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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6.19. (목)

세정가현장

[현장]여유⋅위트⋅소통이 있는 카페 ‘프란시스’가 세무서에

보통 ‘공무원’ 하면 경직된 조직문화를 떠올리기 쉽지만, 가까이서 보면 이들만큼 열정적인 사람들이 또 없다.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그 평범의 힘으로 하루하루 최선을 쌓아가는 곳, 실수 하나 용납되지 않는만큼 서로를 격려하며 가슴 뜨겁게 보듬어가는 곳이 일선 공무원들의 현장이다.

 

“커피를 좋아하시냐”고 묻자 “소통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밝힌 한 국세공무원. 그는 지난 3월부터 세무서 한켠의 자투리 공간을 이용해 마련된 간이 카페 ‘프란시스’를 애용하고 있다.

 

더위가 슬슬 올라오는 6월 초, 강남 한복판에 자리한 세무서에 들렀다가 프란시스를 발견할 수 있었다.

 

삼엄한 방역 관문을 거쳐 도착한 사무실엔 어림잡아 봐도 스무 개가 넘는 화분들이 싱그러운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고, 즐비한 책상 뒤편이 바로 작은 카페 공간이었다.

 

 

카페는 취향껏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커피는 물론, 고구마와 계란이 나오는 간식 코너까지 꽤나 근사한 구색을 갖추고 있었다.

 

무엇보다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파티션에 붙은 글귀들이다.

 

팀의 소통을 응원하는 내용들로, 자세히 보면 위트가 있어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프란시스는 ‘자유로운 사람’이라는 뜻으로 지어진 이름이었다. 대표는 ‘에나 팍’, 관리이사는 ‘유미 킴’. 가상의 사업자 등록번호까지 깨알같이 적어둔 정성이 웃음을 자아낸다.

 

최근 중국의 유명 CEO 알리바바 마윈이 코로나19에 마스크를 기부하며 읊었다는 ‘산수지린 풍우상제(山水之隣 風雨相濟)’는 ‘산과 물로 이어진 땅의 벗, 그 비와 바람을 함께 합니다’라는 뜻풀이가 함께 적혀 있다.

 

가까운 이들끼리 도와 어려운 일을 이겨낸다는 의미를 품고 있는 글귀다.

 

노란 종이에는 글귀들을 손수 선정한 해당 부서 과장이 지은 시가 적혀 있다. ‘창 밖에 찾아온 아침/환한 얼굴로 온 세상을/밝히는 저 햇살이 빗질하듯/왕관처럼 머리위에 앉습니다’ 매일 똑같을 것 같은 세무서의 일상 가운데, 이런 낭만이 자라나고 있었다. 

 

 

누구나 한번쯤 독서실 책상에라도 힘이 나는 문구를 붙여본 기억이 있을 테다. 멀게는 옛날 선조들이 고궁 정자의 기둥에 ‘주련’의 형태로 싯구를 붙여놓고 여유를 만끽했다. 딱 떨어지는 실용성은 없어도, 마음 담아 한 구절 적어놓는다는 것이 우리 담벼락 취미의 멋이다.

 

격무에 지친 직원들의 갈증을 풀어주고, 소통을 위한 소모임 장소로도 안성맞춤인 프란시스.

 

네 개의 테이블과 동그란 의자들을 갖춰 놓고, 작은 발상의 전환으로 빌딩숲 속 숨구멍을 틔워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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