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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연금’과 증여의 무상성

<대법원 2014. 10. 15. 선고 2014두9752 판결>

Ⅰ. 판결의 개요

 

 

 

1. 사실관계의 요지와 과세처분의 경위

 

원고는 부친 A와 모친 B의 출가녀로서, 두명의 남동생이 있다. A는 1993년 4월 이 사건 아파트를 매수하여 소유하고 있다가 2002년 9월 이를 B에게 증여하였다. 원고는 2009년 11월 A와 B의 유일한 재산인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하여 매매예약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청구권가등기를 경료하였다. 이후 B의 채권자의 신청에 따라 2010년 3월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하여 강제경매절차가 개시되자 원고는 2010년 6월 위 가등기에 기하여 본등기인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였고 그에 따라 위 강제경매개시결정은 직권으로 취소되었다.

 

원고는 A의 은행계좌에 매월 2007년부터 2013년까지 매월 120만원씩 합계 6,910만원을 입금하였고, 위 금원은 대부분 A와 B의 생활비와 채무변제를 위해 사용되었다.

 

한편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하여 B의 채권자들이 사해행위 취소로 인한 소유권이전등기말소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하여 가처분등기를 경료하였는데, 원고는 2011년 5월 B의 채권자들에 대한 채무를 모두 변제하고 위 가처분등기를 말소하였다. 또한 원고는 2011년 6월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하여 설정된 B의 6,200만원의 근저당권 피담보채무를 모두 변제하고 위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말소하였다.

 

원고는 10여년을 넘게 보험설계사로 일하였고, 소득이 많을 때는 연 6억원 이상의 수입을 얻기도 하였으나, 2006년 내지 2010년 사이 은행들로부터 합계 20억원 이상을 차용하기도 하였다.

 

피고는 B가 이 사건 아파트를 원고에게 증여한 것으로 보아, 2012년2월6일 원고에게 증여세 21,665,880원의 부과처분을 하였다. 이에 원고는 B에게 2002년부터 10여년간 매달 120만원 생활비를 보내고 아파트 피담보채무 6,200만원도 대신 변제하는 등 대가를 지급하고 이 사건 아파트를 매수한 것이라고 하면서 피고를 상대로 조세심판청구를 제기하였다.

 

조세심판원은 원고의 청구에 대하여 생활비 지급 부분은 일상적인 부양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이유 없고 아파트 담보채무 6,200만원을 변제한 부분은 부담부 증여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 위 6,200만원을 차감한 가액을 증여세 과세가액으로 하여 과세표준과 세액을 경정하고 나머지 청구는 기각한다는 결정을 하였다.

 

이에 따라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증여세 12,437,820원의 감액경정(이하 이와 같이 감액되고 남은 2012. 2. 6.자 증여세 9,228,060원의 부과처분을 ‘이 사건 부과처분’이라고 한다)을 하였고 원고는 이 사건 부과처분에 대하여 그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다.  

 

2. 판결 요지

 

하급심 법원은 ① A와 B는 별다른 수입이 없는 데다가 이 사건 아파트 이외 다른 재산이 없는 상태여서 다액의 채무를 변제할 자력이 없었고, 이로 인해 원고가 여러 차례 A와 B의 채무를 대신 변제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② 원고는 2007년 10월 경부터 모친에게 매월 120만원씩을 지급하였는데 원고가 출가녀로서 상당한 정도의 수입도 있었던 반면 다액의 채무도 부담하고 있었던 사정 등 원고의 가족관계, 수입, 재산상태를 감안하면 이러한 금원의 지급을 단지 부모에 대한 부양의무의 이행에 불과하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③ 이 사건 아파트는 A와 B의 유일한 재산으로 보이는데, B가 이 사건 아파트를 출가녀인 원고에게 무상으로 이전할 특별한 이유를 찾기 어려운 점 ④ 원고와 B 사이의 위 거래는 소유 주택을 담보로 맡기고 평생 동안 연금방식으로 매월 노후생활자금을 지급받는 주택연금과 비슷하다고 볼 여지가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이 사건 아파트를 B로부터 증여 즉, 무상 또는 현저하게 저렴한 대가를 받고 이전받은 것으로 보기 어렵고, 오히려 취득 전·후를 통하여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매수한 것이거나 적어도 부담부증여로 취득한 것으로 보는 것이 상당하며 부담부 증여로 보더라도 증여재산가액에서 차감되는 생활비 지급액이 6,910만원으로서 증여재산가액 자체를 초과하므로 이 사건 부과처분은 위법하다고 판결하였고(서울행정법원 2013.7.26. 선고 2012구합40728 판결, 서울고등법원 2014.6.17. 선고 2013누25056 판결). 대법원은 그러한 판단을 정당한 것으로 인정하였다(대법원 2014.10.15. 선고 2014두9752 판결).

