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부터 전문직사업자와 일반사업자 중 복식기장의무자를 대상으로 사업용 계좌등록제도가 시행된 가운데, 국세청과 납세자간의 물밑 신경전이 서서히 열기를 띠고 있다.
현재까지는 별도의 가산세를 물리지 않는 등 벌과금 규정이 없어 납세자로부터 큰 반발을 사고 있지는 않으나, 제도가 본궤도가 올라서는 내년부터는 가산세(1천분의 5)의 현실화로 갈등구조가 첨예화될 가능성이 많다는 게 납세자단체를 비롯한 조세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이같은 예상은 본지가 동 제도 시행 즈음에 전국 일선직원 및 세무대리인은 물론, 납세자를 대상으로 긴급 여론탐문에 나선 결과로, 과세당국의 도입취지와 달리 실제 납세자와 세무대리계에서는 부정적인 목소리가 월등해 제도 정착이 결코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금번 제도시행에 있어 대부분의 국세청 직원들은 제도 시행에 대한 정당성과 합리성에 대해서는 이론(異論)의 여지가 없음을 한 목소리로 외치고 있으나, 제도 정착에 이르기까지 납세자들로부터의 큰 반발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직원들은 납세자들의 반발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측면에서 보다 유연한 운영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납세자가 체감중인 동 제도의 파괴력은 생각보다 컸다.
취재에 응한 납세자들은 개인의 금융거래절차까지 국가가 과연 강제화할 수 있는가?에 의문을 보였다.
납세자 일부에서는 이번 사업용계좌등록이후 인터넷뱅킹에 따른 각종 수수료만도 엄청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금융기관이 최대의 수혜자임을 비꼬기도 했다.
납세자들은 무엇보다 업종을 가리지 않고 일괄적으로 사업용계좌를 통한 금전거래 강제화에 크게 반발하는 등 현장을 도외시 한면이 적지 않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국세청과 납세자간의 대척점 중앙에 서 있는 세무대리계의 경우 조금은 복잡·미묘한 입장에 처해 있는 상황이다.
기장 업체 가운데 복식기장 사업장를 상대로 사업용계좌등록의 필연성을 설명하는 등 권장을 하고 있기는 하나, 제도 시행에 대한 납세자들의 불평과 불만을 고스란히 감당한데 따른 고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각 사무소 영업방식만을 놓고 보더라도 각종 자료증빙 업무가 더욱 빡빡해 질 것은 명확하나, 이에 따른 제반경비 등을 납세자(기장의뢰자)에게 전가하기란 결코 쉽지 않아 결국 제도 시행에 대한 불만이 높아가고 있는 것이다.
앞서처럼 7월 현재까지는 별도의 가산세가 적용되지 않아 물밑 신경전에 머물고 있으나 동 제도가 본격 궤도에 오르는 내년을 기점으로 국세청과 납세자간의 갈등은 더욱 첨예화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예상이다.
재경부와 국세청 등이 6개월도 채 남지 않은 본격적인 이 제도시행에 앞서 납세자와 세무대리계가 지적하고 전망하는 각종 난맥을 앞서 처방하지 않으면 이 제도의 성공은 장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다음은 본지가 6.31일부터 일주일가량 전국 일선 세무서 직원 및 세무대리인, 납세자들을 상대로 사업용계좌제도에 대한 질의시 이들이 밝힌 어록들을 요약한 것이다.
사업자들 분위기파악에 주력, 어느정도 반발은 예상
돈을 감춰놓을 여지가 좁아지기때문에...세율조정 필요
■국세청
△A 세무서 과장- “매년 획기적인 제도가 도입됨에 따라 對 납세자 홍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업용계좌제의 경우 현금영수증과 맞먹는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되나, 현재로서는 적극적인 홍보보다는 사업자들의 분위기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B 세무서 과장- “사업용 계좌제에 대해 사업자들이 제대로 숙지를 못하고 있어 큰 반발이 없는 상황이지만, 금년 말까지 계좌개설 완료, 내년부터 미개설 또는 미사용한 수입금액의 0.5%의 가산세를 부과할 경우 조직적인 반발이 불 보듯 뻔하다.”
