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곤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의 전군표 국세청장 뇌물상납의혹사건과 관련 검찰의 '압박'이 강도를 더하고, 전군표 국세청장이 이에 강력히 반발하는 사상 초유의 양상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우려'의 목소리가 비등하다.
사건실체의 진실성 보다는 어느새 전군표 국세청장과 검찰의 힘겨루기 형국으로 이 사건이 돌아가고 있는데 따른 '걱정'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국세청장과 검찰이 서로 상대를 비난하는 '성명전'을 하는 와중에 국민들은 두 권력기관의 '힘겨루기'를 흥미로운 눈길로 바라보고 있는 지경이 돼 버렸다.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어쩌다 이런 지경이 되었을까. 결과가 어떻게 종결되든 검찰이나 전군표 국세청장 모두가 막대한 부담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이례적인 검찰의 '모호한 행보'
정상곤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이 전군표 국세청장에게 뇌물 6000만 원을 건넨 의혹이 있다는 말은 검찰 주변에서 처음 흘러 나왔다.
지난 22일 오후 늦게부터 전파되기 시작한 '전군표 청장 뇌물수수'설은 23일 이후 검찰이 보여준 애매한 행동으로 인해 의문이 한껏 증폭됐다.'의혹'에 대한 언론의 확인 요청에 검찰은 단호하게 '아니다' '맞다'를 확인해 주지 않고 '유추해서 판단하라'는 식으로 대응했다. 특정 사건수사에 대한 검찰의 답변 관행으로 볼 때 이 사건의 경우 '검찰이 확인 했다'고 인식하기에 충분한 모습을 보여 준 것이다.
23일 이후 27일까지 검찰은 이 사건과 관련 이례적이라 할만큼 많은 말을 쏟아냈다.
"성역 없이 조사할 것이다" -"정 전 청장이 전군표 국세청장에게 인사청탁을 위해 돈을 건넸다고 진술한 시점은 8월16일 정 전 청장의 기소 이후다"- "소환하게 되면 검찰수사 역사상 현직 국세청장은 처음이 될 것이다"- "(전 청장을)소환 문제는 한번 소환하고 마는 문제가 아니다"- "전군표 국세청장의 계좌 등에 대한 압수 수색을 포함하고 혐의 입증을 위해 다각도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인사청탁이라고 진술했다. 인사청탁이 성공했는지 실패 했는지는 모르지만 혐의적용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검찰은(정동민 부산지검 2차장) 26일 감정이 많이 섞이지 않았나 싶을 정도의 톤으로 발언의 수위를 한층 더 높였다.
"이미 얘기 했듯이 (정 전청장은) 인간적인 고뇌가 엿보였고 고민해 가면서 진술한 것이다. 내가 직접 만나봤다"- "(전군표 국세청장의 '정신이 나간사람 발언에 대해)최소한 지킬것은 지켜야지"-"여기가 방송국인줄 아느냐 시나리오를 쓰게"-"비아냥거림이 아니라 (국민들이)오해를 하게해서는 안 된다.(국세청장이) 막말을 막 해서...."- "사표를 내든 안 내든 수사에는 영향이 없다"
급기야 27일에는 정상곤 씨에게 이병대 부산청장이 국세청장에게 돈을 줬다는 진술을 번복해달라고 했으며, 검찰이 이병대 부산청장 핸드폰 통화내역을 분석하고 있다는 말까지 흘러 나왔다.
검찰의 이런 발언과 행동은 매우 이례적일 뿐 아니라 그 '불편한 심기'가 어느 정도인지를 충분히 짐작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검찰의 '심기'가 어떻하냐가 아니라 수사중인 특정 사안에 대해 검찰이 보여주고 있는 지금의 행동은 국민적 공감을 얻기가 어렵다는데 있다.
또 18,000 여 명의 직원을 거느린 국세행정 최고 책임자에 대한 수사를 말을 먼저 앞세워가며 하고 있다는 것은 평가받을 일이 못된다는 것이 법률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가중추기관의 수장을 수사하면서, 그 기관의 안정과 직원들 사기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는 것이다. 이는 '성역없는 수사'와는 완전 별개다.
법조전문가들은 어떤 결과가 나오든 검찰이 이번 사건을 '여론몰이 수사'로 마무리 했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여지를 스스로 만들어 놓은 측면이 있다고 말한다.