 

 

 

Ⅱ. 대상판결의 평석

 

 

 

1. 이 사건의 쟁점 및 문제의 소재

 

이 사건의 쟁점은 원고가 부모에게 매월 일정금액의 생활비를 지급하고, 부모의 채무를 대신 변제해 주면서 부모로부터 이 사건 아파트의 소유권을 이전받은 것이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세법’이라고 한다)상 증여에 해당하는지 여부이다.

 

 

 

대상 판결은 당사자의 능력, 거래의 동기, 부양의무의 존부와 범위, 수수금액의 등가성 등에 비추어 원고의 부모에 대한 정기적인 생활비 지급이 단지 부양의무의 이행에 불과하다고 보기 어렵고, 이 사건 아파트의 이전에 대한 정당한 대가로 보는 것이 타당하므로 결국 이 사건 아파트의 이전은 무상성을 가지는 증여로 볼 수 없다고 하여 부모와 자녀 사이의 증여 여부에 대한 일응의 판단기준을 제시하였다.

 

 

 

원고가 부모로부터 이 사건 아파트를 이전 받은 것과 관련하여 정기적으로 생활비를 지급한 부분에 대해서 초점을 맞춘다면 하급심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는 만 60세 이상의 자가 금융기관에 자신이 살고 있는 주택을 담보로 제공한 다음, 매달 고정적인 생활자금을 연금식으로 받는 장기주택저당대출인 ‘주택연금’과 유사한 바, 그와 대비하여 속칭 ‘자식연금’으로 불리기도 한다.

 

하급심과 조세심판원의 판시에서 언급된 바와 같이 민법 제974조에 의하여 직계혈족과 배우자, 생계를 같이하는 친족 사이에는 부양의무가 있으므로 이러한 형태의 정기적 생활비 지급은 통상 자녀의 부모에 대한 부양의무의 이행으로 볼 여지가 있다. 생활비 지급액이 민법상 부양의무의 이행인지, 아파트 이전에 대한 대가인지는 증여의 개념, 증여의 무상성을 어느 범위까지 인정할 것인지에 따라 판가름될 것이다.

 

 

 

증여의 무상성의 범위를 넓게 인정한다면 대가성이 다소 있더라도 여전히 증여의 범주에 포섭이 되고, 이를 엄격하게 파악한다면 무상성의 결여로 증여에 해당하지 않는다. 전자의 논리를 이 사건에 적용하여 보면 정기적 생활비의 지급이 이 사건 아파트 이전과 다소의 대가관계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하더라도 이는 원고 자신의 부양의무를 이행하는 것이고 따라서 이 사건 아파트의 이전은 원고에 대한 증여가 되는 것이다.

 

2. 증여의 요건으로서의 ‘무상성’

 

가. 세법상의 증여
상증세법은 제2조제3항에서 ‘증여’라 함은 ‘그 행위 또는 거래의 명칭·형식·목적 등과 관계없이 경제적 가치를 계산할 수 있는 유형·무형의 재산을 직접 또는 간접적인 방법으로 타인에게 무상으로 이전(현저히 저렴한 대가를 받고 이전하는 경우를 포함한다)하는 것 또는 기여에 의하여 타인의 재산가치를 증가시키는 것’이라고 하여 민법과는 별도의 세법상 증여개념을 정의하여 증여의 ‘무상성’을 전제하고 있다.

 

 

 

상증세법은 세법상의 증여개념을 도입하면서 ‘현행 상증세법상 증여세 과세대상이 되는 증여의 범위는 일반적인 민법상의 증여 외에도 증여로 의제하는 14개 유형 및 이와 유사한 것이 있으나, 증여의제 대상을 현행 법체계와 같이 열거방식에 의하는 경우 열거되지 아니한 유형으로 증여세를 회피할 수 있으므로 민법상 증여의 형태가 아니어도 사법상의 형식이 무엇이든 사실상 재산의 무상이전에 해당되는 경우에는 증여세 과세대상임을 명문으로 규정하는 것’임을 개정이유에서 명시한 바 있다.