△C 일선세무서 C직원- “사업용 계좌 사용이 복식부기 사업자 및 전문직 사업자로 정해져 있고, 품목에서도 모든 수입 및 지출을 이 계좌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으므로 모든 사업장 및 모든 품목에 대해 사업용 계좌를 사용토록 해야 한다. 그래야만 세원투명화에 한발 더 전진하는 것.”
△D일선세무서 D 직원- “사업용 계좌를 법제화 하더라도 현재 탈세를 조장한 사람들이 탈세를 조장하지 못할 이유가 없고 가산세도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가산세 낼 테니 한번 찾아 봐라’고 버틸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E 세무서 과장- “징벌적 가산세율을 현재수준보다 확대해서 탈세를 할 경우 기업이 망할 수도 있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F 세무서 과장- “인건비와 임대료에 한해서 찍어야 한다는 뜻이고 그렇지 않으면 일단 가산세를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불가피한 면이 있다면, 예외 조항이 있어야겠지만 지금으로서는 불가피한 면을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G 세무서 과장- “사업용계좌에 대해 아직 정확히 어느 정도 신고했는지 모르겠다. 사업주들이 싫어할 것은 분명하다. 돈을 감춰놓을 수 있는 여지가 점차 없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율을 조정하긴 해야 한다.”
△H 일선세무서 직원- “비록 세무관청에 몸을 담고는 있으나 세무행정효율성만을 지나치게 강조한 것이다. 등록된 사업용계좌로 거래하면 맞고, 그렇지 않으면 실제 거래내용도 부정하겠다는 논점이다. 조금만 더 나아가면, 아마도 일반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거래가 이뤄질 때마다 국세청의 승인을 받으라는 간섭까지 일어날 것이다.”
납세자 자신이 아니라 국세청을 위해 사업하라는 격
탈세때는 조사하면될 일이지 개인 사생활을 왜 침해 하나
■납세자
△A 납세자- “세무대리인이 사업용계좌를 만들어야 한다고 해서 2개를 만들었다. 사업을 잘해 세금을 잘 내면 되는 것이고, 세금을 잘 내지 않으면 국세청이 조사해서 추징하면 될 일이지 개인 영업권까지 침해해서야 되겠느냐.”
△B 납세자- “임대료의 경우 보증금을 넣고 월세를 내지 못해서 보증금을 까먹는 경우가 많다. 건물주는 내보내지 못하니까 보증금을 그때그때 제외하는 식으로 처리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럴때 어떻게 계좌에 넣었다 뺐다 할 수 있는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세세한 예외 조항들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C 납세자- “개인사업자들은 ‘회사 돈이 내 돈이고 내 돈이 회사 돈’ 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그동안의 습성과 인식을 하루아침에 바꾸기가 싶지 않다.”
△D 납세자- “업종 상관없이 복식부기기장의무자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결제를 은행계좌를 통해 하라는 것은 탁상행정의 전형이다. 업종 특성을 감안하지 않고 임금 지불 등을 은행계좌를 통해서 하라는 것은 결국 납세자를 위한 세무행정이 아닌, 국세청을 위해 세무행정을 이끈다는 것과 뭐가 다른가?”
△E 납세자- “종업원 가운데서는 신용불량자가 있을 수 있다. 이들이 사용하는 은행계좌는 이미 죽어 있거나, 자유롭게 출납할 수 없다. 결국 한달 동안 일하고서도 채권은행에 상납하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 현실을 살펴야 한다.”
