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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5.0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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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年提言]녹색신고제 실패 교훈

지형길(編輯局長)

 

재정경제부와 세무대리계는 간편을 앞세운 성실신고납세제를 두고 1라운드의 힘겨루기를 마쳤다. 세무대리계가 국회의 보이지 않은 응원에 힘입어 일단은 도입 저지에 성공함으로써 1차전에서는 승리 아닌 승리의 맛을 봤다.

그러나 재정경제부는 1라운드 힘겨루기에 온 힘을 쏟아붓느라 기진맥진한 세무대리계 진용이 채 숨고르기도 하기 전에 2라운드를 시작하자며 새해 벽두부터 거친 공격으로 치고 나오기 시작했다.

임시국회라는 시합장에서 KO승을 거두겠다며 벼르고 나왔다. 세무대리계는 정부의 저돌적인 공격을 막아내기가 큰 부담이 아닐 수 없고 이젠 원군도 딴데 신경을 쓰고 있어 도움을 호소하기에도 마땅치 않은 실정이다.

반면 세무대리인들은 성실신고납세제가 도입되면 일손을 놓다시피 해야 한다며 세무사회와 회계사회 등 세무대리 양단체 집행부가 반드시 도입을 저지해 줄 것을 고대하고 있다. 만약 이 제도의 도입을 저지하지 못하고 재경부에 무력하게 무릎을 꿇고 만다면 집행부의 신임을 묻겠다고 할 정도로 등떠밀어 전장으로 내보내고 있다.

재경부는 이미 신속히 성실납세제 도입을 성사시키겠다며 선전포고를 해놓고 있는 상태이며, 동원 가능한 헤게모니를 행사해 가면서  양면작전으로 세무대리계의  전방위 공세를 무력화시킨다는 속내가 보인다.

다윗과 골리앗의 힘겨루기
세무대리계는 지난해 정부의 간편납세제 도입안이 나왔을때 근거과세의 기반을 무너뜨리고 납세협력비용도 덜어주지 못하는 '안팎 곱사등 제도'라고 지적함으로써 논리적 승리를 얻었다. 이같은 논리에 간편납세제 고수명분이 약해진 재경부는 연말 정기국회 막바지에 슬그머니 명칭을 간편납세제에서 성실납세제로 바꿨다.

이때만 해도 세무대리계는 일단 안도하고 재경부가 화급하게 성실납세제 도입 추진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재경부는 새해 벽두부터 '세무사 징계권의 국세청으로의 이관' 내용을 담은 세무사법 시행령 개정이란 무기를 들고 세무사계를 압박했다. 세무사계는 올 것이 왔다고 했으나 이를 다시 잠재우는데 성공했다. 다윗과 골리앗간의 힘겨루기인듯 싶다.

세무대리계는 재경부가 성실납세제 도입을 고집하고 있는데 대한 대안으로 녹색신고제로 전환할 것을 제시한다.

재경부의 성실납세대상 기준안대로라면 성실신고 요건을 갖출 사업자가 몇 안되고 성실여부에 대한 검증은 누가 할 것이며 그같은 대상자가 누적될 경우 결국 그 검증책무는 세무행정당국의 몫으로 부메랑처럼 되돌아 올 것이 뻔하다.

새해 조세행정은 사회통합적 정책 목적하에 과표양성화 총력전에 나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충 계산해서 세금을 납부하도록 하는 성실납세제 도입을 고집하려 하는 것은 무리수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성실신고를 담보하기 위해서는 성실도를 1차적으로 걸러주는 장치가 필요하다.

'66년 도입해 '94년까지 시행돼 사라진 녹색신고제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정부부과제에서 납세자 자진신고제로 바뀌게 될 때까지 녹색신고제는 소득세행정 발전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됐다. 물론 부작용도 적지 않았지만 당시 납세풍토와 세정환경하에서 어쩔 수 없는 현상이었다. 이젠 세무행정기술이 선진화됐고 납세자의 의식이나 세무대리인의 자질도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달라졌다. 때문에 과거 척박한 여건 탓에 실패한 제도를 이제 기름진 토양에서 다시 시행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가치도 있다고 보여진다. 일본에서도 녹색신고제와 유사한 청색신고제가 성실신고문화 풍토를 정착시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따라서 우리도 녹색신고제를 도입해 국가 인증을 받아 사회 공적업무를 위임받은 세무대리인으로 하여금 1차적으로 납세자의 성실신고를 담보토록 권한을 부여하고 그에 상응하는 책무를 지게 함으로써 납세자의 불안심리를 해소하고 조세행정의 효율성을 기하도록 하는 것이다. 즉 세무대리인의 개입으로 세무당국과 납세자간 신뢰를 형성해 가는 것이다. 과거 실패한 녹색신고제를 되돌아 보고, 버릴 것과 살릴 것을 면밀히 검토해 부활시키는 문제를 공론화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 세무대리계는 골리앗 앞에서 다윗같은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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