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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5.0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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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부동산정책 기본으로 돌아가자

박상근(朴相根) 명지전문대 교수(경영학박사)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의 근간인 10·29 부동산 대책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시장원리를 무시하고 세금으로 집값을 잡겠다는 데 있다. 10·29 부동산 대책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는 듯 했으나, 올 들어 문제점이 한꺼번에 터져나오고 있다. 시장원리를 거스르는 정책이 계속 시장에 먹혀들 수 없음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이제 부동산관련 세금을 제자리로 돌리고, 부동산 문제는 시장에 먹혀드는 주택정책과 금융정책으로 풀어야 한다.

부동산 정책이 효과를 거두려면 실거래가 파악이 선결과제다. 정부가 부동산시장에서 이뤄지는 실거래가를 제대로 파악해야 투기소득과 개발이익을 제대로 환수할 수 있으며, 부동산 정책이 시장에 먹혀들게 된다. 정부가 부동산 실거래가 관리를 위해 개발했다고 최근 발표한 '부동산거래관리시스템'도 부동산 거래당사자가 실거래가를 제대로 신고해줘야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부동산 거래당사자가 정부에 제출하는 유일한 자료인 검인계약서의 대부분이 다운계약서인 현실에서 정부가 실거래가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겠는가. 정부는 부동산시장의 투명성 확보에 기초가 되는 실거래가 파악에 필요한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데 행정력을 더욱 집중해야 할 것이다.

정부가 도입을 추진 중인 양도세 실가과세의 성패도 부동산 거래현장의 실거래가 파악에 달렸다. 양도세 과세기준을 실거래가로 바꾸면 세부담이 갑자기 늘어나게 되고, 납세자가 실거래가를 숨기려는 유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그러므로 실거래가 신고가 정착될 때까지 실가과세로 늘어나는 세액의 일부를 세액공제해 주는 방안 등 납세자가 실거래가를 드러내도록 유도하는 인센티브제도를 도입할 것을 제안한다. 그리고 신고한 실거래가를 부동산등기부에 기재해 제세부과 자료와 부동산정책 수립에 활용해야 양도세 실가과세 전환의 실효성을 배가시킬 수 있다.

정부가 이달말경에 발표할 예정인 부동산 종합대책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서울 강남지역의 다주택 보유자를 겨냥해 보유세, 특히 종합부동산세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강남지역에 다주택과 고가주택 보유자는 상당한 재력가로 추정된다. 그러므로 지자체 운영 재원확보가 주 목적인 보유세를 강화해 집을 팔도록 하는 정책은 한계가 있다. 부자들에 대한 보유세와 양도세 강화가 오히려 중산·서민층의 주택임대료와 부동산가격 인상요인으로 이어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보유세 강화는 거래세 인하로 이어지는 것이 옳은 정책방향이다. 그럼에도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유세와 거래세를 동시에 강화하는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래서는 정책의 실효성을 거둘 수 없다. 땅 부자와 집 부자를 중심으로 보유세를 강화하면서 현재 4% 수준인 거래세(취득세, 등록세) 세율을 장기적으로 2% 수준으로 인하해 실수요자 중심으로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경제문제는 시장원리로 푸는 것이 기본이다. 이제라도 정부가 수도권지역에 그린벨트를 해제해 중대형 아파트 공급을 늘리겠다는 시그널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부동산시장은 상당히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 공급은 주택 건설이 주가 되겠지만 다주택 보유자가 기존 주택을 시장에 내놓게 하는 정책도 중요하다. 그러나 양도세율을 82.5%까지 올리는 등 집을 팔 수 없을 정도로 양도세를 강화한다면 누가 집을 시장에 내 놓겠는가. 양도세와 거래세가 동시에 주택 거래를 가로막는 반시장적인 정책으로 집값을 잡겠다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다.

재경부 금융정책협의회 자료에 의하면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의 영향으로 최근 주택담보 대출이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 투기지역에 대한 금융 규제로 부동산거래 건수도 대폭 감소했다고 한다. 금융권에서 부동산시장으로 흘러 들어가는 투기성 자금을 줄이는 금융정책이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는데 먹혀들고 있다는 증거다.

앞으로 발표될 부동산시장 안정대책은 중·대형 아파트 공급 확대, 부동산시장의 투명성 확보 등 주택정책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B)의 하향 조정, 부동(浮動)자금의 건전한 투자처 개발 등 금융정책이 중심이 돼야 한다. 그리고 투기이익과 개발이익의 철저한 환수, 보유세 강화 등 조세정책과 양질의 교육인프라가 갖춰진 뉴타운 건설 등 교육정책은 보조수단으로 활용하는데 그쳐야 한다. 

정부는 기본과 원칙에 충실한 부동산대책을 수립해 일관되게 추진하는 것이 헌법만큼 바꾸기 힘든 부동산 정책을 만드는 것임을 인식하기 바란다.

※본란의 기고는 本紙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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