전군표 국세청장은 어떠했나
검찰수사가 진행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전군표 국세청장의 행보가 세련되지 못한 부분이 여러곳에서 확인됐다.
결정적인 것은 23일 오후의 '잠적'이다. 이날은 '전군표 국세청장 인사청탁 뇌물수수의혹'이 매스컴의 집중조명을 처음 받을 때였다. '의혹'+'잠적'이 동시에 일어남으로인해 많은 국민들은 진실여부에 관계없이 '사실'로 인정하게 된 것이다. 만약 그때 '잠적'만 하지 않았더라도 이 사건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지금처럼 악화되지는 않았을 수 있다는 견해가 많다. '어디가서 무엇을 했을까' '구명운동을 위해 모처를 방문했다' 등등 많은 억측을 낳았는데, 그 때의 '잠적'은 아직까지 전군표 청장의 '약점'으로 남아 있는 것같다.
또 극도의 억울한 마음에서였는지, 아니면 적극적인 '자구책'에서였는지는 아직 알 수 없으나 격한 감정이 섞인 발언을 많이 쏟아냈다.
전 청장은 이른바 '출·퇴근길 발언'을 통해 "거대한 시나리오가 있는 것같다"- "복잡한 김상진은 간데 없고 전군표만 남았다"-"정신 나간 사람(정상곤) 의 진술은 믿고 내말은 안 믿는다" 는 등의 발언으로 검찰을 향해 강한 불만을 나타낸 것이다.
특히 "(검찰이)내가 돈을 안 받았다는 것을 입증하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말도 했다. 듣기에 따라서는 '어차피 각본에 의한 것이니까 사법처리를 각오하고 있다'와 검찰을 우회적으로 비꼰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래서 전군표 청장의 이런 행보가 결과적으로 검찰을 자극해서 '대결구도'를 만들고 만 셈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 청장으로서는 나름대로 생각이 있었겠지만, 자신이 18,000여 국세청직원을 거느린 권력 핵심기관의 수장이라는 점을 감안해서 말과 행동에 보다 신중을 기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적지않다. 특히 1억원 이라는 거액이 현직 국세청 간부에게 뇌물로 전달된 사건과 연관되어 진행중인 검찰수사를, 화살이 자신에게로 향하자 '시나리오'로 '평가절하'해버린 것같은 상황을 만든것은 그에게 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꼽씹어 볼 것은 '자식 많이둔 아비가 큰 소리 못친다'는 격언을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는 '충고'도 있다. 국세청과 검찰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이 현실을 국세청 대가족은 심각한 심정으로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다는 것이다.
심상치않은 검찰수사 방향, '전방위'로 가나
27일 검찰 주변에서 흘러나온 '이병대 부산지방국세청장 핸드폰 통화내역 분석'과 '이병대 부산지방국세청장이 윗 선의 지시로 정상곤 씨 측과 접촉, 전군표 청장에게 뇌물을 줬다고 한 발언을 번복해달라고 부탁했다'는 소식인데. 이것이 사실일 경우 앞으로 이 사건의 검찰수사방향과 그 강도를 예단해볼 수 있는 가늠자가 된다는 분석이다.
또 검찰의 분위기로 보아 전군표 청장 본인 외에 주변 인사에 대한 계좌추적조사를 어떤 수준까지 할지도 관심거리다.
검찰이 계좌추적을 하는 것은 전 청장에 대한 '초 압박 카드'로 볼 수 있다.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전 청장을 사법처리까지 염두에 두고 수사를 본격화했다는 의미도 된다. 문제는 검찰은 전 청장의 혐의가 국세청 상납 관행의 단초가 잡힌 것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어 다른 상납비리가 포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점이다. 이렇게 될 경우 전군표 청장에 대한 검찰 수사는 전혀 '예측불허'가 될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 많다.
상황전개에 따라서는 전군표 국세청장 핵심참모들, 또는 그 외에까지 수사의 불똥이 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사법계 전문가들은 검찰의 이 사건 수사영역은 매우 넓다고 봐야한다고 말한다. 검찰이 아직은 정상곤 씨가 인사청탁용으로 전 청장에게 돈을 건넸다고 '범위'를 국한 시키고 있지만 '관행적 상납'부분에도 관심을 떼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여의치 않을 경우 언제든지 '관행적 상납'이 과연 어느정도인지 진실을 규명한다는 명분으로 파고들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는 것이다. 검찰이 수사범위를 확대하더라도 그 명분(현직 국세청간부 1억 원 뇌물사건)이 워낙 크기 때문에 여론의 지지를 얼마든지 얻을 수 있다는 점도 검찰에 힘을 실어 주는 부분이다.
