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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4.17. (수)

내국세

"'납기 시작전 징수유예' 조문 삭제, 국가적 재난상황에도 세정지원 못한다"

기재부, 15일 조세법령 다시 쓰기 공청회 개최

국세징수법·주세법·국제조세법 개편안 의견 수렴

 

2011년부터 복잡한 조문을 명확화하고 혼란을 일으키는 일본식 용어는 쉬운 우리말로 풀어쓰는 ‘조세법령 새로 쓰기’ 사업이 진행 중인 가운데, 올해는 ‘국세징수법’, ‘주세법’,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등 3개 세법이 개정된다. 특히 주세법은 행정관리 사항을 분법해 ‘주류 면허 관리 등에 관한 법률’을 새로 제정한다.

 

기획재정부는 이같은 내용에 대해 각계 의견 수렴을 위해 15일 서울 중구 LW컨벤션센터 다이아몬드홀에서 조세법령 새로 쓰기 공청회를 개최했다.

 

 

강상식 국세청 소비세과장 "주세법 고시 18개로 복잡, 분법 필요…법인세법은 5개 불과"

백제흠 변호사 "면허 불복·소송시 심판전치주의 적용 등 분법 따른 법률적 분쟁 소지 검토해야"

 

1‧2부로 진행된 이날 공청회에는 기재부 세제실, 국세청 관계자를 비롯해 각계 전문가들이 토론에 참여했다.

 

먼저 1부에서는 이한철 기재부 조세법령개혁팀장이 국세징수법과 주세법의 주요 개편 내용에 대해 발제한 후, 황남석 경희대 교수의 사회로 패널 토론이 이뤄졌다.

 

 

토론자로 참여한 강상식 국세청 소비세과장은 “1949년에 제정된 주세법은 납세자들이 전체적으로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돼 왔다”며 현행 주세법 체계상의 한계를 지적했다.

 

강 소비세과장은 “영국, 미국 등에서도 주세법과 별도로 행정에 관한 사항을 ‘연방알코올관리법’, ‘주류관리법’ 등으로 규정해 관리한다”며 이번 제정안을 반겼다.

 

또 “법인세법(5개), 소득세법(11개)과 비교하면 주세법은 고시가 18개나 돼 얼마나 복잡한지 알 수 있다”며 “고시에 대한 정비를 통해 법령의 위임 범위를 구체화할 수 있도록 기재부와 국세청이 계속 논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분법과 함께 각종 규제를 개선하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대의 변화를 반영한 개선을 통해 주류와 관련한 납세자는 물론, 주류산업도 건전한 성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백제흠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전반적으로 납세자의 시각에서 법률이 그 취지에 맞게 잘 정비된 것으로 보인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보완의 여지가 있는 사안을 추려 의견을 내놓았다.

 

일례로 체납처분을 강제징수로, 최고를 촉구로 바뀌는 용어 순화는 이번 새로 쓰기 사업의 대표적인 개정 사항이지만, 여전히 개정안 곳곳에 ‘체납’이라는 표현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민법에서는 ‘지체’라는 표현도 사용되는 만큼, 조세법에서도 납부지체라는 표현을 도입할 수 없는지 물었다. 아울러 ‘속행’이라는 용어도 같이 손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또한 국세징수법 개정안에서 제2장의 제목이 ‘신고납부, 납부고지 등’으로 된 점과 관련, “장의 제목을 등으로 표현하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다”며 장의 내용을 고려해 ‘강제징수 전 절차’, ‘납세자의 협력에 의한 징수’, 간단하게는 ‘협력징수’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밖에 징수법 개정안에서 부동산 감정에 대한 재량 규정 이상의 평가절차 도입, 28조 2항의 법률용어로서 재산권의 의미 등을 고려할 것을 제안했다.

