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산한 회색빛 하늘 아래 삭풍이 부는 요즘 날씨만큼이나 국세청의 분위기는 싸늘한 모습이다.
'미술품 강매혐의'로 구속된 안원구 국세청 국장측의 메가톤급 폭로가 연일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안 국장은 지난달 중순경 검찰에 전격 체포돼 조사를 받았다.
부인 홍某씨가 운영하는 가인갤러리를 통해 미술품을 기업들이 비싸게 사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혐의였다.
이후 안 국장이 구속된 다음날 부인인 홍씨는 "2007년 12월 한상률 당시 국세청장이 대구지방국세청장이던 남편에게 국세청 차장 자리를 제의하면서 3억원을 요구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고위층이 안 국장의 사직을 종용했다'는 내용이 담긴 국세청 감사관과 안 국장간의 전화통화 녹취가 공개되면서 안 국장이 왜 사퇴 종용을 받게 됐으며, 이 과정에서 국세청 관계자가 언급하는 '청와대 최고위층'은 누구인지 등 사건은 갈수록 의혹이 증폭됐다.
의혹이 증폭되자 미국에 체류 중인 한상률 전 국세청장은 지난 3월 출국후 처음으로 지난달 25일 현지 주재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한 전 청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3억원을 요구했다는 의혹과 관련 "잘 알지도 못하는 부하직원에게 그런 요구를 하는 얼간이가 있겠나"라며 전면 부인했고, 청와대에 태광실업 세무조사 관련 내용을 직접 보고했다는 안 전 국장의 주장에 대해서는 "그런 내용은 청와대에 보고하지도 않으며, 옆에 사람이 있는데 그런 보고를 했겠느냐"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이러한 해명에도 의혹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한 전 청장과 안 국장간 진실게임 양상으로 번졌다.
게다가 한 전 청장의 '그림로비' 사건과 관련해 장某씨가 최근 참고인조사에서 "당시 한상률 국세청 차장의 심부름으로 자신이 직접 갤러리에 가서 문제의 그림 다섯점을 구입해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의혹은 눈덩이처럼 커졌다.
더구나 안 국장이 민주당 '한상률 게이트 진상조사단'과의 면담에서 "도곡동 땅이 이명박 대통령의 소유라고 적시된 문건을 직접 봤다"고 주장하면서 국세청 내부만의 문제에서 정치권으로 번져 나갔다.
더 나아가 박지원 의원(민주당)은 지난 7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한 전 청장이 과거 국장시절 신성해운 측으로부터 5천만원을 수수했었고 이를 검찰에서 조사했지만 무혐의로 결론을 내렸다"며 그 이유에 대해 따져 물었다.
이같은 의혹들에 대해 국민들은 상당히 혼란스워 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엉킨 실타래를 풀 사람은 누군가 라는데에 방점이 찍힌다. 한상률 전 국세청장에게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