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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6.1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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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률 前 국세청장 '그림로비' 의혹[공판 스케치]

18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1부(부장판사·이원범) 심리로 열린 한상률 前 국세청장의 공판에서는 엄중구 한국미술품감정연구소 대표, 김신구 한상률 前 청장 부인, 장경상 원주세무서장 등 3명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날 공판에서 첫 번째 증인으로 나선 엄중구 한국미술품감정연구소장(샘터화랑 대표)에 대해서는 '그림로비' 의혹의 핵심 증거물인 고(故) 최욱경 화백의 '학동마을' 진품 감정가에 대한 검증으로 진행됐다.

 

미술품감정연구소는 국내에는 화랑 대표들이 주축이 돼 설립한 유일한 근현대 미술품 감정 기관이다.

 

'학동마을' 진품 감정가는 얼마?

 

'학동마을' 진품 감정가를 놓고, 한 前 청장 변호인측은 '학동마을' 구입당시 제시했다고 주장하는 금액인 500만원에 무게를 싣는 반면, 검찰측은 미술품감정연구소가 시가로 제시한 1천만원 이상의 금액에 무게의 중심추를 놓는 모양새.

 

이날 변호인 측은 "갤러리에서 500만원을 주고 그림을 샀는데 감정가가 1천만원이 나왔다면 미술품 가격은 어떻게 책정해야 하는가. 반대로 1천만원을 주고 샀는데 감정가가 500만원이 나왔다면 미술품 가격은 어떻게 되느냐"라고 엄중구 미술품감정연구소장에게 물었다.

 

엄 소장은 이에 대해 "1천만원을 주고 샀는데 감정가가 500만원이 나오는 경우는 없겠지만 발생한다면 화랑이 비양심적이다"면서도 "화랑에서의 가격은 참고가격일 뿐이다"고 답했다.

 

또 '학동마을'의 2007년 감정가를 1천200만원으로 제시한 부분에 대해 "감정연구소가 제시한 가격은 감정위원 5명 이상이 참석한 가운데 그 시대의 상황을 고려해 매긴 가격"이라며 "감정위원들간 10~20% 정도의 금액차이가 있지만 평균가격이 1천200만원으로 나왔고 감정위원들이 이 금액에 대해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최욱경 화백의 그림은 '학동마을' 이전에는 거래된 적이 없다. 엄 소장이 구입한다면 얼마에 구입할 것인가"라는 검찰 측 질문에 대해서는 "故 최욱경 화백은 굉장히 좋은 화백으로 '학동마을'은 최 화백의 그림을 A, B, C, D 등급으로 나누면 A 등급에 속하는 좋은 작품에 속해 경쟁이 붙는다면 1천500만원까지 제시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학동마을이 수선된 것을 알고 감정했느냐. 학동마을은 작가가 직접 수선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는 변호인 측의 지적에 대해서는 "몰랐다. 감정할 때도 보지 못했다"면서도 "그림이 훼손됐다면 감정가는 하락할 것이지만 훼손정도에 따라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림을 감정할 때 도록이 아닌 실물을 직접 보고 감정을 하는 게 원칙이다. 실물을 봐야만 색감 등을 감정할 수 있어 사진으로는 감정이 안된다"면서도 "작품 20점씩 펼쳐놓고 한 작품당 10분정도 감정을 하다 보니 작은 수선흔적은 놓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엄 소장은 또 "도록만을 보고 그림을 구입하는 사람이 있느냐"는 검찰 측의 질문에 대해 "그림을 구입하는 사람은 도록만을 보고 구입하지 않는다"며 "도록만 보고 그림을 구입하는 것은 사진만 보고 결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물을 보지 않고 그림을 구입하는 사람은 30년간 한번도 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굉장히 유명한, 공신력 있는 화랑이 보증을 선다면 실물을 보지 않고도 그림을 구입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변호인측 지적에 대해서는 "믿는 단골 화랑에서 추천을 하고, 그림가격이 저렴하고, 그림에 관심이 없으면 보지 않고도 구입할 수 도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한상률 妻 '눈물의 호소' 재판부 움직일까?

 

엄 소장에 이어 한상률 前 청장의 부인인 김신구씨가 두 번째 증인으로 나섰다.

 

남편의 무혐의를 알리기 위해 유방암 수술을 받고 있는 중에도 증언을 자처했다는 김 씨는 증인석에 앉자마자 한 前 청장의 '그림로비'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눈물을 쏟아냈다.

 

김 씨는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에서 "유방암이 의심된다"는 의사의 소견을 듣고 신촌 세브란스 병원으로 옮겨 진단한 결과 유방암 확진판결을 받아 투병한 바 있다.

 

김 씨는 변호인측과 검찰측이 질문을 이어가는 동안 계속해 눈물을 훔치며 "전군표 前 국세청장의 부인인 이미정씨에게 고마움을 표하고자 그림을 선물하게 됐고, 남편은 언론에 보도되기 전까지 그런 사실을 몰랐다"고 호소했다.

