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검색

구독하기 2025.06.24. (화)

경제/기업

"기업 공익재단 규제, 민간기부 활성화 발목"

대한상의, 기업재단 소속 219곳 조사

33년 묵은 상증세법상 면세한도 상향해야

공정거래법상 의결권 제한도 검토 필요

 

기업 공익재단을 통한 민간 기부가 과도한 규제 때문에 활성화되고 있지 않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기업집단의 국가·사회적 기여도를 높이기 위해 공익재단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된 88개 그룹 소속 219개 공익재단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 공익법인 제도개선 과제 조사’ 결과를 13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기업 공익법인의 61.6%는 상속·증여세법, 공정거래법상 규제가 기부금을 기반으로 한 기업재단의 재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응답했다. 영향없다는 답변은 38.4%였다.

 

기업재단들은 민간기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규제로 △상증세법상 주식 면세한도(33.3%) △내부거래 의결·공시(22.9%) △공정거래법상 의결권 제한(18.8%)을 꼽았다. △의무지출제도(16.7%), 기타(8.3%)로 나타났다.

 

 

상증세법상 주식 면세한도는 의결권 있는 주식을 기업재단에 기부할 경우 재단은 발행주식총수의 5%까지만 상속세 또는 증여세를 면제받고 5%를 초과하는 주식에 대해서는 최대 60%의 상증세를 납부해야 하는 규제다. 1991년 공익재단이 우회적 기업 지배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상속·증여세법에 엄격한 주식 면세한도를 도입했다.

 

또한 2020년 공정거래법에 기업재단의 계열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금지하는 규제를 도입했다. 공정거래법상 의결권 행사 제한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공익재단이 계열사 주식을 갖더라도 의결권을 원칙적으로 행사할 수 없고, 임원의 선·해임이나 합병 등 특별한 경우에만 특수관계인과 합산해 15% 한도 내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대한상의는 “기업재단에 대한 기부유인이 양 법률에 의해 앞뒷문이 모두 막혀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재단 52.5%는 우리나라 기업재단의 국가·사회적 기여도가 선진국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38.5%는 비슷하다고 응답했으며, 높다는 응답은 9%로 나타났다.

 

영국 자선지원재단(CAF)이 매년 발표하는 세계기부지수(WGI)에 따르면, 한국의 기부지수 순위는 2013년 45위를 기록한 이래 2023년 79위로 지난 10년간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기업재단 절반 이상(53.7%)은 국내 기업재단의 국가·사회적 기여도가 낮은 가장 큰 이유로 ‘상증세 면세한도가 낮고 의결권 제한 등 규제가 엄격하고 중복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기부문화가 선진국에 비해 성숙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39.0%로 뒤를 이었으며, ‘기업재단의 규모가 작고 영세하기 때문’(7.3%)이라는 답변도 적지 않았다.

 

대한상의는 “기부 선진국의 입법례를 보면 독일 등 EU 국가들은 기업재단 출연주식에 면세한도 없이 100% 면제하고 미국은 면세한도가 있지만 20%로 높다”며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기업재단 출연주식 면세한도를 5%로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을 뿐 아니라 기업재단의 계열회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 행사도 원칙적 금지(예외적 15%까지 허용)하는 ‘갈라파고스식’ 공정거래법 규제까지 더해져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재단들은 규제 개선방향으로 면세한도 상향 등을 꼽았다. 현행 상증세법상 5%인 면세한도를 상향해야 한다는 의견이 83%에 달한 반면, 현행 5% 한도를 유지하자는 의견은 17%에 그쳤다. 구체적인 완화 수준에 대해서는 △공정거래법(상장법인 의결권 행사 예외적 15% 허용)과 정합성을 위해 15%로 상향(28.2%)하자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뒤이어 △EU처럼 면세한도 폐지(20.5%), △일반공익법인과 같이 10%로 상향(19.2%), △미국처럼 20%로 상향(15.4%)하자는 순이었다.

 

공정거래법상 의결권 행사제한(원칙 금지, 예외 15%까지 허용)에 대해서는 △최근 규제 시행(2022년말)을 감안해 일정기간 경과 후 규제개선 여부를 결정하자는 의견이 57.7%로 가장 많았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규제 폐지(26.9%), △적대적 M&A 방어에 부족하므로 한도 상향(15.4%) 등 당장 규제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42.3%에 달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30여년 전 주식 면세혜택을 줄인데 이어 최근 공정거래법상 의결권 행사도 금지하면서 국내 기업들은 선진국에 비해 공익재단 주식출연에 소극적이고 사회공헌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면이 크다”며 ”상증세법과 공정거래법을 함께 개선하기 어렵다면 현행 공정거래법을 통해 기업재단이 우회적 지배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을 충분히 막을 수 있는 만큼 상증세법상 면세한도를 완화해 기업재단의 국가·사회적 기여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