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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6.29. (일)

[시론]건국60년에 회고하는… <곽태원 교수>

-건국60년에 회고하는 우리 재정의 성과-

 

어떤 건국 60주년 기념 학술대회에서 우리나라 재정 및 조세정책의 성과와 과제에 관한 발표를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우리나라의 재정이 이룩한 성과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거의 아무 것도 없는 상황에서 그것도 국토의 반쪽만 가지고 나라를 세워서 반세기를 조금 넘기는 사이에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그리고 선진국 클럽이라고 할 수 있는 OECD 회원국으로 도약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은 너무나 감격스러운 일이다. 올림픽에 나가서 경기하는 우리 젊은이들의 건장한 체구와 당당하면서도 세련된 매너를 보면서 얼마나 자랑스럽고 감사했는지 모른다.

 

고속도로를 거미줄처럼 건설하고 항만, 공항, 그리고 대도시의 지하철 등을 건설해서 산업 활동은 물론 국민들의 생활이 편리하고 윤택하게 한 것도 재정이 한 일이다. 도시 집중, 산업발전 등으로 환경이 악화되기 쉽지만 환경에 대한 투자도 게을리하지 않아서 우리는 전보다 훨씬 더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다.

 

소득재분배와 사회보장도 현대 재정의 중요한 기능이다. 우리 국민 중에는 우리나라가 복지도 형편없고 소득 불균형도 매우 심한 나라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 것 같지만 소득불균등도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편이며 선진국들이 가지고 있는 사회 보장제도도 거의 다 갖추고 있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이런 모든 것보다 더 중요한 성과는 바로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체제를 세우고 지키고 정착시키는데 성공했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을 재정의 공으로 돌릴 수 있느냐고 반문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그렇게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재정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은 국방이나 치안 등 순수공공재를 적절하게 공급하는 것이다. 이것은 시장이 제대로 기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다는 의미를 가진다. 모든 국민들이 안심하고 자기가 원하는 생업에 종사하며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기본여건을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사유재산제도와 계약의 자유 즉 자유롭고 자발적인 거래활동을 보장해주는 것이 현대 정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장경제체제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것이야말로 재정의 가장 기본적인 임무에 속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건국 당시 우리의 경제상황이 얼마나 열악했었는가? 그러니 재정은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그런 형편이었는데 나라의 안팎에서 우리사회를 분열시키고 공산화시키려는 음모와 공격이 얼마나 집요하게 그리고 위협적으로 지속됐는가? 그리고 마침내 소련과 중국을 등에 업은 북한공산집단의 기습남침으로 3년 동안이나 격렬한 전면전쟁에 휘말리게 되지 않았던가? 그런데 공무원 월급을 주기도 어려웠던 재정을 가지고 이러한 전쟁을 수행해 적군을 격퇴하고 다시 대한민국이 이 땅에 뿌리를 내리고 번영할 수 있는 기틀을 놓았다는 것은 정말 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전쟁의 폐허와 글자 그대로 굶주림과 헐벗음만이 풍성했던 이 나라를 이처럼 자유롭고 윤택한 나라로 만들어서 이제는 사회주의체제의 위협이나 유혹을 물리치고 더 장구한 번영을 바라볼 수 있는 단계에까지 나올 수 있게 된 것이 얼마나 경하할 일인가?

 

그동안 우리 재정의 운용에 좀 비효율이 있었고 투명하지 못한 부분이나 문제가 없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 커다란 성과 한 가지가 모든 것을 덮을 만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물론 더 효율적이고 투명하고 효과적인 재정운용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그러나 그 열악한 환경 가운데서 이 건국의 위업을 이룩할 수 있었던 요인을 생각해 보면 재정 운용의 제도적이거나 기술적인 요소들보다 사람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주의의 개념도 제대로 가지고 있지 않았던 사회에 자유민주주의의 우월성을 선각하고 그 실현을 위해서 헌신했던 건국대통령과 운명처럼 생각되었던 빈곤을 몰아내기 위해 과감하게 도전했던 경제성장 대통령 등 위대한 지도자들이 있었다. 이들은 모두 국민의 단결과 화합을 이끌어 내었고 그래서 전장에서 그리고 산업전선에서 우리의 수많은 젊은이들이 피와 땀을 흘리며 이 자랑스러운 조국의 건설을 이룩해 낼 수 있었다. 물론 우수하고 헌신된 공직자들의 기여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재정제도를 잘 만드는 것보다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은 지도자뿐만 아니라 일반 공직자들의 자질과 자세가 매우 중요하다는 주장을 포함하는 것이다.

 

그리고 건국 60년을 돌아보면서 우리가 정말 힘들 때 우리를 아낌없이 도와준 우방들에 대한 감사를 잊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새삼스럽다. 이것은 사람의 기본적인 도리이다. 당당한 우리의 젊은이들이 자랑스럽지만 반미를 부르짖는 이들을 보면 얼굴이 화끈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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