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고위 관계자가 김양(62) 전 국가보훈처장 사건 변호를 맡고 있는 대형 로펌에 전관 변호사 사임을 압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법원 안팎에선 "상당히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1일부터 재판부와 연고관계가 있는 사건의 경우 재판부 재배당을 통해 전관예우나 연고주의를 타파하려는 서울중앙지법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사태로 재판부 재배당 제도 시행 후 피고인의 변호사 선임권을 침해한다는 위헌 논란 또한 가중되고 있다. 
◇'재재배당 여부 고민' 연락…부적절 처신 논란
26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A 형사수석부장판사는 지난 19일 김 전 처장 변호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광장 측에 전화를 걸어 사실상 전관 변호사 사임을 압박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관예우나 연고주의 관련 사건이라는 판단에 따라 이미 한번 재배당한 사건을 전관예우 논란이 가라앉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재재배당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고, 광장 측은 결국 논란 대상이 된 변호사를 사임시켰다. 
이에 대해 법조계 관계자는 "'갑'인 법원에서 연락해서는 법원이 부담스럽다고 하면서 재재배당 여부도 고민중이라고 하면 그 말에 영향받지 않을 로펌이 어디 있겠느냐"며 "광장이 박재현 변호사를 사임시킨 것도 결국 압박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내 일선 법원의 한 부장판사도 "형사수석부장이 로펌에 특정 사건 배당 문제와 관련해서 전화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상당히 부적절한 처신을 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A 수석부장판사의 처신이 전관예우 논란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방편이었다고 이해하더라도 재판에 간섭했다는 비난을 면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A 수석부장판사의 연락을 받은 광장 측이 결과적으로 당초 선임된 변호인을 지정 철회하면서 결국 그 피해는 사건 당사자인 김 전 처장이 떠안을 수 밖에 없게 된 탓이다. 
판사 출신의 중견 변호사는 "법원 행정하는 형사수석부장이 재판에 관여한 경우로 볼 수 있다"며 "과거 신영철 전 대법관의 경우도 같은 문제를 일으켜 논란이 된 적이 있다"고 강조했다. 
◇전관예우 방지 '공익적 가치' vs 피고인 권리 '헌법적 가치' 충돌 
서울중앙지법의 '재판부 재배당' 지침은 법원 스스로 일부 사건당사자가 재판부와 일정한 연고관계에 있는 변호사를 선임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마련한 제도다. 
하지만 전국 최대 규모의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의 영향력 등을 고려하면 이번 지침은 다른 법원에 미칠 파급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전관예우와 연고주의를 없애 재판의 공정성을 담보하겠다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헌법에서 보장하는 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이와 함께 헌법 제27조3항이 규정한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도 침해할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다. 법원의 재배당 조치로 피고인은 심리 일정이 당초보다 늦어지는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구속 피고인의 경우 구속기간에 쫓겨 심리가 충실하게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판사 출신의 다른 변호사는 "과거 특별재판부라고 해서 전관변호사 사건인 경우 형사수석부에 맡기는 제도가 있었다"며 "하지만 이용훈 전 대법원장 당시인 지난 2008년 위헌소지가 있어서 공식적으로 폐지하지 않고 그냥 유야무야 되다가 결국 없어졌다"고 전했다. 
이 변호사는 특히 "재판부 재배당은 내규도 아닌 형사재판부 부장판사들이 결의를 해서 제도를 시행하는 것 아니냐"며 "피고인의 권리라는 측면에서 이 제도를 바라보면 상당히 위헌적 요소가 많은 만큼 일개 지방법원이 결의나 지침을 통해서 할 일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수도권 지역의 한 판사도 "담당 재판부를 변경한다고 해서 전관예우 논란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결국 판사의 양심에 믿고 맡겨야 하는데 국민이 갖는 불신에 법원도 책임을 함께 해야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