 

미국 세법에서도, ‘증여’란 ‘수단이나 방식에 관계없이 재산이나 재산적 권리나 이익을 타인에게 대가없이 이전하거나 주는 모든 거래가 증여에 해당한다(all transactions whereby property or property rights or interests are gratuitously passed or conferred upon another, regardless of the means or device employed, constitute gift subject to tax)’라고 규정하여(Regulation §1.2511-1(c)) 증여의 ‘무상성’을 확인하고 있다.

 

 

 

독일 세법 역시, 증여세의 과세대상에 관하여 제7조제1항제1호에서 ‘생존자간의 무상출연으로 인해 수익자가 출연자의 비용으로 이익을 취득하는 모든 경우’라고 규정하여 증여세 과세대상이 되는 ‘증여’의 요건으로 ‘무상출연’을 명시하고 있다.  프랑스 또한 증여세의 과세요건으로서 그 재산이 무상으로 이전되어야 하고, 증여자는 해당 증여재산을 즉시 포기하여야 하며, 수증자의 승낙이 있어야 한다고 보고 있으므로, ‘무상성’을 증여의 요건으로 하고 있는 점은 동일하다.

 

이처럼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무상성’을 증여세의 당연한 전제로 보고 있으나 한편 무상성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1)

 

 

 

실제 증여는 다양한 동기와 대가적 기대에서 행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그 무상성을 어느 범위까지 인정하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자산의 이전 무렵에 직접적으로 등가적인 유형물이 수수되는 경우에는 무상성이 부정되겠지만 그 대가가 등가적이지 않거나 무형물이고 간접적이며 시간적인 간격을 두고 수수되는 경우, 그 대가가 다른 의무이행의 형태로 볼 수 있는 경우 그 자산의 이전을 증여로 보아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다. 이하에서 증여와 비교되는 세법상의 쟁점 개념과 구체적인 사례를 통하여 증여의 무상성의 범위에 대하여 검토한다.

 

나. 구별개념
증여의 무상성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그와 비교되는 유사한 개념을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 우선, ‘사례금’을 그 구별개념으로 들 수 있다.

 

 

 

소득세법 제21조제1항제17호는 ‘사례금’을 기타소득으로서 과세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사례금이란 사무처리 또는 역무의 제공 등과 관련하여 사례의 뜻으로 지급되는 금품을 의미하고,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당해 금품 수수의 동기, 목적, 상대방과의 관계, 금액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대법원 1999.1.15. 선고 97누20304 판결 등). 금품이 무형의 형태인 사무처리나 역무의 제공과 관련하여 지급되므로 증여로 보여질 수 있으나 사무처리 또는 역무의 제공이 지급되는 금품의 대가를 구성한다는 점에서 무상성을 가지는 증여와는 구분된다.

 

법원과 조세심판원은 ① 부동산 소유권을 재건축조합에 양도하고 재건축사업의 원활한 진행에 협조하는 대가로 제3자에게 금원을 지급한 경우(대법원 2012. 5. 25. 선고 2012두4333 판결), ② 사설묘지 등을 설치∙운영하는 재단법인 이사장이 재단의 이사 및 이사장을 소외인들이 추천하는 사람으로 교체하여 주는 방법으로 재단의 운영권을 넘겨주는 대가로 금원을 지급 받은 경우(대법원 1999.1.15. 선고 97누20304 판결), ③ 임원 교체를 통한 학교법인의 운영권 인수라는 사무 또는 역무 처리의 대가로 금원이 지급된 경우(부산고등법원 2011.12.14. 선고 2011누2019 판결), ④ 요양병원의 지분을 넘겨주고 대가의 일부로 다른 요양병원의 지분을 받은 경우(조심 2011전692, 2011.11.3), ⑤ 학교법인 설립자로서의 지위와 권리‧의무를 포기하고 그 지위 등을 타인이 승계 받을 수 있도록 해 주는데 대한 대가로 금원을 지급한 경우(조심 2011광1485, 2012.8.23) 등을 사례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위 사례들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자산의 이전에 대한 대가가 역무의 제공 등 무형의 형태라도 존재하면 이는 증여가 아닌 사례금으로 보아 소득세를 과세하고 있는 바, 세법은 그 체계상으로 증여의 무상성에 대해서는 엄격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증여에는 해당하지만 수증자가 증여를 받는 동시에 일정한 부담, 즉 채무를 지는 경우도 있다. 이를 부담부증여라고 한다. 상증세법 제47조제1항은 증여세의 과세가액은 증여일 현재 이 법에 따른 증여재산가액을 합친 금액에서 그 증여재산에 담보된 채무로서 수증자가 인수한 금액을 뺀 금액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부담부증여에 있어서는 부담의 한도에서 수증자의 부담과 증여자의 급부가 실질적으로는 대가관계에 있다고 본다. 따라서, 증여재산가액에서 부담액을 차감하도록 되어 있다.

