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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6.24. (화)

담배가격 인상 논란, 확실하게 정리하자

成 明 宰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

우리나라의 담배가격은 2005년 1월 이래 현재까지 대부분 변화없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5년이면 강산이 절반정도 변한 만큼 짧지 않은 기간이다. 그 동안 소비자물가는 대략 15% 상승했다. 이는 거꾸로 지난 5년간 담배 실질가격이 15% 정도 하락했음을 의미한다.
 가격이 상승하면 수요량이 줄고 가격이 하락하면 수요량이 증가하는 것은 굳이 경제이론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자명한 사실이다. 2000년대 초·중반에는 거듭된 세금 및 관련 부담금 인상을 통해 담배가격이 크게 인상됐다. 담배소비량과 흡연율은 크게 하락했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이후에는 다시 담배소비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여성 및 청소년 흡연 증가가 두드러진다. 실질가격 하락이 주된 요인인 것으로 추정된다.
 흡연 또는 금연을 하는 동기는 매우 다양하다. 그렇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가격이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담배라는 기호품 자체가 강력한 중독성을 지니는 만큼 흡연자 개별적으로는 담배 소비량과 담배가격 사이의 상관관계가 두렷하게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국민경제 전체적으로 보면 가격과 담배 소비량 사이에는 분명히 역의 상관관계가 존재한다. 바로 이런 배경 하에서 담배가격 인상을 통한 담배소비 억제, 또는 흡연율 하락정책이 거론되곤 한다. 작년 여름 한국조세연구원에서 정책토론회를 개최해 담배 관련 세제개편 방안을 제안했을 때와, 지난 3월5일 전재희 보건복지부장관이 담배가격 인상 필요성을 제기했던 것은 모두 궁극적으로 담배 소비를 억제하자는데 근본 취지가 있다.
 담배가격의 인상 주장은 비단 이번뿐만이 아니다. 각종 건강 및 환경단체는 물론이고 상당수의 소비자단체에서도 흡연의 위험성 등을 들어 담배가격 인상을 주장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번번이 그 주장이 실현되지 못한 것은 그만큼 반대여론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상당수의 전문가와 흡연의 유해성과 금연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단체에서는 흡연 억제를 위한 규제 강화와 함께 가격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의 일치를 보고 있다. 특히 장기효과 측면에서는 가격인상의 필요성이 더욱 두드러짐을 강조한다.
 가격 인상을 반대하는 측에서는 담배가격의 인상이 서민부담을 증가시킨다는 점을 가장 큰 반대요인으로 든다. 찬성하는 측에서는 오히려 부담이 돼야 담배 소비를 줄일 것이며, 결과적으로 담배지출 감축을 통해 가계수지를 개선할 수 있음을 주장한다. 필자의 견해로는, 담배가격 인상이 단기적으로는 서민부담을 증대시키지만, 장기적으로는 금연 확산을 통해 가계수지 개선효과가 훨씬 더 클 것이라는 데 동의한다.
 지난 십수년간 담배가격을 인상하느냐 마느냐의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차제에 이에 대한 논란을 근본적으로 종식시킴으로써 낭비적 논란으로부터 해방될 필요가 있다. 최근 정부(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정책방향에서는 담배가격의 인상 필요성만을 얘기했을 뿐 구체적인 시기나 방법, 인상수준 등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어떤 방식으로 담배가격을 인상하느냐에 따라 효과가 천차만별일 수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기왕 논란이 된 김에 금년 내에 입법을 통해 담배가격 조정이 종결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담배 선진국의 예를 볼 때 보건복지부보다는 세금을 담당하고 있는 국세 담당부서에서 국세로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이 보다 정석인 것으로 판단된다. 이런 점에서 과세당국에서 침묵하고 있는 것은 오히려 의아스럽다. 다만 담배가격 인상에 대한 조세저항이 크기 때문에 과세정책방향을 선회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뒤따르는 논란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렇지만 국가 백년대계를 내다볼 때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되지 않는 가하는 것이 아쉬움이 남는다.
 표면적인 형식논리와 달리 운용되고 있는 현행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의 부과논리상 설득력이 미약하다. 부담금 형태보다는 객관성이 높고 낭비 가능성이 작으며 지출 효율성이 높은 국세로 과세하는 경우가 보다 바람직하다. 방법론상으로는 현재와 같이 일회성 인상방법을 선택하는 것으로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문제의 불씨를 몇년간 뒤로 연기함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필자가 기회가 닿을 때마다 주장하는 바이지만 담배세율 체계에 물가연동제를 도입함으로써 물가상승에 관계없이 담배의 실질가격이 일정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자동조정장치의 도입이 절실하다. 물가연동제를 도입하면 실질가격이 일정하게 또는 목표수준으로 유지된다. 그렇게만 될 수 있다면 최근과 같이 실질가격이 하락하면서 담배 소비가 증가하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
 사회적으로 시끄러운 담배가격 인상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한 만큼 일회성으로 끝내지 말고 정부가 확고한 의지를 갖고 영구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향으로 과감히 세제개편을 단행하기를 기대한다.
 ※본면의 외부기고는 本紙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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