을 못 내도록 직·간접적으로 압박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2015년 6월 한화투자증권이 삼성 합병 관련 첫 번째 보고서를 발표하기 며칠 전, 금춘수(64) 한화그룹 부회장으로부터 합병에 부정적인 내용의 보고서를 쓰지 말도록 압력을 받았다고 밝혔다.
주 전 대표가 "부적절하다"며 거절한 뒤 보고서를 배포하자, 금 부회장은 그를 재차 불러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에게서 불평 전화를 들었다. 더이상 쓰지 않겠다고 약속하라"고 지시했다.
삼성 측에서도 주식의결권을 넘겨달라고 하는 등 직접적 압력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후 주 전 대표가 2차 보고서를 배포하자 한화그룹 간부들에게 사임을 요구 받았고 이를 거부했지만 연임 불가를 통보해 결국 사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 변호인은 주 전 대표의 진술은 개인 생각이자 추측성이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서울=뉴시스】권현구 기자 =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 대한 3회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2017.05.29. photo@newsis.com |
박 전 대통령 변호인은 "청와대 뜻이라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누가 관여됐다고 들은 적 없지 않는가"라며 "승마 지원이 대통령을 위한 것이라고 단정적으로 진술했는데 객관적 근거가 있냐"고 말했다.
이어 "당시 한화증권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증권사들은 합병에 긍정적 보고서를 작성했고 시장에서도 찬성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며 "보고서에 주 전 대표가 깊이 개입한 것 아닌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자 주 전 대표는 "삼성물산 합병에 아무런 의견을 내지 않는 게 부적절하다고 했을 뿐 개입하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최씨 변호인도 "반대급부를 생각했다는데 주 전 대표 생각일 뿐"이라며 "특검에 나갈 때 방향성을 두고 맞춰서 진술하기로 결심한 것 아니냐"고 몰아붙였다.
이어 "주 전 대표는 최씨가 삼성물산 합병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직접 아는 것이 없다"며 "특검 진술을 보면 의견이나 생각이 많고 언론 보도로 알고 있다는 취지"라고 평가절하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