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은행사태에도 몇몇 국세공무원이 관련이 됐다는 소식을 접하자 국세공무원인 게 부끄러웠습니다. 동창들이 수근 될까 봐 모임에도 나가지 못했습니다."
부산지방국세청 소속 직원 이某, 유某, 남某씨 등이 지난 2009년 부산저축은행에 대한 세무조사 때 편의를 봐주고 금품을 받은 의혹 등으로 검찰에 체포돼 조사를 받았다는 소식에 한 국세공무원은 "설마 했는데, 또 이런 일이…"라며 자조 섞인 푸념을 털어 놓았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최근 부산저축은행에 대한 정기 세무조사와 관련해 편의를 봐주고 금품을 받은 의혹 등으로 부산지방국세청 및 산하 세무서 직원 3명을 체포해 조사 중이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부산저축은행의 고문 세무사인 김某씨로부터 '조사 강도를 완화해 달라'는 청탁을 받고 억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러한 소식이 세정가에 전해지자 "큰 사건이 터질 때 마다 국세공무원이 관련돼 있어 이제는 고개를 들고 다닐 수가 없게 됐다. 어딜 가서도 국세공무원이라는 말을 하지 못할 지경이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국세공무원으로서의 자긍심은 바닥에 떨어졌다.
게다가 이번 부산저축은행 사건은 6~7급 등 하위직 직원들이 연루돼 있어 '위에서 아래까지' 곪아터졌다는 비난이 확산되고 있다.
더욱이 지난3월31일 국세청에서 개최된 제2차 공정사회 추진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대한민국에서 역대 기관장이 가장 감옥에 많이 가는 곳이 농협중앙회장과 국세청장"이라고 꼬집은 이후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국세청을 만들자"고 결의를 다지는 등 자정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벌어진 사건이어서 그 충격은 더하다.
국세청은 제2차 공정사회 추진회의 이후 이명박 대통령이 방명록에 남긴 '국민에게 신뢰받는 국세청이 되길'이라는 글귀를 전 직원이 볼 수 있도록 족자에 담아 복도에 걸어뒀다.
국세공무원들은 탈세를 적발하는 과정에서 금전적 유혹에 빠지기 쉬운 만큼 이 글귀를 가슴에 새겨 유혹에서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함일 것이다.
그러나 이번 부산저축은행 사건으로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제 한계가 왔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한 말에 국세청은 피해갈 수 없게 됐다.
이젠 국세청이 진정으로 국민에게 신뢰받는 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공직비리 척결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더 이상 국세공무원인 게 부끄럽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