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부동산 계산방식을 놓고 법원과 국세청이 시각차를 보이고 있어 납세자들의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진창수·부장판사)는 지난 21일 한국전력공사 등 25개 기업이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가 중복 부과됐다"며 관할 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기업들의 손을 들어줬다.
국세청은 그러나 "법원의 판결대로라면 종부세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적용한 부분에 대해 걷고, 재산세 공제는 전체에 대해 하라는 것인데 이는 개정된 법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종부세 부과 방식에 잘못이 없다"고 강조했다.
국세청은 이번 판결에 불복해 상급심에 항소할 방침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2009년 개정된 종부세법 시행규칙상 계산방식에 따르면 재산세액을 일부 공제하지 않은 채 종부세를 부과하게 되는데, 이는 이중과세여서 위법하다"고 밝혔다.
즉 현행 종부세법은 이중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종부세 가운데 재산세를 공제하도록 돼 있는데 시행규칙상 계산방법대로 세액을 산정하면 재산세 중 일부가 공제되지 않아 그만큼 세액을 초과 징수하게 된다는 것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종부세 납세자들은 종부세 기준금액을 초과하는 주택 등 공시가격에 공시가격 비율인 공정시장가액비율(80%)을 적용해 과세표준액을 산출한다.
여기에 재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주택 60%, 토지 70%)을 또 다시 곱해 산출한 금액을 종부세액에서 공제하도록 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공시가격이 10억원인 주택 보유자는 10억원에서 6억원(종부세 과세기준 금액)을 뺀 4억원에 공정시장가액비율(80%)을 적용한 3억2천만원이 종부세 과세표준이 되고, 종부세율 0.5%를 적용해 종부세액을 산출하면 160만원(3억2천만원×0.5%)이 된다.
여기까지는 국세청과 법원 견해가 일치한다.
하지만 재산세액 공제를 위해 주택에 대한 재산세액을 산정하는 부분에서 차이가 난다.
국세청은 종부세 과세표준(3억2천만원)을 기준으로 해서 재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60%)과 재산세율(0.4%)을 적용해 제산세액(76만8천원)을 산출하고, 종부세액(160만원)에 재산세액(76만8천원)을 공제한 83만2천원을 최종 고지했다.
반면 법원과 소송을 제기한 기업들과 법원은 공시가격에서 종부세 과세기준 금액을 뺀 4억원을 기준으로 해서 재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60%)과 재산세율(0.4%)을 적용해 재산세액을 96만원으로 산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럴 경우 종부세액에서 공제해야 하는 재산세액이 국세청이 산출한 금액(76만8천원)보다 19만2천원이 높게 산정돼, 최종적으로 납부해야 하는 최종 종부세 산출액은 국세청 방식보다 19만2천원이 적은 64만원(160만-96만원)된다.
서울행정법원 관계자는 이와 관련 "(국세청 방식의) 종부세 계산방식은 공제되는 재산세액의 범위를 축소한 것으로 조세법률주의에 위반되고, 재산세액을 일부 공제하지 않은 채 종부세를 부과한 부분은 '이중과세'에 해당해 위법하다"고 설명했다.
만약 대법원에서도 행정법원과 같은 결과가 나오면 한전 28억여원, 삼성테스코 15억여원 등 25개 기업이 180억원을 돌려받게 된다.
국세청은 그러나 "법원의 논리대로 하면 오히려 '과세 사각지대'가 발생한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종호 국세청 재산세국장은 22일 브리핑을 통해 "재판부의 판단대로 20%에 대한 공제를 빼줄 경우, 종부세와 재산세가 모두 부과되지 않는 사각지대가 생기는 것"이라며 "종부세는 재산이 많아서 부과하는 세금인데 그들에게 혜택을 주자는 것밖에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2009년 종부세 납세자는 21만2천명으로 납부한 세액은 9천677억원이며 지난해엔 25만명에 대해 1조2천213억원이 부과됐다.
하지만 법원 판결이 확정되더라도 이미 고지된 종부세에 대한 불복소송을 내지 않은 납세자는 2009년과 2010년분 종부세에 대해 환급을 요구할 수 없다.
이종호 재산세 국장은 "국세청이 대법원에서 패소할 경우, 추가 징수분을 돌려줘야 하지만 이는 불복소송을 낸 사람만 해당된다"며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인 건을 제외하고는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불복소송은 고지 후 90일 이내에 하게 돼 있다. 그런 만큼 2009년분과 2010년분은 이미 청구기간이 지났다.
다만 올해 말 고지되는 2011년분 종부세에 대해서는 납세자들의 선택에 따라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국세청은 오는 11월 중순께 종부세에 대한 납세 안내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 국장은 "올해분부터 소송을 제기할 수 있지만 소송을 제기한다고 해서 반드시 환급받는 것은 아니다"라며 "우리도 끝까지 항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