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검색

구독하기 2021.11.28. (일)

세무사의 취미-'명산100 챌린지' 나선 최기남 세무사

2017년 청계산에서 '명산100 챌린지' 시작해 지금까지 74개 올라

"명산 오르며 인내⋅계획⋅여유⋅배려⋅목표의식 배워"

2012년엔 인생 전반기 돌아보며 51일간 백두대간 단독 종주

"산은 마음을 치유하고 안정시키고 포용하게 한다"

산에서 '나눔 미학' 터득…지난 6월 회갑 기념해 '아너 소사이어티' 가입

 

성큼 다가온 가을은 등산이 어울리는 계절이다. 단풍이 물들기 시작하면 형형색색의 배낭을 멘 등산객들이 전국의 산을 메울 것이다. 그러나 한두번의 나들이에 그치지 않고 거듭 산을 오르는 이는 흔치 않다. 계절이야 어떻든 산을 오르고 또 오르는 사람들, 최기남 세무사(천지세무법인 대표이사)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최 세무사는 수년 전부터 '100대 명산'을 오르는 챌린지에 나섰다. 2017년 11월5일 청계산을 시작으로 74개 산을 올랐다. 산의 매력이 무엇이기에 틈만 나면 산에 오를까. 지난 17일 서울 금천구에 소재한 천지세무법인 본사 사옥에서 최 세무사를 만나 얘기를 들었다.

 

'명산 100 챌린지'는 말 그대로 전국의 명산 100곳을 오르는 챌린지다. 산림청이 선정한 명산 리스트도 있지만 최 세무사는 기록 관리가 편하다는 장점 때문에 블랙야크 리스트를 선택했다. 가장 최근에 다녀온 산을 물었다. 그는 지난 주말 동료 세무사와 함께 경북 울진 응봉산에 다녀왔다고 했다. "비가 뿌렸지만 ‘울창한 나무를 우산 삼은’ 우중산행(雨中山行)이었다"며 웃었다. 

 

주변에서 등산이 힘들지 않냐고 물으면 최 세무사는 "나도 힘들어. 원래 힘든 거야"라고 답한다고 한다. 가파른 길을 배낭을 짊어지고 올라가는데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이라고. “그렇지만 힘든 것 자체에서 얻어지는 것이 꽤 많다”고 최 세무사는 말했다.

 

“인내심, 성취욕이 생기고 계획을 세울 줄 알게 돼요. 그리고 마음의 여유가 생기는 것 같아요. 자연 속에서 걷는 것이잖아요. 힘든 줄 알면서도 간다는 것은 생각이 긍정적이라는 거예요. 또 목표의식이 뚜렷할 가능성이 높고 여럿이 산을 간다면 같이 올라가려는 마음을 배우게 돼요. 뒤처진 사람을 배려하고 짐도 들어주고 기운을 북돋아주고……. 산을 많이 다녀본 사람일수록 그래요.”

 

 

산을 향한 일편단심처럼 세무사로서 걸어온 길도 한결같다. 지금 그가 대표이사로 있는 천지세무법인은 지난 1990년 창립했다. 최 세무사는 1991년 세무사 자격을 따자마자 입사한 초창기 멤버다. 10년, 20년, 30년 세월을 변함없는 모습으로 회사와 함께 성장했다. ‘한 번 믿으면 끝까지 믿는다’는 소신을 삶으로 입증했다.

 

사실 최 세무사의 ‘산 도전’은 이번이 두 번째다. 10년 전 그는 인터넷에서 우연히 백두대간에 대한 글을 읽었다. 이야기는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학 산악부를 중심으로 ‘산맥 종주’ 열풍이 불었는데, 소백산맥은 섬진강으로 코스가 끊긴다는 데 많은 이들이 의아해했다. 한 산악인이 고서점에서 ‘산경표(山經表)’라는 책을 발견하면서 의문이 풀렸다. 

 

1대간·1정간·13정맥으로 이뤄진 산경표를 따라가면 전국의 산 자락이 끊기지 않고 이어진다. 산세와 강 줄기를 따라 풍습이 달라지는 생활권 구분이 반영된 정리다. 반면 종전의 산맥체계는 자원 수탈이 목표였던 일제의 잔재였음이 드러났다. 역사의 질곡을 마주하며 최 세무사는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50대에 접어들면서 인생 전반기를 돌아볼 시간이 필요한 참이기도 했다. 

