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자체 '조직 진단 및 개편 관련 연구용역'을 수행한 결과보고서의 공개를 놓고 납세자 단체와 힘겨루기를 하고있다.
특히 이 연구용역보고서가 저명한 국제 컨설팅업체의 전문가들이 대거 투입돼 한국의 국세행정을 정밀하게 진단하고 국세행정 선진화를 위한 구체적인 개선책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세청이 왜 이를 공개하지 않는지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무엇보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부부처가 세금을 써서 얻은 연구용역보고서를 조직 내부의 판단으로 국민(납세자)에게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은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시대착오적 행정권 남용'이라는 비판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한국납세자연맹(회장·김선택)은 23일 "국세청이 지난 2008년 조직진단 및 개편을 위해 글로벌 전문컨설턴트에 의뢰한 연구용역보고서를 공개하라고 요청했지만 거절당해 행정심판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납세자연맹에 따르면 국세청에 지난해 10월6일 '국세청 조직진단 및 개편을 위한 연구용역보고서' 정보공개청구를 했지만, 국세청은 공개를 거부했다.
앞서 지난 2008년 기획재정부는 글로벌 컨설팅기관 'BAH(Booz Allen Hamilton) Korea'에 '국세청 조직진단 및 개편을 위한 연구용역'을 의뢰, 보고서가 작성된 바 있다.
기재부는 현 정부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국세행정 선진화 방안'이 선정되면서 국세청의 인력·기능·조직 전반에 대한 조직진단을 통해 국세행정의 효율성·투명성 제고방안을 마련고자 '국세청 조직진단 및 개편'과 관련해 연구용역을 실시했다.
전문 컨설팅 업체인 BAH Korea에 의뢰해 실시된 연구보고서는 BAH Korea 소속 5명의 컨설턴트를 포함한 총 7명의 인력이 국세행정의 기능·조직·인력·투명성·납세서비스 등에 관한 총체적이고 구체적인 진단을 실시했다.
연구비용은 총 8억9천500만원 정도가 소요됐으며, 보고서 작성 기간은 16주(2008년5월19~2008년9월17일)가 걸린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국세청은 정보공개 청구 거부 이유에 대해 "정책수립 또는 결정에 참고하기 위한 내부 자료에 해당돼, 공개될 경우 향후 국세행정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 할 수 있어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라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또 "해당 연구용역보고서는 짧은 기간 동안 국세행정의 가장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국세청의 적절한 참여가 보장되지 못한 상태에서 작성됐다"며 "외국제도의 단순한 벤치마킹에 치우친 일방적인 주장과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이에 덧붙여 "해당 연구용역보고서는 기본적 사실관계와 논리적 추론에서 문제점이 많은 보고서"라며 "외부에 공개하게 될 경우 국민의 알권리에는 기여하지 못하고, 오히려 대내외적인 혼란과 비생산적인 사회적 논쟁만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납세자연맹은 이와 관련 "국세청 스스로 제멋대로 '용역의 질'과 '국민의 알권리'를 판단하라고 국회가 국민을 대표해서 8억9천500만원에 달하는 연구용역 관련 예산을 책정해 준 게 아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연맹은 또 "국민의 혈세로 약 4개월간 진행된 이번 연구보고서의 주요내용이 일부 언론에 공개된 바도 있다"면서 "국세청 조직개편이 이미 마무리됐고, 외부연구용역의 질이 어땠는지는 국민(납세자)이 판단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김선택 연맹 회장은 "설혹 연구보고서가 미국 등 선진국의 선진 국세행정 도입을 권고했다 하더라도 한국이 도입할 처지인지 시기상조인지는 국회와 국민들이 판단해서 결정할 문제이지, 국세청이 법과 제도 위에 군림하면서 판단할 문제인가"라고 반문하면서 "투명한 국정운영과 선진 국세행정은 말로 하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납세자연맹은 지난해 10월28일 국세청이 내린 연구보고서 비공개 결정에 대해 지난1월25일 행정심판청구를 제기했으며, 현재 심리가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