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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4.23. (화)

주류

와인·맥주·위스키로 번지는 '스마트오더'…규제 푼 결과가 편한 음주?

올해 '스마트 오더' 방식의 주류 판매가 본격 허용되면서 주류업계가 앞다퉈 관련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다. 이제는 와인을 비롯해 맥주·전통주·양주까지 스마트 오더로 구입해 마실 수 있게 됐다.

 

스마트 오더는 핸드폰으로 주문·결제한 술을 매장에 찾아가 수령하는 구매 방식이다. 그간 전통주를 제외한 주류의 통신판매를 금지해 온 국세청이 IT기술에 따른 주류업계를 지원한다는 ‘적극행정’을 명목으로 지난 3월부터 규제를 풀어줬다.

 

먼저 편의점 업계가 이를 반겼다. 미리 주문하는 결제시스템을 이용하면 전국에 점포를 둔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입증하듯 GS25(더팝 와인25플러스)·세븐일레븐(와인/주류 예약주문)·CU(포켓CU 와인샵)·이마트24(와인포인트) 등 4대 편의점 유통업체가 모두 관련 서비스를 출시했다.

 

편의점과 계약한 주류업체가 늘면서 살 수 있는 주종도 다양해졌다. 와인처럼 품종, 생산국가, 가격대 등에 대한 소비자 취향이 뚜렷한 주종을 필두로 인지도가 낮은 전통주와 수제맥주, 고가의 위스키, 브랜디 등으로까지 대상이 확대됐다.

 

현재 편의점 모바일 앱에서 스마트오더로 구매할 수 있는 술은 와인, 맥주, 수제맥주, 소주, 전통주, 위스키, 보드카, 데킬라, 리큐르, 진, 압생트 등이다. 거의 모든 주종을 취급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티몬 등 온라인 유통업체도 국내외 맥주를 스마트오더 상품으로 선보이며 경쟁에 가세했다. 맥주산업 박람회가 열린 지난 여름에는 아예 박람회장을 스마트오더 서비스 판매장으로 운영한 사례도 나왔다.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주류 스마트오더 도입 후 한달 만에 와인 매출이 46% 증가했다”(신세계백화점)며 환호했다. 집에서 술을 즐기는 ‘홈술’ 트렌드까지 가세해 호재는 계속될 전망이다.

 

음식점 등에서 술을 수령하는 O2O 스마트오더 서비스도 있다. 서울·경기 지역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IT 스타트업 데일리샷은 스마트오더에 가격 할인 이벤트를 접목했다. 현재 수제맥주, 전통주, 위스키와 함께 당일 픽업 가능한 안주, 선물 세트까지 선보이고 있다.

 

 

그간 주류 판매 규제가 있었던 이유는 술이 다른 상품과 달리 국민건강이나 청소년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스마트오더라는 빗장 하나를 풀었을 뿐인데, 결과는 일파만파다. 돈 될 창구를 놓칠 리 없는 자본의 논리로 시장이 개벽하고 있다.

 

인재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0월 발표한 식품의약품안전처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적발된 미성년자 주류판매 건수는 2만133건으로 꾸준한 증가 추세여서 여전히 술에 대한 접근성을 낮출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해외에서도 주류 판매를 규제하는 사례는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예컨대 호주 시드니는 올해 들어서야 주점에서 마지막으로 술을 주문할 수 있는 시간을 새벽 1시30분에서 3시30분으로 늘렸고, 러시아는 주거용 건물 내 주류 판매를 금지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규제가 한번 풀리면 되돌리기는 더욱 어려운 만큼, 다각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국종합주류도매업중앙회 관계자는 “현재도 주류 구입에 대한 접근성이 매우 좋은 데도 불구하고 국민 음주를 더 편리하게 하려는 정책이 옳은지 의문”이라며 “청소년 음주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고, 스마트오더를 통해 구입한 주류를 업소 등에 되파는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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