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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6.13. (목)

원산지 검증! 더이상 피할 수 없다

여주호<관세사·청솔관세법인 대표>

 FTA 및 APTA 등 특혜관세의 활용만큼 원산지 검증 리스크가 증가하고 있다. 원산지 증명이 잘못되면 특혜의 배제와 패널티가 뒤따른다. 2007년 이후부터 원산지 검증 횟수가 꾸준히 늘어나면서 수입 및 수출검증을 합산해 누적하면 약 3천건(C/O건수 기준)에 육박하고 있다. 최근에 세관당국과 수출입기업간에 원산지 인정문제에 대한 분쟁이 많아졌으며, 향후 EU 및 미국의 FTA 검증이 본격적으로 착수되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선진국에서는 우리나라와 중국이 인접해 있어 중국산이 한국산으로 둔갑하는 원산지 세탁을 경계하고 있다. 현재까지 주요 위반유형으로는 품목 분류의 적용 오류, 직접운송 요건의 위반, 원산지 결정기준의 위반, 서류 불비에 따른 원산지증명 요건의 위반, 상대국의 증빙자료 회신기간의 경과 등이다.
 원산지 검증은 협정에서 정한 요건 및 형식과 실질이 합치되는가를 사후에 확인하는 절차를 말하고, 검증의 내용을 알면 준비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세관당국이 합리적인 의심을 갖는 경우에 원산지 검증을 할 수 있다. 즉 수입자가 신고한 품목 분류(HS CODE)의 정확성 여부, 상대국가에서 수입물품을 생산할 수 있는 산업기반이 형성돼 있는지 여부, 상대방 국가의 수출자가 원산지 관련 범칙 이력이 있는지 여부, 상대방 국가의 수출자가 원산지 확인의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여부에 대해 소명을 요구할 수 있다.
 둘째는 증명서류 등 형식적 요건에 관련된 경우에 세관당국이 자체적으로 판단해 원산지 검증을 할 수 있다. FTA 및 GSP, APTA, 최빈개도국 특혜 등 각각의 협정 및 조약에서 정하고 있는 원산지 증명서의 형식적인 요건을 갖췄는지의 여부는 통관단계에서 확인할 수 있다. 형식적 요건이란 정해진 양식(Form), 발급기관의 인장, 발급일의 적정, 추가 기재되는 문구, 문구의 정확성, 선적서류(INVOICE, B/L, PACKING LIST 등)상의 내용과 원산지 증명서 내용의 일치 여부, 권한 있는 서명권자의 서명, 원산지 증명서상 필수적 기재사항 등 형식적 정확성을 말한다.
 셋째는 상대국에서 원산지 검증을 요청하는 경우이다. FTA 특혜관세 중에서 한·아세안, 한·인도, 한·페루, 한·EU, 한·EFTA 및 한·미(섬유제품에 한정) FTA는 상대국 세관당국에게 요청하는 간접검증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상대국의 검증 요청에 대해 협정에서 정한 기한 내에 회신이 없는 경우에는 특혜관세를 배제하고 가산세를 부과할 수 있다. 회신 기한은 한·아세안-2개월, 한·인도-3개월, 한·페루-150일, 한·EU-10개월, 한·E FTA-10개월이다.
 이와 같은 내용으로 원산지 검증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어 수출입 기업의 체계적인 원산지 관리가 필요하다.
 수입자 입장에서는 특혜관세에 대한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 수입자는 단지 외국의 수출자로부터 '원산지증명서'만을 제공받아 FTA, APTA 등의 협정세율을 적용받게 된다. 즉 수입통관 단계에서는 원산지증명서의 형식상의 유효성은 확인할 수 있으나, 원산지 내용상의 유효성까지 확인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수출자와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수입물품에 대한 원산지 검증은 수입자 뿐만 아니라 필요한 경우에는 수출자, 제품의 생산자 또는 재료 공급자까지도 확대될 수 있다. 사전에 원산지 검증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해외 생산자 및 해외 수출자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해외 수출자 입장에서는 기업 비밀에 해당될 수 있는 수출물품의 원재료 LIST, 원재료의 원가 내역 등의 자료를 제공하지 않을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입자 입장에서는 수입계약을 체결할 때에 원산지 증명에 대한 수출자 책임과 세관당국이 요청하는 경우에 서류 협조 의무사항을 명기하는 것이 좋다. 만일 수출자 및 생산자가 기술 유출 등의 이유로 자료 제출을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경우에는 검증요원이 직접 열람해 입증하는 방법 또는 자료를 밀봉해 직접 정부기관에 직접 제출하게 하는 방법 등을 함께 모색할 필요가 있다. 또한 수출제품에 대해 원산지 증명에 필요한 형식적 요건과 결정기준, 자료의 체계적 파일링 방법 등에 대해 정보를 교환하고 상호 협력해 원산지 검증에 대비해야 한다.
 수출자 겸 생산자 입장에서는 형식 및 그 내용이 충족된 원산지 증명서를 발급하는 절차를 확립해야 한다. 즉, 원산지 증빙자료의 취합, 원산지 판정, 원산지 증명서 발급, 원산지 판정 및 발급의 기록 유지 등의 프로세스를 완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회사 내부에 원산지관리전담자를 지정하고 세관 또는 관세사와 유기적인 협조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원산지 증명서의 정확성 여부를 판단하고 싶을 때에는 관세청에서 진행하는 'FTA 수출물품 원산지 사전진단' 서비스 제도를 활용해 회신을 받아두는 것도 하나의 효율적인 리스크 관리방안이다.
 원산지 검증은 수출입 물품에 대한 특혜의 적정성 여부에 대해 소명을 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검증 결과에 따라서는 관세 및 가산세 추징, 거래상대방과의 분쟁 등 수출입 기업 모두에게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합리적인 의심이 해소되지 않거나 형식적인 요건이 미비됐다면 특혜 신청을 미루는 편이 낫다. 통관단계에서는 우선 관세를 납부하고, 원산지 증명의 내용을 확인한 후에 사후에 특혜관세를 적용, 신청해 관세를 환급받는 것이다.
 사후 원산지 검증에 효율적으로 대비하기 위해서는 기업 내에서 자체적으로 역량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관세사 등 관세전문가에게 도움을 받거나 관세청에서 시행하는 '수입물품에 대한 원산지 사전심사 신청제도' 및 '수출물품에 대한 원산지 사전진단 서비스'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본면의 외부기고는 本紙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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