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검색

구독하기 2024.05.02. (목)

기타

"보복운전자, 알고보면 피해자"…본인피해 입증된 경우 2.6% 불과

'보복운전자는 억울하다?'. 경찰의 보복운전 행위에 대한 처벌이 본격 강화되면서 최근 보복운전 혐의(특수폭행 등)로 입건되는 운전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보복운전 입건자 상당 수는 애초 난폭·위협운전의 피해자들로, 이에 대응했다가 처벌을 받게 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정당성이 입증돼 최초 원인을 제공한 운전자가 처벌받는 경우는 전체의 2.6% 수준에 불과했다. 대부분은 본인만 보복운전자로 책임을 뒤집어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8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월15일부터 3월31일까지 난폭·보복운전 집중단속을 벌인 결과, 803명을 형사 입건했다고 밝혔다. 형사 입건된 이들 가운데 보복운전이 502명으로 훨씬 많았다. 난폭운전은 301명이었다. 이들은 모두 피해자들의 신고로 처벌받은 경우다.

반면, 처벌된 보복운전자 상당 수는 상대방 운전자로부터 위협을 느끼거나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피해를 입었다는 판단에 직접 대응에 나섰다가 처벌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욱'했다가 졸지에 가해자가 된 것이다.

보복운전의 동기로는 ▲상대방 운전자의 급격한 진로 변경(162명, 32.4%)이 가장 많았으며 ▲경적·상향등(113명, 22.6%) ▲끼어들기(90명, 18%) ▲서행운전(82명, 16.4%)이 대표적 원인으로 나타났다. 애초에 상대방이 원인을 제공했다는 주장들이 주를 이룬다.

이들의 보복운전 유형은 ▲급제동·급감속이 208명(41.6%)으로 가장 많았고 ▲차량으로 밀어붙이기 96명(19.2%) ▲폭행·욕설 85명(17.0%) 순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보복운전으로 형사 입건된 502명 가운데 상대방 운전자의 난폭·보복운전이 입증된 경우는 21명으로 전체의 2.6%에 불과했다. 유형별로는 ▲보복운전의 원인이 된 난폭운전자 4명 ▲보복운전에 보복운전한(쌍방 보복운전) 17명 등이었다. 피해를 입었다고 판단, 무리하게 대응에 나섰다가 거꾸로 가해자로 몰려 모든 책임을 혼자지게 되는 셈이다.

난폭운전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행위로 규정되지만 보복운전은 특정인을 상대로 한 범행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즉, 최초 원인을 제공한 운전자는 난폭운전으로 도로교통법 위반에 해당되지만 이에 대응했다가는 보복운전자로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는 얘기다.

특히, 난폭운전은 급차로 변경이나 신호위반, 과속, 급제동 등 교통법규 위반행위를 두 가지 이상 반복하거나 한 가지 위반 행위를 연달아 하는 경우에만 처벌할 수 있다. 반대로 이런 행위가 특정인을 대상으로 이뤄질 경우 보복운전에 해당된다.

다만, 보복운전은 단 한 차례 행위만으로도 범죄가 성립된다. 이는 난폭운전자로 처벌된 사례보다 보복운전자가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앞 차가 난폭운전을 했다고 대응하면 오히려 본인이 보복운전 가해자로 처벌 받을 수 있다. 상대방 운전자에게 맞대응했다가는 본인만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복운전 처벌 강도 훨씬 쎄…피해 입었다면 경찰에 신고하는 게 최선책

보복운전으로 입건될 경우 상해, 폭행, 협박, 손괴 등 혐의로 형사처벌이 가능하다. 최근 차에서 내린 상대방 운전자를 차로 치었다가 살인미수 혐의까지 적용된 사례도 있다. 일반적으로 보복운전자에게는 형법이 적용돼 도로교통법이 적용되는 난폭운전자에 비해 강도 높은 처벌이 내려진다.

실제 앞서 지난해 12월3일 공항버스 기사 김모(54)씨는 앞 차의 끼어들기에 격분해 1㎞ 가량 상향등을 켜고 추격하는 등 보복운전을 하다 특수협박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버스 앞으로 갑자기 끼어든 SUV 차량 때문에 사고가 날 뻔 했다"고 경찰에 해명했지만 SUV 차량 운전자의 난폭운전 혐의는 성립되지 않았다. 어찌보면 난폭운전 피해자일수도 있는 버스 운전자가 가해자로 뒤바뀌는 순간이다.

이외에도 특정 운전자를 겨냥한 급작스런 진로변경이나 욕설, 갑자기 차를 세우거나 진로를 방해해도 보복운전에 해당한다.

보복운전은 재보복운전으로 맞대응하는 경우에도 적용된다. 누가 먼저 시작했든 상대방에게 이런 위협적인 행위를 벌인 게 입증되면 쌍방 모두가 처벌된다.

지난달 25일 오후 8시41분께 서울 동대문구 사가정로 차로 감소 구간에서 양보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상호 시비 중 번갈아 가면서 상대편 차량을 들이받은 운전자 모두가 보복운전으로 입건됐다.

난폭운전으로 사고가 날 뻔하거나 위협을 느끼는 피해를 입었다면 직접 대응하지 말고 경찰에 신고하는 게 현명한 대처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호욱진 경찰청 교통안전과 교통조사계장은 "운전 중 난폭운전으로 피해를 입었을 경우 블랙박스에 녹화된 영상 등으로 경찰에 신고해 조치를 받아야 한다"며 "이를 운전으로 대응할 경우 보복운전으로 본인은 물론 다수에게 피해를 끼칠 수 있다"고 당부했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