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률 前 국세청장의 '그림 로비' 의혹과 관련해 부인인 김신구씨는 "남편과 상의 없이 그림(학동마을)을 선물로 줬다"며 한 前 청장의 공모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18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1부(부장판사·이원범)의 심리로 진행된 한 前 청장의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김 씨는 "전군표 前 국세청장의 부인인 이미정씨로부터 화장품, 숄, 스카프, 브릿지, 양식 진주목걸이 등 5~6차례 선물을 받아 품격 있는 선물을 하고 싶어 그림(학동마을)을 선물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17~8년 전부터 이미정씨와 알고 지냈다. 후원활동을 하면서 더욱 가까워졌다"며 " 후원활동 등을 마치고 이씨와 함께한 식사·차값 계산을 내가 했다. 이씨가 식사·차값에 대한 답례로 기능성 화장품을 선물했고, 전 前 청장이 해외출장이나 여행을 다녀오면 비서를 통해 선물을 준적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미정·전군표씨 부부로부터 선물을 받아 답례로 그림을 주려고 했다"며 "그림이 품격 있어 선물로 제격일 것으로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또 "그림선물 전후, 한 前 청장에게 왜 말하지 않았느냐"는 검찰측의 질문에 대해 "남편이 그림을 사오면서 '100만원 주고 그림 하나 샀다'고 해 100만원짜리 그림인 줄 알고 있었다"며 "그 정도의 금액은 남편에게 알리지 않고 내가 알아서 할 수 있는 범위라고 생각했다"며 "일부러 말 하지 않으려고 한 것은 아니다. 중요한 일이었다고 생각했으면 그날 바로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덧붙여 "애들 둘이 유치원부터 대학 졸업 때까지 남편은 한번도 졸업식에 참석하지 않았을 정도로 일밖에 모르는 사람이었다. 밖에 일은 남편이 하고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내가 다했다"며 "이런 이유로 남편에게 그림을 선물했다는 말을 할 생각은 안했다. 사후적으로도 남편에겐 얘기하지 않아, 언론을 통해 '그림로비' 의혹이 터진 지난 2007년12월까지 남편은 몰랐다"고 말했다.
또 "그림선물을 통해 남편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없었나"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10%정도의 마음은 있었겠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잘 해주길 바라는 마음은 없었다. 더욱이 그런 표현을 입 밖으로 절대 내지 않았다"고 답했다.
아울러 "선물을 하지 않으면 해가 될 거라고 생각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 前 청장이 소장한 16개의 그림 중 굳이 '학동마을'을 선물한 이유에 대해 김 씨는 "100만원 이상을 주고 작가에게 직접 구인한 그림도 있었지만, 포장이 된 것은 '학동마을' 뿐이었고 작고 먼지도 쌓여 있지 않아 선택하게 됐다"며 "나머지 그림들은 십수년 동안 집에 걸려 있었거나 오랫동안 쌓여 있어 먼지가 덮였고 판화였다"고 설명했다.
'학동마을' 구입자금과 관련해서는 "중풍과 치매에 걸린 친정어머니를 남편이 받아줘 너무 미안하고 고마워 형제·친지들이 주고 간 간병비를 모아 현금으로 500만원을 만들었고, 음악을 좋아하는 남편이 스피커가 고장나 음악을 듣지 못하는 게 안타까워 스피커를 사라고 돈을 건넸다"며 "얼마 후 그림(학동마을) 한 점을 집으로 가져왔다"고 밝혔다.
구입한 '학동마을'을 걸지 않고 쌓아둔 이유에 대해서는 "도배를 하지 않아 이전에 걸어 둔 그림과 바꾸려면 사이즈가 달라 벽에 자국이 남아 쌓아 놨다"며 "다른 그림들도 이런 이유로 걸지 못하고 학동마을과 함께 쌓아 뒀다"고 강조했다.
"스피커를 사지 않은 것에 대해 왜 물어보지 않았느냐. 선물할 그림을 구입하기 위해 현금을 만든 것 아니냐"는 검찰측의 지적에 대해서는 "현금 500만원은 남편의 고마움에 대한 마음으로 주는 선물이었다"며 "그런 만큼 '어디다 썼냐', '왜 스피커는 안 샀냐'고 따져 물을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정당하게 그림을 샀다면 소득 공제를 위해 카드를 썼을 것이고 추적을 피하려 현금을 사용했다"는 지적에 대해 김 씨는 "카드로 사도록 했으면 남편이 알아서 구입할 사람이 아니라서 마음의 선물 차원으로 현금을 준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다음공판은 내달 8일 오후1시에 속개되며, 전군표 前 국세청장 부인 이미정씨,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 장경상 원주세무서장 등이 증인으로 참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