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사회에 복지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 단연 화두가 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지금 소위 자본주의 3.0으로 불리는 ‘시장경제 신자유주의’를 금과옥조로 삼고 정책을 수행했던 후유증으로 빈익빈・부익부의 양극화 심화와 반기업정서를 초래해 지속가능한 성장이 한계에 이르렀다.
그 대안으로 첫째, 복지에 대한 능동적인 관심이요, 둘째,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사회공헌, 그리고 나눔(기부)의 실천이 강조된 것이다. 이를 통해 자본주의 4.0으로 불리는 따뜻한 자본주의를 구현해 ‘다 같이 행복한 성장’을 이루자는 것이다.
이러한 따뜻한 자본주의 실현을 위해 기업사회공헌 활성화와 기부문화 정착을 연구해 사회적 전파에 헌신하고 있는 김성호 전 보건복지부 장관(서울국세청장 역임)을 만났다. 수년전부터 몇 차례에 걸친 인터뷰 요청을 했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고사하던 김 전장관이 본인의 연구실인 아셈타워 30층 선진경영연구소에서 필자와 만나 2시간에 걸친 인터뷰를 나누었다. <편집자 주>
6년 전부터 사회공헌-기부문화 중요성 확산...당위성 논리적 전개
"정치적 색채-이념논쟁 배제, 오로지 균형적인 사회발전 기여 목적"
-김 장관께서 국세청에 몸담고 있을 때 특출한 기획력과 친화력으로 지금까지도 존경받는 입지전적인 선배로 회자(膾炙)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소감은?
“입지전적인 선배라는 말은 과찬입니다. 아마 내가 운이 좋게도 일선 세무서 과장에서 바로 세무서장으로 승진해나가고, 경상도 정권에서 호남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수도권 조사국장(중부청)을 거쳤고, 또 서울국세청장에서 국세청 사상 처음으로 차관급인 조달청장으로 영전해 나간데다 (그 당시 외도(外道)라고 화제가 됨)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올라가게 되니까 좋게 봐준 것이겠죠.”
-대학병원에서 사환생활을 하면서 야간학교를 나와 서울대 경영학과에 진학후 행정고시(10회)로 공직자가 된 것도 입지전적인 게 아닌가요?
“아! 그때는 모두가 다 생활이 어려운 때였죠. 전남대부속병원에서 사환생활했던 소중한 경험이 복지부장관할 때 큰 도움이 되었죠.”
-먼저, 수입이 보장된 고위직을 거친 세정전문가인데도 불구하고 단돈 한푼 나오지 않는 바른사회공헌포럼을 운영하고 있는데, 그 배경과 목적을 어떻게 요약할 수 있을까요?
“(잠시 회상하다가) 김대중 정부의 마지막 장관으로 재직할 대 의약분업 후유증 해소와 세계3대 국제기구인 세계보건기구(WHO) 고(故) 이종욱 사무총장 당선에 힘을 쏟다 보니까 장관직을 그만두게 되면 무엇을 해야 할 지 생각할 겨룰이 없었습니다. 새정부들어 공직생활을 마감한 후 제2의 인생의 진로를 고심했습니다. 30여년간 재정ㆍ경제를 전문으로한 공직자로서 마지막에 운이 좋게 복지관련 장이 된 것을 경험으로 해 재정과 복지를 아우르는 연구로 사회공헌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게 씨앗이 되어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면 연구소와 포럼 운영 재정은 어떻게 조달합니까?
“애초에는 기업에 맞춤형 사회공헌분야를 컨설팅해주면 연구에 필요한 비용을 충분히 조달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 일을 하다보니 사회공헌분야로 수익을 내면 내가 하는 일의 진정성이 훼손될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순수한 사회환원과 봉사의 일환으로 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래서 내 개인의 자문료 수입으로 대부분을 충당하고 일부 포럼 회원들의 자발적인 소액회비가 조금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기업이나 정부 후원금은 없습니다.”
-그 동안 바른사회공헌포럼에서 각종 세미나를 통해 사회공헌과 기부문화 확산을 위해 많이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포럼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 주시죠.
“6년전인 2006년 6월에 건전한 기부문화 확산과 기업사회공헌 활성화를 통한 균형적인 사회발전을 도모하기 위하 목적으로 바른사회공헌포럼을 발족시켰습니다.
경영, 경제, 사회복지학 교수들과 사회공헌관련 연구원장, 그리고 경영자문 대표, 회계 및 세무법인 대표 등 55명이 창립회원이었습니다. 지금은 사회각계각층에서 자발적인 참여자가 늘어나 130명의 회원이 있습니다. 전 부산청장을 역임했던 이제홍 가이드스타 대표도 공동대표로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우리 포럼은 매년 2회 이상 정기적으로 사회공헌과 기부문화 관련 세미나를 개최해 이론적으로 체계화하고 우리 사회에 널리 전파시키고 있습니다.
바른사회공헌포럼의 특징은 2가지입니다. 첫째, 일체의 정치색을 배제하고 둘째, 우파․좌파로 구분되는 이념논쟁에서 벗어난 순수한 연구로서 균형적인 사회발전에 기여한다는 점입니다.”
-최근 우리 사회에도 자본주의 4.0으로 불리는 따뜻한 자본주의를 구현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주장이 나오게 된 배경과 실천방안을 정리해 본다면?
