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문제의 발단은 그 다음에 있었다. 여인네들이 해안가에 거의 다 와서는 한사람은 물밖으로 걸어나오는데 한 여인은 더이상 나오지 않고 무릎까지 차는 물속에서 엎드려서 이쪽으로 쳐다보며 애매한 미소만 짓고 있어 열받은 경찰아저씨가 "당신네들 부표를 넘어갔으니 경범죄로 처벌한다"며 "인적 사항을 파악해야겠으니 빨리 나와서 민증을 내라"고 빽빽거리고, 어촌계 아저씨는 이에 한술 더 떠서 틀림없이 값비싼 전복을 따서 몸에 숨기고 있기 때문이라며, 절도죄로 고발해야 된다고 옆에서 거들며 방방 떴다.
가만히 사태를 살펴보니 그게 아닌듯 싶어 먼저 나온 여인에게 "왜 못 나오느냐"고 살짝 물어보니 '입은 옷이 없어 못 나온다'고 했다.
처음에는 무슨 뜻인지 몰랐으나 생각해 보고 대충 감을 잡고서는 식당에 가서 대형 타올을 구해와서 그 여인에게 던져줬다.
우리 일행이 방갈로 평상에 앉아 계모임을 하고 있던 오후에 테이블 바로 옆의 옆 좌석에 앉은 중년여자 두명이 회를 시켜놓고 소주를 마시면서 우리와 비슷하게 장시간을 두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몇병의 소주를 까고 있었다.
곁눈질로 보니 옷맵시나 담배를 피는 여유 등을 봐 최첨단이 유행하는 도시물을 먹은듯 세련미가 있어 보였는데, 주위의 친구들도 말은 안해도, '야, 대단한 여자들이네'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았다.
밖으로 나온 여인의 얼굴을 보니 수영복을 입지 않고 평상복 그대로 인데 놀란 것은 오후부터 우리 옆에서 서너시간 줄곳 앉아 술 마시던 그네들이 아닌가!
친구들이 더욱 놀라고 웃은 것은 늦게 나온 그 여인은 노브라에 노팬티 차림으로 흰바지에 상의 브라우스를 허리에 질끈 동여맨 모습의 살찐 인어공주라, 물에 젖은 옷이 착 달라붙어 안이 훤히 들여다보여 창피해서 물에서 나오지 못하고 해가 지면 나올려고 바다속에서 미그적거리고 있었는데 큰 타올을 던져줬으니 구세주를 만난 것이나 마찬가지지 뭐….
끝까지 친구들이 나서서 경찰관을 잘 구슬려서 설득하고, 어촌계 직원에게는 '죄없는 생사람을 그런 식으로 매도하면 당신이 먼저 고발당한다'고 겁을 주니 '아이구 뜨거라'라며 도망가 버렸다.
그렇게 모든 것을 좋게 해결해 줬다고 그 보답으로 그 여인네들이 '고마움의 표시를 하고 싶은데 어찌하면 되냐?'고 묻기에 농담삼아 '술 한잔 사소'라고 했는데 정말로 시내에 가서 술을 사겠노라고 했다.
그때 아쉽게도 무슨 급한 일 때문에 나는 참석하지 못하고 먼저 나왔는데 그 여인네들이 거나하게 한잔 사는 바람에 친구들이 잘 얻어먹었다고 했다.
그 자리에서 그 여인이 자꾸 내 전화번호와 연락처를 물었지만 평소 휴대폰이 없는 것을 알고 체육교사인 친구의 핸드폰 번호를 알려 주었다고 했다.
나중에 친구들 사이에는 그 여인네가 아무래도 수상한 여인이 아닌가 하는 말이 돌았다.
왜냐하면 행적이 불분명한 재일교포에, 돈 많은 부자요, 미모에다가, 술도 잘 먹고, 수영도 잘 하고 본인의 입으로 수영은 기본이요, 특공무술과 사격까지 잘한다고 했으니….
수상하게 생각하고 다음에 나타나면 관계당국에 신고를 해야겠다고 할 정도였고, 나는 그 당시에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그냥 베일에 쌓인 스쳐 지나가는 여인일 뿐으로만 생각하고 기억에서 지워버렸는데 해가 바뀌어 다시 나타나 아는 척을 하다니 황당하기만 했다.
정말로 그녀의 정체는 무엇인지 알 수가 없어 다음에 한번 더 나타나면 그때는 기필코 그녀의 정체를 밝히고 말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