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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롯데피에스넷에 6억4천900만원 과징금 부과

'중간 끼워 넣기' 방식으로 계열회사 부당지원

공정거래위원회는 롯데피에스넷(주)가 제조사로부터 ATM기(현금자동입출금기)를 직접 구매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열회사인 롯데알미늄(주)를 통해 간접 구매하는 방법으로 부당지원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6억4천900만원을 부과했다고 20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 2008년10월6일 롯데피에스넷은 CD기 위주에서 ATM기 위주로의 사업모델 변경·확대 계획을 롯데그룹측 최고 경영진에 보고했다.

 

보고 당시 롯데피에스넷은 ATM기 제조사로 네오아이씨피(구 네오테크)가 가장 적합하다고 보고했고, 롯데그룹 최고경영진은 보고 중 롯데기공(현 롯데알미늄)을 거래 중간에 끼워 넣을 것을 지시했다.

 

롯데기공은 당시 2008년 공사관련 채권의 회수지연 등으로 유동성이 크게 악화됐고, 단기차입금이 과다해져 부채비율이 5천366%(산업평균은 469%)에 이르러 결국, 2009년1월19일 워크아웃 대상기업으로 선정되는 등 경영상 어려움에 처한 상태였다.

 

롯데기공은 2009년2월18일 환경·건설사업부문을 롯데건설에 매각하고, 나머지 사업부문은 2009년4월15일 롯데알미늄에 흡수합병됐다.

 

공정위는 ATM사업경험이 전혀 없었던 롯데기공을 거래중간에 끼워 넣게 한 것은 재무상황이 어려운 롯데기공에 수익을 창출해주려고 했던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게다가 롯데피에스넷은 기존의 직거래방식과는 달리, 2009년9월부터 올 7월 현재까지 ATM기를 제조사인 네오아이씨피로부터 직접 구매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열회사인 롯데알미늄(舊 롯데기공)을 통해 구매했다.

 

舊 롯데기공은 보일러제조 전문회사로, 금융자동화기기(CD기, ATM기 등)를 제조하는 회사가 아니다.

 

이 기간 동안 롯데알미늄 기공사업본부는 네오아이씨피로부터 ATM기 3천534대를 666억3천500만원에 매입해 롯데피에스넷에 707억8천600만원에 판매, 41억5천100만원의 매출차익을 실현했다.

 

이러한 롯데피에스넷의 간접구매 방식은 수요업체가 제조사로부터 ATM기를 직접 구매해 불필요한 유통비용을 절감하는 당해 업계의 통상적인 거래관행과 완전히 배치된다.

 

ATM기는 설치 후에 유지보수가 필수적인데, 유지보수는 중간 유통업자가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별도의 유지보수 업체도 없어 통상 제조사가 유지보수를 직접 수행해 왔다.
훼미리뱅크, 한국전자금융 등 다른 경쟁사업자 모두 직접 제조사로부터 CD기, ATM기 등을 구매했다.

 

공정위는 "롯데알미늄 기공사업본부는 아무런 실질적 역할없이 형식적 역할만을 수행하면서, 중간마진을 챙겼을 뿐"이라며 "롯데알미늄 기공사업본부은 2008년 881억원의 당기순손실에서 2009년부터 흑자로 전환되는 등 재무구조가 현저히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롯데피에스넷이 롯데알미늄 기공사업본부를 지원한 금액인 39억3천400만원은 롯데알미늄 기공사업본부의 2009~2011년 3년 동안의 당기순이익 46억1천600만원의 85.2%에 이르는 규모다.

 

공정위는 이러한 롯데피에스넷의 행위에 대해 '계열회사를 통해 구매하는 방법의 부당지원행위를 금지하라'는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6억4천900만원을 부과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대기업집단이 별다른 역할이 없는 계열회사를 중간에 끼워 넣어 일종의 '통행세'를 챙기게 해 주는 방식으로 부당지원한 행위를 적발하여 제재한 첫 사례"라며 "단순히 거래단계만 추가해 계열회사에게 이익을 몰아주는 부당내부거래에 제동을 걸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앞으로도 대기업집단의 부당지원행위에 대한 감시를 더욱 강화하는 한편, 통행세 관행 근절을 위한 제도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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