“자본주의 3.0으로 불리는 ‘시장경제 자본주의’를 맹목적으로 신봉해 불법만 저지르지 않으면 수단․방법 안가리고 돈을 많이 벌려고 원할 때(탐욕) 그 시스템이 무너진다는 교훈이 바로 서브프라임 금융위기였고 세계경제위기입니다.
우리가 지향하는 자본주의 4.0시대에선 시장의 원리를 존중하면서 시장의 낙오자와 사회적 약자들이 경쟁대열에 함께하는 따뜻한 자본주의를 구현해 ‘다 같이 행복한 성장’을 이루어야 합니다.
이제 대기업은 이윤극대화만 도모하는 시대는 지나 사회공헌과 사회적 책임을 다해 국민을 감동시키고 존경받아야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성장할 있습니다. 부유층, 기업가, 사회지도층도 기부와 사회환원에 적극 동참해 노블레스 오블리쥬(Noblesse Oblige)를 솔선실천해야 존경받는 인물이 되고 사회통합에도 기여해 건강한 사회발전을 도모할 수 있습니다.”
"부유세 신설 반대, 버핏세는 국민동의 얻으면 시행해 볼만"
최근 한나라당과 민주당 일부 국회의원들과 시민단체들이 버핏세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의견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직접적인 부유세 신설은 반대합니다. 오히려 있는 자와 없는 자의 계층간 갈등을 더욱 조장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세계 2위의 부자인 워런 버핏이 주장하고 오바마대통령이 제안한 자칭 ‘버핏세 부과방식’은 국민적 동의만 얻는다면 신중히 검토해 볼만 합니다.
늘어나는 복지재정 확충과 재정적자 해소를 위해서는 재정확보가 필수적입니다. 이의 방안으로 소득에 누진과세 체계를 활용해 최고 과세구간을 신설해 거기에 세율을 높게 매기는 방안이 부유층의 동의와 국민적 합의만 얻는다면 검토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버핏세가 미국처럼 최고 부유층이나 사회지도층이 앞장서주장하는 게 아니라 정치권이나 시민단체에서 먼저 제기되는 게 문제입니다. 우리도 부유층, 대기업가나 전경련이 앞장선다면 반기업정서 해소와 양극화에 따른 계층간 갈등완화에도 크게 기여하리라 봅니다.”
"국세청 명예회복은 뭐니뭐니해도 공정인사가 핵심 관건"
-최근 국세청이 몇 차례에 걸친 불미스러운 일로 국민의 신뢰가 다소 실추된 감이 있습니다. 이를 어떻게 보고 있고 계시며 그 대안은 뭐라고 보십니까?
“나는 국세청의 전통과 장점은 일사불란한 조직의 충성심과 보안유지로 봅니다, 내가 국세청에 몸담고 있을 때 이러한 국세청의 전통을 국정원이나 검찰도 부러워했고 이를 우리 세정인 모두가 긍지와 자부심으로 느끼고 있었습니다.
이 전통이 조금씩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아 안타까운 심정입니다. 다시 이 전통을 복원하는 일은 간단합니다. 인사를 공정하게 하면 됩니다. 국세청 간부와 직원들은 어는 정부부처 조직보다 우수하고 사명감이 투철합니다. 윗 간부가 사심없이 능력과 성실성을 기준으로 공정하게 인사만 한다면 조직이 침체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그리고 고위간부들은 국세청이 마지막 평생직장이라는 소명의식을 갖고 이리저리 출세하려고 기웃거리지 않고 일한다면 조직의 발전은 물론이고 오히려 개인의 발전도 기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정치는 생각 없어...서울시장 시민대표에게 준 뜻 잘 새겨야"
-차제에 국세청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많으실 것 같은데...
“세정업무 수행에는 전문적인 지식과 따뜻한 인간관계가 매우 중요합니다. 이를 나는 알프레드 마샬(Alfred Marshall)이 간파했던 ‘냉정한 머리와 따뜻한 가슴(Cool of head but Warm of heart)’을 갖고 세정업무에 일하라는 말로 국세청에 몸담고 있을 때 늘 강조했습니다.
국세청 직원들은 우수한 두뇌 집단입니다. 신의와 믿음을 신조로 하고 전문적인 세무지식이외에도 경제․사회․문화 등 다방면에도 시야를 넓혀 국세청을 떠나더라도 이 사회에 꼭 필요한 소금이 되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개인적인 질문 하나만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김 장관께서는 고위 관료출신에다가 사회공헌과 기부문화 활성화에 기여한 바가 커 정치적 기반은 충분하다고 보는데 이제 정치계로 나갈 의향이 있으신지요?
“나는 정치할 생각이 없습니다. 미력하나마 지금하고 있는 균형적인 사회발전을 위한 이 일에 소명의식을 갖고 있습니다.
사실 정치는 존경받고 능력있는 분들이 추대받아 해야 되는데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재력이나 연줄을 동원해 국회의원 한번 해보려고 발버둥치는 분들을 보면 안쓰러운 느낌이 듭니다. 지금 국민들이 정치권에 대한 비판으로 선출직으로는 대통령 다음 자리인 서울시장을 시민단체 대표에게 넘기는 현상도 민심과 멀어진 것이 그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