어떻게 마무리돼도 모두 상처, 양측의 선택은?
지금 현재로서는 전군표 국세청장이나 검찰이 감정 섞인 기(氣)싸움을 하고 있는 형국이어서 결론이 어떻게 나더라도 양측 다 상처를 면하기는 어렵게 돼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중론이다.
먼저 검찰입장에서 보자.
설영 전군표 국세청장이 소환되고 사법처리까지 간다해도 검찰의 '완승'으로 보기는 어렵게 돼있다. 수사기간이 길어진 것과 '설' 유출로 인해 검찰수사의 정확성과 기민성, 또 완성도와 수사보안문제까지 상당한 흠결이 났다고 봐야하기 때문이다.
법률전문가들은 특히 정치적 사안이 아닌 공무원 뇌물수수라는 지극히 단순명료한 사건을 놓고 수사대상 상대방과 벌인 일련의 '공방 '은 검찰수사의 자존심에 상처가 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반대로 혐의를 입증하지 못해 사법처리가 불발로 끝날 경우 검찰은 엄청난 국민적인 비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또 참여정부의 도덕성 뿐 아니라 검찰권의 힘을 상실한 노무현 대통령은 극심한 레임덕 현상에 빠지게 되고, 대선정국과 맞물려 정치권 전체가 혼돈속으로 빠질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따라서 '(검찰이)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전군표 국세청장 입장은 어떤가.
만약 끝내 확실한 증거가 드러나 사법처리가 된다면 전군표 청장은 그야말로 두번 죽는 것 이상의 명예실추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40 여년간 쌓아온 국세청의 대국민 신뢰를 물거품으로 만든 장 본인이라는 '멍에'를 한 평생 떠 안아야 하고, 30만 전·현직 국세청가족들의 원망과 분노를 한 몸으로 감당할수 밖에 없는 것이다.
반대로 '무혐의'가 됐을때는 전군표 청장 본인은 물론 국세청의 대국민 이미지는 어느정도 만회하겠지만, 그 반대 경우의 엄청난 상처에다 비하면 오히려 '손해'라는 손익계산이 나온다고 세정전문가들은 말한다. 특히 18,000 여 직원을 거느린 막강한 권력기관의 수장이 같은 권력기관인 검찰과 국민들이 보는 앞에서 첨예한 대립각을 세웠다는 사실은 두고두고 부담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또 검찰과 공방을 벌이는 과정에서 '뇌물' '관행적인 상납' '인사청탁' 등 공직기관에서 결코 떠 올리기 싫은 낱말들이 국세청과 관련지어 난무했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이미지 손상을 가져왔고, 이는 어디서도 보상 받을 길이 없는 손실인 것이다.
전군표 청장이 사표를 내면 어떻게 될까.
현재로서는 그 방법이 가장 효용성 있는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여러 정황상 검찰에 소환되는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로 보이는데, 전군표 청장이 현직을 유지하면서 검찰에 소환되는 사태는 국세청은 물론 정부에도 엄청난 부담을 떠 안게 된다. 세정가 인사들은 전 청장이 스스로 물러나서 조사를 받겠다고 한다면 파장은 어느정도 순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전 청장이 조만간 사건의 진실과 관계없이 조직을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사법처리 전에 사표를 낼 가능성이 많다. 물론 본인의 선택에 달려 있다.
어쨌거나 이 사건은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전군표 국세청이나 검찰 모두 크나큰 상처를 입을수 밖에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다. 그것은 매끄럽지 못한 검찰수사. 절제 안 된 전군표 청장의 대응 등이 혼합돼 빚어진 결과라는 것이다.
만약 이 사건 수사가 완벽하게 진행됐고 서로 신중한 처신이 있었더라면, 전국민이 보는 앞에서 권력기관끼리 보기 민망한 공방을 벌이는 일은 없었을 것이고,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거나 잉태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것이 이 사건을 바라보는 대체적인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