 

이렇게 장장 800km에 이르는 백두대간 단독 종주가 시작됐다. 백두대간은 백두산과 지리산의 옛 이름인 두류산의 앞 글자를 따서 유래한 이름이다. 최 세무사는 1년 가량 준비를 거쳐 2012년 5월1일 지리산 천왕봉에서 출발했다. 6월20일 진부령에서 끝나는 코스를 51일간 걸었다. 

 

“2012년 종주를 시작하면서 회사의 공식적인 지원을 받았어요. 일주일 단위로 식량을 보급받기로 했죠. 스케줄 표를 짜서 며칠에 어느 지점을 통과할 테니 몇 시쯤 만나자는 식으로요. 덕분에 산에서 내려오지 않고 종주를 이어갈 수 있었어요. 도움이 없었더라면 50여일 만에 성공하기는 힘들었을 거예요.”

 

종주에 도전하기 2년 전 천지세무법인은 창립 20주년을 맞아 비전 선포식을 크게 개최했다. 인생을 돌아보는 와중에 회사 동료들과 세운 목표의 성공을 함께 기원했다. 최 세무사는 종주 내내 ‘고객과 함께 성공하는 진정한 일등 천지가 되겠다’는 의지가 담긴 일지를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가 쓴 글을 보며 천지세무법인 임직원들도 회사의 가치관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 나갈 수 있었다고.

 

산을 대하는 마음가짐도 종주에 성공한 이후 달라졌다. 최 세무사는 꼭 정상을 가지 않아도 길 중간에서 느낄 수 있는 것, 찾을 수 있는 좋은 것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산에 천천히 오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백두대간을 걸으면서 힘드니까 어쩔 수 없이 천천히 걷게 됐는데 빨리 걸을 때는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이는 거예요. 5월에서 6월 사이니까 너무 예쁜 꽃들이 보이고, 나뭇잎도 햇빛을 받아서 반짝거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고. 새 소리, 구름이 흘러가는 것. 이런 걸 느끼기 시작한 거죠.”

 

 

 

백두대간 종주가 지천명의 전환점이었다면 '100대 명산 챌린지'는 최 세무사가 인생의 역경을 딛게 해 줬다. 2018년 무렵, 믿었던 사람에게 상처받고 사업적으로도 어려움을 겪었지만 산 덕분에 이겨낼 수 있었다고 했다.

 

“이미 100대 명산을 시작한 때여서 계속 산에 갔거든요. 그러면서 치유가 됐어요. 산을 다니면서요. 산 초입에 가면 계속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죽일 놈, 살릴 놈’ 이러다가 산에 올라가면서 땀을 내고, 몸이 힘들면 생각들이 잠깐 잊혀져요. 당장 땀이 나니까. 또 올라가서 넓은 자연을 들여다보면 마음이 또 조금 넓어져요. 복잡했던 것들은 가라앉고 마음이 안정되고……. 세무사들도 복잡한 일이 있거나 해결책을 못 찾을 때, 그런 사람들은 산을 다니면 좋아요.”

 

지난 6월 그는 더없이 행복하게 회갑을 기념했다. 가족들은 직접 만든 피규어를 선물하며 감동을 안겼다. 평소 최 세무사의 등산 옷차림까지 그대로 본딴 피규어였다. 백두대간 종주에 이어 이번 챌린지도 무사히 마치기를 응원하는 가족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스스로를 위한 회갑 선물로는 ‘나눔’을 택했다. 그는 생일을 기념해 1억원 이상 고액기부자 클럽인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에 가입했다. 그는 “내가 나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이었다”며 “아이들도 언젠가 회원이 되었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물질적인 준비보다도 마음과 정신의 준비, 열심히 살았다는 전제를 갖추고 본인들에게 선물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는 소망이다.

 

꾸준히 산을 오르는 사람의 삶의 풍경에는 자연히 산이 자리잡는다. 인왕산 기슭에서 태어나 대전 계룡산 가까이에서 자란 최 세무사. 그는 산이 그의 삶에 들어오기 시작한 때의 기억으로 고등학생 시절을 떠올렸다. “겨울 눈을 보면서 올라가고 아래를 내려다보는데 굉장히 좋았어요”라고 말하는 입가에 수십년 전의 설렘이 다시 비쳤다. 

