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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7.16. (화)

내국세

"모두채움 ARS신고, 절차상 하자 있다?"

세무사들 "계좌번호 받는 절차에 불과…확정력 없어" 지적 

"모두채움 세액 부정확…적게 또는 많게 납부할 수 있어"

국세청 "지방소득세처럼 확정력 법적문제 없어…'확정세액 아니다' 문구도 담아"

 

국세청 ‘모두채움서비스’의 정확성이 떨어져 세액을 적게 또는 많게 납부할 여지가 많고, ARS신고 방식은 위법 가능성마저 있다는 조세전문가들의 지적이 제기됐다.

 

국세청은 올해 종합소득세 확정신고와 관련해 수입금액부터 납부·환급 세액까지 미리 계산한 모두채움 안내문을 700만명에게 발송하고, 안내문을 받은 납세자는 ARS 전화 한 통으로 간편하게 신고를 마칠 수 있다고 지난달 30일 발표한 바 있다.

 

‘모두채움서비스(모두채움 안내문)’는 쉽게 얘기하면 국세청이 납세자가 내야 할 세금을 다 계산해서 제시하면 납세자는 간단한 절차만으로 신고를 끝내는 소위 ‘자동신고’나 마찬가지다.

 

이런 모두채움서비스에 대해 지난해부터 ‘정확성’ 논란이 일고 있다.

 

작년 국정감사에서 당시 김주영 의원은 종합소득세 신고자들의 모두채움 안내문 상의 ‘납부할 세액’과 실제 세무사를 통해 계산한 납부세액에 차이가 있는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고 밝혔다.

 

모두채움이 신용카드 등 소득공제, 보장성 보험, 의료비 세액공제, 연금 세액공제 등 일부 소득‧세액공제 금액을 반영하지 않고 있어 모두채움에서 제시한 대로 세금을 내면 손해라는 지적이었다.

 

조세전문가들 또한 AI를 통해 확정적인 금액을 납세자에게 안내하는 것은 민원 발생 소지가 높아 지양해야 한다고 선을 긋고 있다.

 

 

모두채움서비스가 정확하지 않다는 논란은 조세전문가인 세무사들 사이에서도 번지고 있다. 이들의 얘기는 “국세청 모두채움서비스가 현행 국세기본법에서 규정한 신고절차와는 다르기에 해석상 문제가 있고, 모두채움에서 안내한 세액이 실제 납부세액과 차이가 있어 납세자의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세무사는 “세무사가 산출한 세액보다 모두채움서비스에 안내된 세액이 더 적게 안내되는 사례가 발생해 납세자와 불필요한 마찰을 겪게 된다”고 주장했다.

 

세무사들은 이런 일이 발생한 이유로 ▷사업소득 수입금액 일부 누락 ▷기타소득이 여러 개이면 건수별로 300만원 미만의 소액은 누락 ▷100만원 이하의 공적연금소득, 사업소득이나 근로소득 누락 ▷기부금 이중공제 ▷근로소득자의 연말정산 과정에서 오류가 걸러지지 않은 점을 들고 있다.

 

모두채움서비스의 근원적인 문제점도 제기한다. “과연 이 서비스대로 하면 ‘신고’ 절차를 완료했다고 볼 수 있느냐”라는 점.

 

세무사들은 “국세기본법 제22조 제2항 제1호에 따르면, 소득세는 납세의무자가 과세표준과 세액을 신고했을 때 확정되는데 모두채움서비스 안내문에는 과세표준이 없고 산출세액만 나와 있어 납세자의 신고가 확정력이 있는지 해석상의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ARS 신고는 8자리의 인증번호와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면 가상계좌번호를 문자로 받는 것으로 종결되는데, 계좌번호를 받는 절차에 불과한 이런 과정을 ‘신고’가 완료됐다고 단정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ARS신고가 납세의무 확정력이 없다는 주장이다.

 

지난 30일 국세청 소득세과 관계자는 ARS신고 확정력에 대해 “지방소득세는 납부만 하면 신고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논란은 있을 수 있지만 법적으로 잘못된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어 “모두채움이 한두 해 된 것이 아니다”며, “안내대상이 100만명일 때는 괜찮고 700만명이면 문제가 있다는 것에 동의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모두채움 안내문에 적시된 산출세액이 실제 납세자가 납부해야 할 세액보다 과소·과다함에 따라 부정확한 안내라는 지적에 대해선, “부과고지서가 아닌 안내문으로, ‘확정세액이 아니다’는 문구도 넣고 있어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국세청은 모두채움의 정확성 논란이 일자 올해부터 모두채움 안내문에 “아래 안내세액은 확정된 세액이 아니다. 반드시 총수입금액을 확인하라”는 문구를 삽입해 안내했다.

 

그렇지만 여전히 논란은 남는다. “모두채움 안내문을 받은 납세자는 세무서에 방문할 필요 없이 ARS 전화 한 통 또는 손택스를 통해 간편하게 신고를 마칠 수 있다”고 홍보하는 등 모두채움대로 신고하면 된다는 식으로 안내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세청 소득세과 관계자는 “국세청이 가지고 있는 자료를 최대한 활용해 안내한 것으로, 우리가 가지고 있지 않는 자료는 납세자가 홈택스 등을 이용해 공제·감면 신청하면 된다”며, “잘못된 신고를 했을 경우 세법에서 환급이나 경정을 통해 충분히 구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한편, 세무사계에서는 최근 모두채움서비스와 관련한 이같은 문제점을 과세관청에 전달하고 개선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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