 

이처럼, 부담부증여의 경우는 대가관계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 일반적인 증여와는 달리, 부담부분에 대해서는 대가관계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증여와 차이가 있는바, 상증세법이 부담부증여에 있어서 그 부담부분을 초과하는 부분만 증여로 보므로 증여의 무상성에 대하여 엄격한 입장에 있다고 볼 수 있다.

 

3. 증여의 ‘무상성’에 대한 사례

 

가. 국내 사례
이처럼 상증세법상 ‘증여’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무상성’이 충족되어야 하고, 유·무형의 대가관계가 결부되어 있는 경우에는 ‘무상성’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증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대법원은 ‘증여세는 무상의 재산 수여 관계를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증여자와 수증자 사이에 대가적 출연이 있는 경우에는 이를 증여로 볼 수 없고, 비출자임원에게 주식을 양도한 자가 그 임원으로부터 경영상태를 호전시킨 공로라는 대가적 출연을 받은 회사라면 이에 대하여 증여세를 부과할 수 없음은 당연하다’라고 판시하였고(대법원 1995. 9. 15. 선고 대법원 95누4353 판결),

 

 

 

또한, 서울고등법원은 원고와 갑 사이에 주식을 액면가인 1주당 5,000원에 인수하되, 나중에 주식의 가치를 평가하여 1주당 가치가 10,000원 이상이 되면 원고가 취득한 주식비율이 3분의 1이 되도록 그 주식 중 일부를 갑에게 양도하기로 약정하고, 이에 따라 갑은 주식의 가치가 10,000원이 넘는다며 약정의 이행을 청구하여, 원고는 갑에게 주식을 양도한 사안에서 ‘이러한 주식양도는 주식인수대금의 정산 및 갑의 경영성과에 대한 보상으로 이루어진 것이므로, 갑이 원고에게 아무런 대가적 출연을 제공한 바 없이 무상으로 이 사건 주식을 취득하였다고 볼 수 없어, 증여로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09.11.25. 선고 2008누35578판결2) ).

 

 

 

위 판결들 역시 증여세 과세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무상성’의 요건이 필요함을 확인하고 있다.

 

국세심판원은 청구인이 종친회로부터 쟁점 금원을 받고, 그 대신 종친회 소유이긴 하지만 청구인이 수 십 년 동안 연고권을 누려온 쟁점토지를 종친회에 반환하면서, 후손이 없는 조상의 봉제사 등의 의무를 지기로 하였는데 처분청이 쟁점 금원의 수령을 증여로 보아 청구인에게 증여세를 과세한 사안에서,

 

 

 

‘계약 내용으로 미루어 당사자간 대가관계를 갖지 않는 증여와는 달리 종친회와 청구인이 서로 대가적 관계에 있으면서 일정한 채무를 부담하는 계약(위임계약)으로서, 증여세의 부과대상이 아니라고 할 것인 데도, 처분청이 쟁점 금액을 아무런 대가없이 수령한 증여로 보아 증여세를 부과한 처분은 부당하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국심 2000중1431, 2000.9.30.).

 

 

 

위 결정은, 증여세의 과세대상이 되는 ‘증여’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당사자간에 대가관계가 없어야 하는데 청구인의 종친회에 대한 토지의 반환과 봉제사 등의 의무도 쟁점 금원의 지급에 대하여 족히 그 대가관계를 가진다고 보았다.