△F 납세자- “국세청은 ‘세금문제에 신경 쓰지 않고 사업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 하겠다’고 해놓고선 사사건건 간섭만 한다. 탈세자가 아닌데도 납세자의 은행계좌를 본 다는 것은 국세청의 일탈·초월적 행정이다.”
사업자 소득파악에는 유용, 그러나 행정편의적 발상
금융실명제는 뭔가, 탈세자도 아닌데...위헌소지 가능성
■세무대리인
△A 세무대리인- “사업용계좌제도는 근로장려세제 시행을 앞두고 개인사업자들의 정확한 소득파악을 위한 제도 중의 하나다. 그렇지만 특정한 수입과 지출에 대해 별도의 계좌를 만들라고 하는 것은 행정편의적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B 세무대리인- “관할 세무서에서 공문을 통해 사업자에 대해 사업용계좌 개설을 독려하도록 주문하고 있지만 사업자들이 제도에 대해 인식을 하지 못하고 있어 적극적인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간혹 일부 사업자의 경우 사업용 계좌의 문제점을 지적, 계좌 개설필요성에 대해 문의하고 있다.”
△C 세무대리인- “사업자들은 금융에 관한 거래를 사업용 계좌를 통해서만 가능하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경기도 안 좋은 상황에서 국세청이 사업방법을 이래라 저래라 지시하고 있어 불만이 심각하다.”.
△D 세무대리인- “사업주가 고용하는 근로자에 대한 임금도 계좌를 통해 지출토록 함으로써, 일용직 근로자에 대한 고용현황이 100% 노출되는 등 오는 08년 도입되는 EITC의 지원적인 제도로 정착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 경우 노출을 꺼리는 사업주와 더불어 신용불량자 신분의 근로자의 경우, 생계가 위협을 받을 수 도 있다.”
△E 세무대리인- “현재 사업자의 불만을 세무사들이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점을 국세청이나 세무사회에 건의를 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현재 서별 협의회나 지방회 등에서 이러한 문제에 대해 공식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개인적으로 세무사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이러한 문제에 대해 건의를 하고 싶지만 ‘게시판 폐쇄’ 로 인해 세무사들의 언로가 막혀 있는 상황이다.”
△F 세무대리인- “복식부기 사업자에 대해 사업용 계좌 사용을 법제화함으로써 세무사들은 법인처럼 개인사업자(복식부기 사업장, 전문직 종사자)도 통장기장업무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하고, 이는 세무사사무소의 일거리를 늘리기만 할뿐 기장료를 올려 받을 수 없어 결국 실질 수입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G 세무대리인- “개인사업자도 법인과 다를바가 없게 됐고, 세무사의 입장에서는 결국 업무가 늘어날 텐데 업무 증가로 인해 기장료를 올려달라고 할 수 있는 입장이 못된다. 결국 경상비가 늘어남에 따라 기장료가 하락한 것이나 진배없다.”
△H 세무대리인- “금융실명제의 경우엔 본인이 아니면 8가지 예외 조항을 제외하고는 계좌를 들여다 볼 수 없게 했다. 8가지 조항은 범법, 탈세 혐의가 확실할 때 하는 할 수 있는 것인데, 탈세자도 아닌데 국세청에서 꿰뚫겠다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는 것은 아닐까.”
△I 세무대리인- “사업주들이 굉장히 싫어했다. 내 돈을 모두 드러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취지에는 동감을 한다. 그렇다면, 투명화 됐다면 소득세율을 낮춰야 되지 않겠느냐. 소득세율이 언제적 얘기냐? 물가도 예전과 다르게 올랐는데 그 기준을 바꿔줘야 되지 않겠느냐?”
△J 세무대리인- “시중은행에서 사업용계좌등록을 위해 판촉전을 벌인다고 들었다. 인터넷 뱅킹 등을 통한 수수료 이익을 염두 해 둔 것으로 보인다. 과거 신용카드는 물론 현금영수증도 그렇고, 이번 사업용계좌등록까지 은행권만 유달리 득을 보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