 

또 현금 500만원을 한 前 청장에게 준 것에 대해서는 그림구입자금으로 준 것이 아니라 치매와 중풍, 허리골절을 앓고 있던 친정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에서 준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친정어머니가 중풍과 허리골절로 기어 다니다 시피하면서 홀로 생활했는데 이를 본 남편이 '발 뻗고 잘 수 있느냐'며 집으로 모시고 왔다"며 "친정어머니는 고등학교 3학년인 딸과 함께 방을 썼는데도 남편은 어머니를 모시고 있던 10여년 동안 아무런 불평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남편이 너무나 고마워 감사의 마음에 형제․친지들이 어머니 간병비로 주고간 돈을 모아 500만원을 현금으로 남편에게 줬다"며 "감사의 마음에서 준만큼 어디에 사용했는지 등에 대해서는 묻지 않았다"고 밝혔다.

 

'학동마을과 관련해 사건이 불거진 후 전군표 前 청장의 부인 이미정씨를 원망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이미정씨를 고발하려고 까지 했다"면서도 "하지만 그럴 경우 국세청을 다시 시끄럽게 만들까봐 고발하려는 것을 삭혔다"고 답했다.

 

사건 직후 남편의 사의를 권한 부분에 대해서는 "남편이 부도덕한 행동을 한 것처럼 모든 언론에서 보도해 정신적 충격이 일본 쓰나미처럼 밀려왔다"며 "1년동안 국세청장으로 재직하면서 깨끗한 국세청을 만들자고 강의하고 다녔는데 상처를 입었고 상처 입은 상태로 국세청장직을 수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사의를 권했다"고 밝혔다. 

 

또 "2009년1월 언론에 보도된 당일 저녁에 남편은 일본에서 집에 돌아와 눈을 딱 감고 아무말이 없었다"며 "내가 그림을 준 것이 맞으니 사표를 내라고 몇 번을 말했다. 그러니 '고심해 볼 테니 아무 말 하지 마라'고 말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아울러 그림을 선물한 부분에 대해 김 씨는 "생각이 짧았다. 공직자의 부인으로서 말과 행동을 조심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림심부름 누구에게 시켰는지 기억 못해 '의아'

 

이날 공판에는 한 前 청장의 지시로 그림심부름을 한 장경상 원주세무서장도 증인으로 참석했다.

 

1977년 9급으로 국세청에 입사한 장 서장은 1981년 인천세무서 근무시절 당시 한 前 청장이 과장으로 함께 근무하면서 알게 됐고, 이후 30년간 인연을 맺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 서장은 서미갤러리에서 그림을 구입한 경위를 묻는 질문에 "2007년4월 정책홍보담당관실(현 대변인실)에 근무하고 있을 당시 차장이었던 한 前 청장이 그림심부름을 시켰다"며 "오전에 전화번호가 적혀있는 메모지를 주면서 '가면 뭘 줄 것이다'해서 전화를 걸어 위치를 확인하고 서미갤러리에 가서 도록을 가져와 한 前 청장에게 건넸다. 오후에 '그림 값이다'고 건넨 봉투를 받아 서미갤러리 사장에게 건넸고 그림을 받아와 출퇴근용으로 사용하는 업무차량 트렁크에 실었다"고 설명했다.

 

"비서가 아닌 다른 부서에 근무하는 직원에게 자주 심부름을 시키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본청 소속 직원들은 심부름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경리계 직원들은 경․조사를 챙기고, 기획담당관실 직원들은 국회 심부름을 한다"며 "비서실에 근무한 적이 있어 심부름을 시킨 것 같다"고 답했다.

 

원주세무서장 근무시절에도 한 前 청장에게 기업들로부터 받은 수억원대 자문료를 전달한 것은 근무지 이탈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당시 근무지를 이탈한 것은 맞다"고 시인했으며, 한 前 청장이 미국에 체류할 당시에도 언론요약 보도자료를 보내주는 등 연락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인정했다.

 

감사관팀장, 특별감찰팀 직원 등을 한 前 청장에게 소개한 부분에 대해서는 "조직여론을 들을 수 있어 상황파악하기에 감사관․감찰이 적임이라고 판단해 소개할 수 있는 식사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그림로비' 의혹이 불거진 이후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를 다시 만나 이유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서미갤러리에서 그림을 샀으니 서미갤러리에서 그림을 팔았다고 말해달라는 말을 하기 위해 만났다"며 "당시 그림이 뇌물성으로 사용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어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게 하기 위해 해명을 위해서 구입처가 명확해야 한다고 생각해 사실 확인요청을 위해 만났다. 한 前 청장 사퇴이후에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장 서장은 또 "사건이 불거진 이후 한 前 청장은 그림심부름을 누가했는지 모르고 있어 의아했다"며 "당시 비서관이 물어와 한 前 청장에게 '내가 심부름을 했다'고 말해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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