 

주세법에 대해서는 분법으로 인한 법률적 분쟁의 소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주류 행정에 관한 법률을 세법으로 볼 수 있는지의 문제와 함께 면허의 불복이나 소송시 심판전치주의가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3장의 제목인 ‘주세의 보전’을 ‘주류의 관리’로 바꾸고, 조세범처벌법에 있는 처벌조항을 6장의 벌칙 조항으로 이관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유병철 국세청 징세과장 "체납처분 중지 제도 존치해야…'압류해제'로 대체 한계"

"개정안, 납기 시작전 징수유예 조문 삭제…실체적 내용 유지 안돼" 지적

 

변관수 한국자산관리공사 조세팀장은 “징세법 개정안 51조3항에서 압류 해제요건을 ‘여러 재산을 한꺼번에 공매하는 경우 일부 재산의 공매대금으로 체납액 전부의 징수에 충분한 경우’로 둔 것은 실무 집행이나 세수 보전 차원에서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또 같은 조문 4·5항은 유사한 내용이 중복돼 다듬을 필요가 있고, 이관 과정에서 사라진 현행법 85조의 체납처분의 중지와 관련한 단서 조항은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공매를 먼저 취소하고 압류를 해제하는 업무상 순서 등 현장에서 이뤄지는 실질적인 절차가 반영된 방향으로 정비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병철 국세청 징세과장은 과세집행을 담당하는 실무자 입장에서 견해를 밝혔다.

 

먼저 현행법 15조의 납기 시작전 징수유예 조문을 삭제한 데 대해 “실체적 내용이 유지되지 않는다”며 현행 규정을 존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개정안에 따르면 국가적인 재난상황에서도 소상공인‧영세 사업자 등에게 세정지원을 펼칠 수 없게 된다”며 “지난 4월 국세청이 코로나19 세정지원을 위해 약 92만건의 고지서를 발송하지 않은 조치도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체납처분 중지 제도에 대해서도 존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병철 과장은 “체납처분 중지는 단순히 압류만이 아니라 모든 징수활동을 중지하는 포괄적 규정으로, 절차를 종국적으로 종료하는 문제에만 해당하는 압류 해제로 대체할 수 없다”며 “과도한 강제집행을 중지하는 차원에서 세무공무원의 재량권 남용도 제한하는 효과가 있어 실질적 조세평등 측면에서도 타당하고 꼭 필요한 조문”이라고 말했다.

 

이외에 보충 의견으로 “개정안 5조에서 납부의 수단을 규정했는데, 현금‧증권 등 납부 목적과 신용카드‧계좌이체 등 납부방법이 섞여 있다”며 “조문 제목을 납부의 수단으로 하고, 각호 내용도 정비한다면 더 알기 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전오 성균관대 교수는 “세상에 명확하고 알기 쉬운 세법이란 건 없다”며 “사실은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세법을 만든다는 데 새로 쓰기의 목표를 둬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원론적인 관점에서 평가했다.

 

이같은 관점에서 “징수법에 국세, 납세자 등 정의 규정을 두기로 하면서 납세의무자, 보증인 등은 국세기본법에서 준용하기로 두는 것은 일관적이지 않다”고 꼬집었다.

 

또한 4조의 체납정의 규정은 가산세를 제외한다는 문구가 앞에도 들어가야 하고, 압류조서‧수색조서 등의 표현은 압류명세서‧수색명세서 등으로 바꾸는 것을 제안했다. 기본법과 징수법에서 이관키로 한 내용도 논리적 오류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쉽게 쓰기’ 취지에 맞춰, 법조문의 준용 항목을 괄호 안에 표기하거나 붙여쓰는 법령을 띄어쓰는 등 파격적인 변화 방향도 제시했다.

 

이중교 연세대학교 교수도 기본법과 징수법간 이관항목의 재검토를 제안하면서, 용어 면에서는 ‘체납’을 아예 ‘연체’로 대체할 수 없는지 물었다.

 

공매와 압류에 대해 각각 ‘취소’, ‘해제’라는 표현을 달리 쓰는 점도 절차상 용어를 통일하자고 주장했다. ‘대행’과 ‘위탁’이라는 법적 표현도 원래 개념에 부합하게 사용할 것을 주문했다.