 

또한, 국세심판원은 청구인이 갑, 을로부터 쟁점주식을 이전받은 것에 대해 처분청이 객관적인 근거도 없이 주주간 합의로 지분조정을 한 것으로 보아 청구인에게 증여세를 부과한 사안에서

 

 

 

국세심판원은 ‘쟁점주식은 청구인이 사용하던 방송시설과 장비 및 중계유선방송 가입자 4,000명 등을 청구외법인에게 현물출자한 대가로 취득한 것이나, 당초 주식발행법인 설립 당시에는 방송시설과 장비의 감정평가액만을 기준으로 주식이 배정되고, 중계유선방송 가입자수 및 영업권 등이 반영되지 아니한 결과, 다른 주주에게 과다하게 배정되었던 주식을 주주간 합의에 의하여 청구인의 명의로 이전한 것이므로 청구인이 갑, 을로부터 쟁점주식을 무상으로 취득하였다고 보아 청구인에게 증여세를 과세한 것은 부당하다’라고 판단하였다(국심 2005부2299, 2005.11.4.).

 

 

 

위 결정은 종전의 주주간 약정상의 오류를 정정하기 위하여 당사자간의 재차 합의에 의한 주식의 이전도 증여의 무상성을 결여하는 것으로 보았다.

 

한편, 국세심판원은 청구인이 갑으로부터 받은 쟁점금액에 대해 청구인의 유류분 상속지분이라고 주장하는 데 대하여, 처분청은 청구인이 운영하던 백화점의 부도 등으로 자금사정이 어렵게 됨에 따라, 청구인의 모가 부동산매도대금 중 일부로 도와준 것에 불과하다고 하며 증여세를 부과한 사안에서, ‘청구인과 갑과의 합의금인 쟁점금액은 청구인이 갑에 대하여 상속재산의 반환을 요구하는 소를 취하하는 조건으로 받은 것으로서 유상으로 받은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므로, 청구인에게 발생한 소득액 5억원에 대하여 구 소득세법상 기타소득으로 보아 소득세를 과세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하여는 별론으로 하고, 이를 현금증여로 보아 증여세를 과세한 이 사건 처분은 부적법한 처분’이라고 판단하였다(국심 1999부38, 1999.11.10.).

 

 

 

위 결정은 소취하의 대가로 수수한 금원은 유상성을 가지는 것으로 증여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위 국세심판원 결정들은 당사자간의 재산이전에 대가성이 있기만 하면 그 대가가 무형적이거나 간접적이더라도 이를 무상성을 지닌 증여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나. 미국 사례
미국의 판례 역시, 증여의 무상성을 좁게 보는 엄격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미국의 조세법원(Tax Court)은 1960년 Duberstein 사건에서 ‘법적으로 유효한 증여(Gift)는 자발적 의사에 의하여, 사심없고 이해관계 없는 관대함(detached and disinterested generosity)으로부터 또는 애정(affection)이나 존경(respect), 칭찬(admiration), 자선(charity) 또는 그와 유사한 감정(like impulse)으로부터 초래되어야 하는 것’임을 명시적으로 밝힌 바 있다.3) Duberstein 사건에서 Berman은 Mohawk 금속회사의 사장이고, Duberstein은 Duberstein 철강금속회사의 대표로서, 두 사람은 종종 전화 통화를 하며 잠재적 고객의 정보를 주기도 하는 관계였는데, Duberstein으로부터 도움이 되는 약간 특별한 정보를 받은 Berman은 Duberstein에게 캐딜락을 선물하기로 결정하였다. Duberstein은 이미 그 차를 소유하고 있었으므로 필요하지 않았다고 하였으나, 결국 그것을 받아들였다.

 

이 사안에서의 쟁점은 캐딜락 선물이 과세목적상 증여(gift)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는데, 미국의 조세법원은 Duberstein이 받은 캐딜락은, 과거의 고객정보 제공에 대한 보상 또는 미래의 제공에 대한 격려의 차원에서 제공된 것으로서 그 동기가 이해관계가 없는(disinterested)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증여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정보제공이라는 무형의 대가도 증여의 무상성을 부인하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위 판결 이후 미국 법원들은 자선기부의 유효성이 문제되는 사안에서 위 Duberstein 기준을 적용하였는데, 그 대표적인 사례가 Dejong 사건이며, 그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4).