 

이번 챌린지의 끝은 어딜까. 그는 완주를 서두를 생각이 없지만 마지막 목적지는 확실하게 정해뒀다고 했다. 바로 ‘지리산 천왕봉’이다. 10년 전 백두대간 종주의 시작점이 100대 명산 챌린지의 종착점이 된다.

 

“워낙 좋아하고 제게 의미가 있는 산이에요. 종주만 한 7번 정도 했어요. 산 사람들끼리는 지리산을 어머니의 산이라고 해요. 품이 넓어요. 언제 가도 좋은 산인데 마지막 100번째를 지리산으로 갔다오면 어쩌면 제 인생에서 마지막 지리산 산행일지도 모르죠. 이제 나이도 있고 지리산은 좀 힘드니까.”

 

그럼 지리산을 가장 추천하느냐고 물었더니 그것은 또 아니라고 했다. “그냥 가까운 곳에 갈 수 있는 산이라면 100대 명산이 아니더라도 산이면 전부 좋아요. 나쁜 산이라고 생각해본 산은 없어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최 세무사는 “산을 다니는 횟수가 많아지면 산을 싫어할 수가 없다”고 장담하며 거듭 산행을 권했다. 서울이 좋은 도시인 이유는 쉽게 갈 수 있는 산이 많기 때문이라고,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세상도 더 조화롭게 바뀔 것이라고도 했다. 

 

호연지기를 강조하는 그의 말을 듣다보니 인생에 산을 들여놓고 싶어진다. 산의 설득에 발걸음을 맡겼을 때 무엇이 달리 보일지. 궁금하다면 올 가을, 배낭을 둘러메고 산으로 떠나보면 어떨까.

 

 

◼︎ 최기남 세무사의 '명산 100' 등산 일지

 

1.청계산(17.11.5.)-2.용문산(17.11.12.)-3.한라산(17.11.18., 19.9.28.)-4.계룡산(17.11.25.)-5.유명산(17.12.2.)-6.치악산(17.12.23.)-7.백덕산(17.12.30.)-8.가야산(18.1.6.)-9.광덕산(18.1.13.)-10.불갑산(18.1.21.)-11.동악산(18.1.28.)-12.화악산(18.2.11.)-13.북한산(18.2.18.)-14.태화산(18.3.1.)-15.덕룡산(18.3.24.)-16.관악산(18.4.1.)-17.구봉산(18.4.7)-18.용봉산(18.4.22.)-19.재약산(18.4.28.)-20.감악산(18.5.20.)-21.소요산(18.6.6.)-22.연인산(18.6.23.)-23.마니산(18.7.8.)-24.명성산(18.7.22.)-25.칠보산(18.8.12.)-26.내연산(18.8.19.)-27.황악산(18.9.26.)-28.월출산(18.9.30.)-29.가리왕산(18.10.9.)-30.가야산(18.10.28.)-31.대둔산(18.12.25.)-32.덕유산(18.12.30.)-33.칠갑산(19.4.3.)-34.화왕산(19.4.13.)-35.황매산(19.4.28.)-36.조령산(19.5.1.)-37.주흘산(19.5.1.)-38.금수산(19.5.6.)-39.계방산(19.6.8.)-40.오대산(19.6.23.)-41.백운산(19.6.30.)-42.축령산(19.7.14.)-43.장안산(19.7.28.)-44.월악산(19.8.25.)-45.소백산(19.10.13.)-46.도락산(19.10.27.)-47.주왕산(19.11.24.)-48.덕항산(19.12.7.)-49.팔영산(20.1.11.)-50.태백산(20.1.18.)-51.민주지산(20.2.1.)-52.방태산(20.2.16.)-53.모악산(20.4.15.)-54.황석산(20.4.26.)-55.조계산(20.4.30.)-56.두타산(20.6.6.)-57.천성산(20.6.28.)-58.명지산(20.7.12.)-59.감악산(20.7.26.)-60.수락산(20.9.5.)-61.운악산(20.9.13.)-62.백암산(20.9.28.)-63.내장산(20.9.28.)-64.신불산(20.10.10.)-65.도봉산(20.11.7.)-66.함백산(21.2.13.)-67.가리산(21.3.7.) -68.금정산(21.4.24.)-69.속리산(21.5.5.)-70.운장산(21.6.13.)-71.능가산(21.7.11.)-72.청화산(21.8.1.)-73.구병산(21.8.8.)-74.응봉산(21.8.14.)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