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상품에 거래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놓고 "국부가 유출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반대하는 입장과 "탄력세율제도를 택했기 때문에 시장이 위축되는 상황은 일어나지 않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파생상품 거래세 도입을 위한 증권거래세법 개정안은 2012년 도입 이후 3년간 유예기간을 거친 뒤 장내 파생상품에 대해 최대한도 0.01%까지의 기본세율에 실제세율 0.001%의 거래세를 부과하자는 내용으로 이혜훈 의원(한나라당)이 발의했다.
이 법안이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통과하고 최종관문인 본회의 처리만 남겨두게 되자 증권노조 및 부산지역 NGO 등은 "파생상품에 거래세를 부과할 경우 국부가 유출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반면 이 법안을 발의한 이혜훈 의원은 "'파생상품거래세법'이 시행되더라도 시장을 위축시키지 않도록 했기 때문에 거래세 부과로 국부가 유출될 것이라고 하는 주장은 잘못된 것"이라며 원안 통과를 고수하고 있어 양측이 한발도 물러서지 않고 양상이다.
파생상품 거래세 부과시 거래세수 오히려 감소
파생상품에 거래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반대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이들은 "파생상품에 거래세를 부과하게 되면 시장이 위축돼 거래세수는 줄어들게 된다"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파생상품 거래세 부과에 반대하는 이들은 "파생상품 거래세 부과로 세수가 늘어나고 국가경제에 도움이 될 지 여부인데 오히려 증권 등 거래세수는 1천100억원 이상 감소해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간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또한 "파생상품의 경우 저비용으로 현재의 위험을 관리하는 상품으로, 이러한 특성을 감안해 미국과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거래세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며 "유일하게 파생상품 거래세를 부과하는 대만의 경우도 외국인 수요의 해외이탈로 인해 거래세를 지속적으로 인하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더욱이 파생상품에 거래세를 부과할 경우 거래수요가 해외로 이전돼 국부가 유출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우려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파생상품 시장 자체가 크게 위축되고, 이로 인해 파생상품 특화 금융중심지 건설이라는 부산의 계획은 물거품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프로그램매매 등 주식시장과 파생상품시장간 연계거래가 감소하고 헤지비용도 증가해 주식시장을 크게 위축시키는 결과가 되면서 기업의 자본조달 기능도 마비될 것"이라며 파생상품 거래세 부과하는 대신 '자본이득과세 도입'을 제안하고 있다.
'파생상품 거래세 부과는 국부 유출' 주장은 '어불성설'
이혜훈 의원은 그러나, "파생상품 거래세 부과에 반대하는 이들이 주장하는 '파생상품 거래세 부과로 국부가 유출된다'는 것은 '어불성설'에 불과하다"며 원안 통과를 고수하고 있다.
이 의원에 따르면 증권거래세법 개정안이 시행되더라도 첫 3년간은 세금을 한푼도 매기지 않을 뿐 아니라 3년 후에도 '시장상황이 좋으면'이라는 단서를 달고 1/10만(0.001%)의 세율을 매기기 때문에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거나 해외로 거래수요가 이전되지 않는다.
더욱이 만에 하나 제도를 시작한 후에 시장상황이 나빠지더라도 시장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그 때 그 때 세율을 조절해 운용하는 탄력세율제도를 택했기 때문에 거래세 때문에 시장이 위축되는 상황은 일어나지 않는다.
이 의원은 게다가 "대만의 주가지수선물상품은 싱가포르(SGX)에 먼저 상장되고 난 후 대만에 상장됐고 상장과 함께 거래세를 부과했기 때문에 거래세로 시장을 뺏겼다든가 시장이 위축됐다는 주장은 잘못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대만, 싱가포르 양쪽 시장 모두 절대규모에서는 성장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만 시장의 선물거래량을 보면 개설이후 매년 급격한 성장률을 보이고 있어 오히려 거래세를 매기고 있음에도 급속한 성장을 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또 다른 금융상품과의 공평과세 차원에서도 파생상품 거래세 부과는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금까지 파생상품에 대해 과세가 되지 않았던 것은 증권거래세법이 열거주의에 따라 과세대상 상품을 나열하는데 증권거래세법 제정당시인 1978년12월에는 파생상품이 존재하지 않아 과세대상 목록으로 열거되지 않았던 것이어서 이제라도 부과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새로운 금융상품이 생기면 과세 대상으로 추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이번 증권거래세법 개정안에 포함된 'ETF 수익증권에 대한 증권거래세 부과(정부 발의법안)' 역시 동일한 맥락으로 과세대상에 추가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거래세를 부과하는 곳이 대만밖에 없다는 주장에 대해 이 의원은 "해외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파생상품에 대해 최고 40%까지 자본이득과세를 하고 있기 때문에 거래세자체가 불필요하다"며 "미국(~39.6%), 영국(자본이득에 따라 10%, 20%, 40%), 프랑스(5만유로 이상의 자본이득 26%), 독일(26.375%), 일본(선물 20%), 스페인(선물 15%), 브라질(15%) 등이 대표적이다"고 밝혔다.
이 의언은 또 거래세가 아닌 자본이득과세를 부과하자는 의견에 대해 "파생상품에 대해 자본이득과세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수년전부터 주장해온 사실"이라며 "이번에 파생상품에 대한 거래세 부과는 자본이득과세로 전환해 나가기 위한 전단계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다만 "자본이득과세가 바람직하나 현재 우리나라는 여건 불비로 주식 증권 등 다른 모든 금융상품에 대해서도 자본이득과세를 못하고 거래세를 부과하고 있는 만큼 주식 등 다른 금융상품에 부과하지 않고 있는 자본이득과세를 파생상품에만 부과하기는 어려운 현실"이라고 밝혔다.
그런 만큼 우선 거래세 틀안에서 금융 상품간 거래 형평성을 먼저 이루고 거래세 틀 자체를 자본이득 과세로 전환해 나가야 한다는 게 이 의원의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