 

부부합산신고를 선택한 남편과 부인이 면세단체인 종교 교육기관 Christian Instruction Society에 기부한 미화 1,075달러의 기부공제를 신청하였는데, 이 협회는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소유∙운영하였으며 수업료를 부과하지 않았다. 운영자금(Funds)은 입학자의 부모나 비학생인 부모들, 그리고 관심 있는 다른 사람들로부터의 모금으로 조성하였다. 운영자금의 70%는 입학자의 부모님들의 기부로 조성되었다. 납세자의 두 자녀는 중학교의 학생이었으며, 2명의 학생을 교육하는 데 소요되는 연간 비용은 대략 400달러였다.

 

미국 조세법원은 위 400달러는 협회가 아이들에게 제공하는 교육에 지불해야 하는 수업료의 성질을 띠고 있으므로, 자선기부로서 공제할 수 없다고 판결하였고, 미국 제9연방항소법원(The Ninth Circuit)은 이를 인용하였다. 동 법원은, 어떠한 도덕적 혹은 법률적 의무(duty)의 구속에 따라 또는 경제적 성질(an economic nature)로 보아 기대되는 이익의 동기에 의하여 지불이 행해진다면 그것은 증여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위와 같이 미국 판결들은 결국 재산이전의 동기가 순수한 관대함, 애정, 존경, 칭찬, 자선 등 이라면 ‘증여’를 인정하나, 어떠한 이해관계가 있거나 기대되는 이익의 동기가 존재한다면 간접적이거나 무형적이더라도 ‘증여’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요컨대, 미국에서도 증여의 무상성에 대하여 엄격한 입장에 있다고 할 것이다.

 

4.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자녀가 부모로부터 아파트를 이전받고, 대신에 생활비를 지급하고 부모의 채무를 대신 변제한 것에 대해서, 이는 무상의 증여라고 보기는 어렵고,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매수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증여’는 그 본질상 ‘무상성’을 요건으로 하므로, 당사자간에 유·무형의 대가관계가 있는 경우에는 증여를 인정할 수 없는 바, ① 자녀가 경제적 능력이 없는 부모에게 생활비를 지급하고 채무를 대신 변제하여 줬으며, ② 부모는 자녀에게 그 대가로서 자신의 유일한 재산인 이 사건 아파트의 소유권을 이전하여 준 것이므로, 부모와 자녀 사이라고 하더라도, 양 당사자의 재산이전 간에는 대가관계가 인정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따라서, 증여의 본질적인 요소인 ‘무상성’이 결여를 이유로 증여를 인정하지 않은 대상판결은 타당하다.

 

특히, 대상판결은 증여의 본질적인 요소인 ‘무상성’을 엄격하게 인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 사건에서는 B와 원고 사이의 매매의 시점이나 대금액, 지급방법 등에 관한 약정이 계약서나 약정서 등에 의하여 뒷받침되고 있는 것은 아니고, 원고는 B에 대하여 민법상 부양의무를 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상판결은 원고가 B로부터 이 사건 아파트를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매수한 것으로 인정하였다.

 

 

 

즉, 이 사건 아파트에 대한 양도계약과 원고의 부모에 대한 대가지급이 정확하게 일치하는 것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유·무형의 대가관계를 폭 넓게 인정하여, 원고가 부모에게 생활비를 지급하고 채무를 대신 변제하여 준 것과 부모가 원고에게 아파트의 소유권을 이전하여 준 것 사이에 대가관계가 있다고 보았다.

 

 

 