 

신설될 주류 면허 관리법의 심판전치주의 적용 문제는 백제흠 변호사와 의견을 같이 하며 “과세처분과 주류면허 취소처분은 성격이 완전히 달라 분법이 되면 전치주의를 적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지만, 주체가 세무서장이다 보니 분쟁의 소지가 있다”며 “취지를 명확히 해서 사전에 충돌을 막아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패널 토론에 이어 좌중 의견으로는 송쌍종 서울시립대학교 교수가 “제2차납세의무에 대한 내용도 징수에 관한 부분은 징수법으로 이관해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교부청구, 참가압류 등에 대한 개념 정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태호 법무법인 택스로 박사는 보다 근본적인 단계에서 “새로 쓰기와 관련된 기초 작업이 부족하지 않았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큰 틀에서 국세기본법과 징수법, 개별세법을 포괄한 부분들의 기초를 닦은 뒤 각각 정리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윤현석 교수 "정상가격 조정 산출방법의 적용요건과 순서 구체화해야"

이용찬 전무 "디지털세 등 국제지침 효율적 반영 토대 마련돼"

 

양인준 서울시립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2부에서는 이한철 기재부 조세법령개혁팀장이 새로 쓴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에 대해 발제한 후, 전문가 패널 토론이 이뤄졌다.

 

먼저 국어학을 연구하는 봉미경 연세대 교수는 남아 있는 일본식 단어와 실제 사용하는 문어체와 거리가 있는 표현들을 다듬을 것을 제안했다.

 

법안 기술에서 자주 쓰이지만 생략해도 의미가 바뀌지 않는 ‘~에 대하여’는 번역투이므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고, ‘그러하다’, ‘아니하다’ 등은 ‘그렇다’, ‘안 된다’, ‘않다’ 등으로 바꿀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대용하는 표현보다는 바로 무엇을 명확히 나타내는지 명시함으로써 혼란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한번에 읽히지 않는 문장은 여러 개로 나누거나, 조문을 분리하는 방식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윤현석 원광대 교수는 국제조세법에서 전통적으로 제기돼 온 문제들을 지적했다.

 

먼저 정상가격 조정을 ‘가장 합리적인 방법’으로 모호하게 규정하는 것보다는 산출방법의 적용요건과 순서를 구체화해주는 것이 납세자와 과세당국의 분쟁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추정’이라고 못박는 규정에 대해 납세자들은 더 큰 부담을 느낄 수 있다며 검토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용찬 안진회계법인 전무는 “OECD 지침을 수시로 반영하다 보니 국조법의 편제도 복잡해졌다”며 “이런 상황에서 이번 조정은 굉장히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특히 현행 법인세법과 편제의 유사성을 높인 것은 물론, 내부적으로도 흩어져 있던 조항들이 모아진 점을 높이 평가했다.

 

아울러 앞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개정 수요에 대해서도 보다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장 OECD 이전가격 지침에 따른 금융거래 산출방법의 조정, 국제 논의가 활발한 디지털 과세문제도 개정된 편제 하에서 보다 일관성 있게 배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장재형 법무법인 율촌 세무사는 구체적인 조항을 예로 들어 아쉬운 점을 지적했다.

 

먼저 41조 조세조약의 시행에서 단순히 ‘필요한 사항’으로 포괄위임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경우를 들어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27조에서는 15%라는 세율이 1995년 이후 변화가 없어 지금에 와서는 적정 세율인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60조에서 ‘불가피한 사항’이라고 서술한 표현은 보다 탄력적인 적용을 위해 해석의 여지를 넓힐 수 있는 개선방안이 있으면 좋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인순 국세청 국제세원관리담당관은 “납세자 뿐 아니라 직원들도 반길 만한 편제 개편”이라며 “특히 시행령의 본법 수용 등을 통해 납세자와 집행기관 사이의 충돌 여지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끝으로 최정희 건양대 교수는 '새로 쓰기'를 하더라도 법 체계를 간과할 수는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예컨대 22조, 25조, 42조 등에서 법의 핵심이 되는 내용보다 용어 정의가 먼저 나오는 점은 다시 고민해 볼 문제라고 말했다. 국외지배주주의 정의와 국제거래명세서의 규정을 밝히는 순서도 재검토할 것을 요청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오늘 제기된 의견들을 적극 반영해 더욱 완성도 높은 법률안을 제‧개정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이날 공청회는 코로나19 확산을 감안해 현장 토론 외에도 온라인 참여가 함께 진행됐다. 개정 법률안에 대해 의견이 있는 국민은 누구나 오는 18일까지 국민신문고를 통해 발제자료 열람 및 의견 등록이 가능하다.

 

기재부는 수렴된 의견을 반영한 개정안을 오는 9월 정기 세법개정안과 함께 국회 제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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