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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3.28. (목)

관세

"사주일가 불법외환거래, 해외비자금 등에 수사 집중"

불법외환거래 척결 선봉장, 이병학 서울세관 조사2국장 인터뷰

 

수출입 거래를 가장한 세금탈루에 이어 편법적인 재산은닉을 통한 부(富)의 해외이전은 한 국가의 경제력을 황폐화시킨다는 점에서 세계 각 국 모두가 비상한 관심을 가지고 대응하고 있다.

 

국가 경제 파탄의 주범인 국부유출 대다수가 해외거래를 가장하고 있으며, 더 정확히는 수출입 거래에서 필수적으로 발생하는 외환거래를 악용하고 있다.

 

결국 외환거래의 길목을 얼마나 잘 지키고 있느냐에 따라 한 국가의 경제력이 온전히 자생할 수도, 바람 빠진 풍선 마냥 쪼그라 들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우리나라 또한 외환거래 자유화 확대 및 수출입 통관절차 간소화, 국내외 경제 환경의 불확실성 증가 등에 편승한 무역기반 경제범죄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무역기반 경제범죄의 심각성을 여·야 의원 모두가 한 목소리로 제기했다.

 

관세청의 불법 외환거래 적발금액은 2015년 4조7천억원, 2016년 4조1천억원, 2017년 4조원에 이어, 올해 8월 기준으로 이미 2조7천억원을 넘어서는 등 매년 4조원대를 기록 중이다.

 

불법 외환거래를 통한 자금세탁과 재산도피를 척결하기 위해 관세청은 올해 9월 11일 조직개편을 단행했으며, 국내 대기업·중견기업의 80% 가량이 밀집한 수도권을 관할하는 서울본부세관(세관장·윤이근)에 외환조사를 전담하는 조사2국을 신설했다.

 

9월18일 공식 출범한 이후 연말경 100일째를 맞는 서울세관 조사2국의 수장은 관세청에서도 외환조사 전문가로 익히 알려진 이병학 국장이다.

 

외환조사 분야 경력만 20년이 넘는 이병학 조사2국장이 불법 외환거래 척결의 초대 선봉장으로 임명된데 대해 관세청 내부는 물론 세관가에서도 최적의 인물 임을 손꼽았다.

 

이병학 조사2국장 스스로도 서울세관과는 불가분의 관계다. 세무대학 졸업 후 8급 시절부터 시작해 7·6급과 사무관에 이어 현재의 직급인 서기관까지 서울세관 조사국에서 각 직급별로 근무하는 등 전무후무한 기록을 가지고 있다.

 

외환업무에서의 밝은 실무 뿐만 아니라 해박한 이론과 지식 또한 강점으로, 지난 2001년 외환거래 검사 및 조사실무 발간을 시작으로 지난해 재산도피·자금세탁 판례집까지 8권을 집필했으며, 올해 9월엔 '외국환거래법 해설 및 수사실무'를 발간했다.

 

해당 저서는 관세청 뿐만 아니라 사법당국에서도 외환거래의 수사 바이블로 꼽힐 만큼 이름을 높이고 있다.

 

전임 보직인 서울세관 조사1국장에 이어 외환조사를 전담하는 조사2국장에 임명된 후 100일을 맞은 이병학 국장은 과거 대검의 중수부나 현재 국세청의 서울청 조사4국처럼 외환거래를 악용하는 국부유출자들에게 서릿발과 같은 엄정한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특히 "수사는 사람이 하는 것"이라는 평소의 수사지론을 실현하기 위해 조사국 직원들의 다양한 수사노하우를 기록한 'News Letter'를 분기별로 발간해 공유하는 한편, '관세국경에서의 무역범죄수사 종합매뉴얼'을 제작하는 등 관세청 조사역량을 강화하는데 열중하고 있다.

 

이 국장은 "자금세탁과 부의 해외이전 등은 반드시 외환거래를 동반할 수밖에 없다"며, "지금의 관세청 외환수사권이 사기·횡령·배임 등으로 확대되면 무역범죄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기업범죄에 대해서도 효율적인 대처가 가능해진다"고 수사권 확대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지난 17일 집무실에서 이 국장을 만나 관세청의 불법 외환거래 전담 조사국 신설에 대한 배경과 향후 업무계획 등을 물었다. 

 

-지난 9월11일 관세청 직제 개정에 따라 종전 조사1국장에서 조사2국장으로 취임했다. 서울세관 조사2국의 주요 업무와 기구 및 인력은?
"서울세관 조사2국의 주요업무는 △수출입 거래와 관련된 불법 외환거래, 재산 국외도피 등 외환사범 단속 △수출입 기업과 환전영업자 등에 대한 외환검사 △환전영업자 관리·감독 △불법 외환거래 등에 대한 외환정보 수집·분석 등으로, 기존 4개과 46명에서 1국5과 11수사팀 등 총 65명이 근무하고 있다."

 

-조사2국의 신설 배경이 불법 외환거래 단속인데, 실제로 무역거래를 가장한 불법 외환거래의 폐해를 지적한다면 어떤 것이 있는지?
"페이퍼컴퍼니와 수출입 가격조작 행위 등을 통해 해외 비자금을 조성하는 등 국내자본을 해외로 빼돌리는 국부유출 행위는 국가 경제 건전성을 약화시키고, 수입 가격의 고가조작을 통한 보험급여 등 국고보조금 편취행위는 국고손실은 물론 꼭 필요한 사람이 복지혜택을 받지 못하게 한다.
특히 모뉴엘과 같이 허위 수출입을 통한 무역금융편취 행위는 기업지원 제도를 위축시키고 건실한 업체에게 돌아가야 할 정책자금을 줄어들게 하거나 금융권 부실화를 야기하는 등 여러 가지 폐해를 발생시키고 있다."

