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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4.23. (수)

내국세

"양도차익 74배 세부담…부동산세제 합리적 차별범위 벗어날 가능성"

제15회 조세관련학회 연합학술대회
최성근 영남대 교수 "종부세 3중 인상…고가 1주택자의 주택 소유 포기 강제 우려"

 

최근 주택 관련 조세 입법에 대해 세법 원칙과 국제 비교법적 측면에서 위헌 가능성을 평가한 결과가 제시됐다.

 

4일 한국세법학회(학회장·오윤)는 한국세무학회·한국재정학회·한국조세연구포럼·한국국제조세협회 등과 함께 제15회 조세관련학회 연합학술대회를 유튜브 중계 방식으로 개최했다.

 

이날 학회에서는 ‘2020년대의 사회변화와 조세의 대응’을 주제로 각 학회 소속 연구자의 발표와 토론, 기획재정부 및 국회 예산정책처의 전문가가 참여한 종합토론이 진행됐다.

 

첫 발제를 맡은 최성근 영남대 교수(한국세법학회)는 ‘조세개혁의 세법적 기초와 한계’를 주제로 최근 주택 관련 입법에 대해 조세법의 기본 원칙에 근거한 평가를 내렸다.

 

정부 정책수단에서 조세의 비중이 높아진 만큼 조세법의 기본원칙과 헌법원리에 부합하도록 입법 방향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이 평가의 요지다.

 

최성근 교수는 과세요건과 절차를 법으로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는 조세법률주의와 법적 안정성을 지키는 소급입법과세금지의 원칙, 조세공평주의 등 조세법의 기본원칙과 함께 헌법원리로서 신뢰보호의 원칙, 과잉금지의 원칙 등을 설명했다.

 

이어 2017년 이후 정부가 추진한 주택 관련 조세 입법 연혁을 살폈다. 주요 내용은 ▷조정대상지역의 비과세 요건 추가 ▷중과세율 적용 확대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 ▷일시적 2주택 중복보유 허용기간 단축 ▷주택 수에 분양권 산입 ▷공정시장가액비율·종부세율 인상 ▷고령자 공제혜택 확대 ▷중과세 적용 법인의 주택분 종부세 기본공제 폐지 ▷다주택자·법인 취득세율 인상 등이다.

 

최 교수는 “최근 부동산 대책으로 단행된 일련의 조세개혁이 상당수 ‘법률’이 아닌 ‘시행령’에서 규정됐다”며 “일부 핵심적인 개정사항은 법률에서 직접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입법이론상 법률소관사항으로 법률·시행령·시행규칙의 위임 범위를 각각 정하는 만큼 국민의 권리, 의무에 미치는 영향이 큰 규정은 법률로 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경과규정과 과세 예외조항, 조정장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신뢰보호의 원칙과 과잉금지의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헌법원리는 정책의지보다 우선한다”며 “경과규정을 두거나 시행일을 조절함으로써 다주택자의 조세저항을 완화하고 정부의 정책의지도 바래지 않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조세개혁의 방향이 대부분 다주택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종부세 3중 인상(공시가격·공정비율·세율)은 고가 1주택을 보유한 1세대 등에게 주택 소유를 포기하게 강제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며 종부세 상향 수준에 대응한 입법조치를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박훈 서울시립대 교수 "다주택자 취득·보유·처분단계 동시 부담 강화위헌 논란 우려"

"원본잠식·거주이전 제한 문제 해결해야"…취득·보유 세부담 완화 필요

 

박훈 서울시립대 교수(한국국제조세협회)는 같은 주제를 분석하면서도 국제적 비교분석 측면에서 납세자의 기본권 침해 가능성을 조명했다.

 

박 교수는 부동산 세제와 관련해 불거지는 각종 논란에 대해 학계에서 합리적 근거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사명의식에서 해당 연구를 추진했다.

 

막연한 세부담 비교가 아닌 구체적인 세액계산 비교를 위해 협회내 ‘부동산세제국제비교위원회’를 구성, 회원들의 협조를 받아 미국·일본·독일·영국·프랑스·캐나다·이탈리아 등 G7 국가와의 취득-보유-처분 단계별 세부담을 살폈다. 특히 1세대 1주택, 1세대 3주택 보유자 등 개인에 초점을 맞춰 분석을 진행했다.

 

그 결과, OECD 통계자료를 통한 비교에서는 한국의 GDP 대비 부동산 세금비중이 높은 편(G7 국가 중 2위)으로 드러났다. 특히 취득·처분시의 세부담이 높은데, 이는 거래가 많은 결과라는 해석도 있다.

 

 

개별 사례 비교에서는 한화 12억원 시가 주택을 전제로 환율, 주택명목상승률, 1~10년 보유기간, 주택수 등을 반영해 국가별 세부담을 계산했다. 이를 통해 한국의 다주택자에 대한 세부담이 가장 높고, 취득단계 세부담이 급격히 상승하며, 양도차익을 초과하는 세부담(보유세 등)이 발생한다는 평가가 나왔다.

 

박 교수는 이같은 결과를 토대로 평등의 원칙, 주거이전 자유의 원칙, 재산권 보장의 관점에서 현행 부동산 세제가 기본권을 침해할 가능성을 검토했다. 

 

예컨대 극단적인 경우를 상정하면 1세대 3주택 보유자가 12억원 시가 주택을 10년 보유 후 매매(2030.12.4. 양도)하면 양도차익 5천800만원(부동산가격 상승률 연 0.4% 가정)의 약 74배에 달하는 전체 세금 4억3천500만원을 부담하는 계산사례가 나온다.

 

박 교수는 이같은 예시를 들어 “세부담이 합리적 차별의 범위에서 벗어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주택자에 대한 차별 대우가 입법목적과 헌법에 비춰 정당화될 수 있는지 여부와 임차인 보호 강화에 따른 전세 물량 감소, 투기 외 목적의 거주이전 제한, 투기자가 아닌 개개인의 조세 지불능력 등도 추가 논의 대상으로 떠오른다. 

 

박 교수는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 보유, 처분 단계의 동시 부담 강화는 위헌 논란을 가져온다”며 “부동산가격 상승이 멈추거나 하락시에는 원본잠식 문제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안으로 미국처럼 재산세를 소득공제에 반영하거나 프랑스의 부유세처럼 부채를 고려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며, 근본적으로는 부동산 세제가 부동산 시장의 안정화 방안으로 활용되기에 적절치 않다는 평가를 내렸다.

 

다만 부동산 시장실패에 대한 정부와 세제의 역할을 고려한다면 기본적인 보유세 강화 입장에는 찬성하지만, 그 속도와 정도는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취득·처분 단계는 세금을 완화하는 등 원본잠식 및 거주이전의 자유 문제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재호 BnH 세무법인 상임고문(한국세법학회)은 “셀 수 없이 바뀌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이미 국민 신뢰를 잃은 지경이 아닌지 염려스럽다”며 발표자가 지적한 내용에 대부분 공감한다는 토론 의견을 냈다.

 

이어 보유세 일부를 소득에서 공제하는 방안을 검토하는데 찬성하고, 세부적인 제도 설계시 공제대상자의 범위와 한도의 설정, 소득구간별 총 부담세액의 비중 등 다양한 방면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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