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딴에는 나름대로 제법 소중한 분신으로 여겨 왔지만 늘 부족한 표현력과 미흡한 내용의 글에 강한 불만과 민망한 마음을 가졌던 터였다. 주인에게서마저 외면당하는 수모와 홀대를 받아오던 글 조각들이 모반을 도모하려는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마침내 무리를 지어 우르르 몰려 나와 질책하듯 목청을 한껏 높여 거칠게 항변한다.
아무런 감흥이나 조그만 감동조차 전혀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시답잖은 글 쓰기를 단박에 그만 두란다. 독창성을 찾아볼 수 없을 뿐더러 매끄러운 어휘력을 구사하지 못할 바에야 서툴게 짜깁기하는 습작을 당장 집어치우란다. 깊이가 얕고 두께가 얇은 사색으로는 피폐하고 척박한 정신으로는 엉성하고 헐렁한 글 나부랭이만을 양산할 따름이니 진부한 행위를 곧 바로 걷어치우란다.
아주 단호하고 매몰차게 질타를 한다. 먼저 삶을 성실하고 진지한 자세로 살아라! 따뜻한 눈길과 진솔한 마음으로 사물을 대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