 

-무역업계에서는 서울세관의 조사2국 신설과 관련해 과거 검찰청의 중수부, 국세청의 서울청 조사4국과 같은 위상을 가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조사2국이 진행하는 외환단속 절차를 설명한다면?
"관세청은 법령에 따라 특별사법경찰관 업무를 수행하며 외국환거래 자료 모니터링, FIU 정보, 대외정보요원이 수집한 정보 등을 분석해 혐의점이 발견되면 수사에 착수한다.
또한 수출입·외환거래와 관련된 방산비리나 가상통화(비트코인) 등 불법 외환거래의 사회적 이슈 발생 시 수사에 착수해 일반 사법경찰관과 같이 압수수색 영장집행, 금융계좌추적, 피의자 신문 등 수사 과정을 거쳐 관할 검찰청에 기소 또는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하게 된다."

 

단순 외환절차 위반보다는 富의 편법 이전에 단속역량 집중
무역거래 악용한 횡령·배임사건 효율적 대응 위해 세관 수사권 확대 필요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김영문 관세청장은 서울세관 조사2국 신설을 언급하며, 조만간 대규모 불법 외환거래 적발실적을 발표할 수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현재 진행 중인 불법 외환거래 단속 현황은?
"개별사건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는 어려우나 단순 외환거래절차 위반 사건 보다는 '무역거래를 이용해 기업 사주일가의 富의 편법 이전 목적의 불법 외환거래', '해외 페이퍼컴퍼니와 수출입 가격조작을 통한 해외비자금 조성', '의사·대기업 임원 등 해외부동산 불법 투자' 등 무역기반 경제범죄 단속에 집중하고 있다.
아울러 해외 불법재산을 포착하거나 세관에 수사권이 없는 일감 몰아주기, 횡령·배임 등 기업 재산범죄에 대해서는 올 6월 출범한 범정부 '해외불법재산환수 합동조사단'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수출입업체의 특성상 외환거래는 당연한 결제절차이나, 중소기업의 경우 외환절차를 잘 알지 못해 막연한 불안감도 호소하고 있다. 단순절차 위반으로도 조사2국으로부터 조사착수가 진행되는지?
"외국환거래 법령에 따라 단순 외국환거래 절차를 위반 사항도 수사의 대상이다. 다만, 복잡한 외국환 거래절차가 일반인과 기업 입장에서 다가가기 어려운 법령인 점을 감안해 외환거래 규정 완화를 통한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해 단순 거래절차 위반 관련 법령을 개정하고 있는 추세다.
이와 별개로 서울세관은 관세청·금융감독원과 수출입 기업체 등 무역관련 종사자 등을 대상으로 외국환거래 규정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계도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외국환거래범 조사과정에서 관세법·대외무역법·외국환거래법에 저촉되는 경우에만 관세청의 수사권이 한정된 탓에, 수출입과 관련한 형법상 사기·횡령·배임 등 분야에서는 검찰에 수사권을 인계하고 있는 실정이다. 효율적인 조사를 위해서는 이들 영역에서도 수사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은데 현재 추진상황은?
"금융실명제 등 국내 거래의 투명성 증가의 영향으로 국내 거래를 통한 비자금 조성이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체 등이 무역거래를 이용해 기업 사주일가 소유의 해외법인을 통해 경영권 승계자금을 마련하는 등 불법행위 발생 가능성이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법인의 자금을 국외로 유출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횡령, 배임 등이 발생하고 있는데 무역거래와 관련된 기업 재산범죄 위법사항 포착은 어느 기관보다 세관이 적합하다고 판단되며, 이러한 기업 재산범죄 수사권 확보를 위해 검찰, 법무부 등 유관기관과 긴밀하게 협의 중에 있다."

 

-끝으로 관세청 내부적으로는 이병학 조사2국장에 대해 외환 분야 전문가로 익히 잘 알려져 있다. 신설된 외환조사 전담 초대 국장으로서 각오를 밝힌다면.
"'전문가'라기 보다는 약 20여년간 외환조사 분야 업무를 해왔기 때문에 애착이 많아서 그런 얘기가 나오는 것 같으며 관세청 최초로 외환조사를 전담하는 서울세관 조사2국의 초대 국장으로 임명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
앞으로 조사2국의 최우선 과제를 몇 가지 선정해 보면, 첫째 경미한 사건보다는 중견·대기업, 사회지도층의 재산도피, 자금세탁, 수출입 가격조작을 통한 富의 편법세습 등 반사회적 국부 유출 범죄에 집중할 계획이다.
둘째로는 부족한 수사 인력과 점차 지능화·첨단화 되는 국부유출 범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세관의 기업조사부서(조사·심사·FTA)간 협업을 통해 내실 있는 합동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며, 더불어 기업외환범죄 정보의 수집·분석·축적·관리를 위한 체계화된 기업 재산범죄 관리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외환조사는 국제금융, 기업회계, 국제조세 등 다양한 업무능력이 요구되며 이러한 직무능력을 겸비한 외환조사 전문요원 양성을 위한 인재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앞으로 서울세관 조사2국의 역할은 무엇인지, 또 어떤 준비와 노력이 필요한지 살펴보며 나아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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