이처럼 자산이전의 당사자들간에 주고 받은 급부의 대가관계를 폭넓게 인정하는 경우, 증여로 인정받기 위한 요건인 ‘무상성’은 엄격하게 인정될 수 밖에 없는바, 대상판결은 부모와 자녀 사이에 있어서도 증여의 본질적인 요건인 ‘무상성’을 엄격하게 판단하였고 이는 향후 다른 증여의 무상성이 쟁점이 되는 사안에서도 중요한 판단기준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덧붙여 대상판결은 자식연금의 인정기준과 그와 관련된 정책적 시사점도 제시하고 있다. 대상판결에 대하여 대법원에서 자식연금을 일반적으로 인정한 것이라는 주장이 있으나 유사한 사안에서 증여에 해당하지 않는 자식연금을 통상적으로 인정하였다고 단정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보험설계사로 근무하면서 고정적인 수입을 벌어들이고 있었고, 부모로부터 이 사건 아파트를 이전 받으면서 부모의 채무를 변제하고 정기적으로 생활비를 지급하였는데 그 자금출처의 상당 부분이 자신의 경제력에 의한 것임을 입증하였다. 또한, 부모가 출가녀에게 자신의 유일한 재산을 증여할 이유가 없었다고 본 점은 증여 여부의 판단에 있어서 증여의 동기를 중요하게 고려하였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이 사건 아파트의 과세가액이 1억6,000만원 상당이고 원고가 부모의 채무를 변제하거나 생활비로 지급한 금액이 1억3,000만원 상당으로 그 가액이 상호 비교적 근접하였고, 원고가 이 사건 아파트의 가등기 시점 2년전부터 생활비를 지급하였고 원고가 부담하는 채무액 등에 비추어 정기적 생활비 지급액이 원고의 단순 부양의무의 이행으로 보기에는 어렵다고 판단한 사정이 있다.

 

 

 

대상판결에서 제시한 바와 같이 자녀에게 주택을 물려주고 정기적으로 생활비를 지급받는 속칭 자식연금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자녀의 능력, 증여의 동기, 주택가액과 생활비 지급액의 등가성 등이 인정되어야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증여로 판단될 여지도 상당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상판결은 부모와 자녀 사이라도 하더라도 앞서 본 판단기준을 구비하는 경우 자녀들이 증여세를 부담하지 않고 부양을 전제로 부모의 주택을 물려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가진다고 하겠다.

 

 

 

부모와 자식 사이에 주택을 물려 주기 위한 편법의 수단으로 활용될 여지가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없지는 않으나 유일한 재산으로 주택만을 보유하고 있는 고령자들이 노후 보장의 방편으로 별도의 금융상품을 이용하는 비용을 지출하지 않고 자녀들에게 주택을 물려주는 대가로 부양료를 받을 수 있고 자녀들의 입장에서도 금융비용을 부담하지 않고 주택을 물려받아 주택난을 해소할 수 있는 단초를 열어준 판결이라고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다만 자식연금이 편법적인 조세회피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지 않고 전통적인 효의 관점에서 부모에 대한 부양의무를 부담하는 자녀를 통하여 노후를 보장받는 방편으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자식연금에 대한 적법한 절차와 법적 구속력을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의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 각주-

 

1) 우리나라의 상증세법 제2조 제3항은 현저히 저렴한 대가를 받고 이전하는 경우를 증여의 범위에 포함시키고 있으나 이는 대가의 과소만을 지적하는 것으로 증여의 무상성의 범위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으로 보기는 어렵다.
2) 대법원 2010. 4. 15. 선고 2009두23372판결에 의하여 심리불속행으로 확정되었다.
3) Commission v. Duberstein, 363 U.S 278(1960)
4) Dejong v. Commissioner, 309F.2d 373(9th Cir.1962)

 

 

 

- 백제흠(白濟欽) 변호사 약력 -

 

■ 자격취득
‧ 변호사, 대한민국(1991)
‧ 변호사, 미국 뉴욕주(2004)
‧ 공인회계사, 미국 일리노이주(2004)
■ 학력
‧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법학사 1988)
‧ 연세대학교 경영대학원 (경영학석사 1994)
‧ Harvard Law School (International Tax Program 2002)
‧ NYU School of Law (LL.M. in Taxation 2003)
‧ 서울대학교 대학원 (법학박사 2005)

 

■ 경력
‧ 서울지방법원 등, 판사(1994-2001)
‧ 국세청 자체평가위원회, 위원(2006- 2010)
‧ 중부지방국세청 과세전적부심사위원회 및 이의신청심의위원회, 위원(2007- 2009)
‧ 기획재정부 세제실, 고문변호사(2012- )
‧ 기획재정부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위원 (2013 -  )
‧ 기획재정부 국세예규심사위원회, 위원 (2013 -  )
‧ 서울지방변호사회 조세연수원, 원장 (2014 -  )
‧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20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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