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때를 만난 성산포 오병이어座 아래 목선 한 척 정박해 있다 갯내도 비린내도 거두고, 빈 배는 바람이 지날 때마다 뼈 부딪는 소리를 낸다 더 이상 출항을 꿈꾸지 않는 배 제 몸에서 빠져나간 시간을 추억하는 그래, 지금부터 나는 백사장의 저 늙은 배를 아버지라 부르겠다 아버지 사진 한 장 찍어드릴까요? 입고 계신 달빛이 너무 헐렁하세요? 왜 이리 몸이 가벼워지셨어요? 하품만 물고 있는 배를 끌고 집으로 향한다 바다가 멀어질수록 작아지는 배 서울이 가까워올수록 멀미를 하는 배 아버지 어깨 좀 펴세요 이제 태풍이나 큰 너울은 없어요 이밥에 고깃국 마음껏 드세요 고층아파트라 하늘도 가까워요 오병이어가 뛰노는 성경책도 여기 있어요 왜 잠 못 이루고 뒤척이세요? 늑골 밑으로 파도소리가 밀려드나요? 바다 속 동굴의 난생설화가 생각나세요? 아버지의 이부자리에 손을 넣어본다 침대가 울컥, 귀신고래 한 마리를 토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