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과 북한-
미국은 우리만 혈맹일 뿐
워싱턴(Washington)주는 미국 서쪽 태평양에 연해 있는 주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미국의 수도 워싱턴은 통상 DC (District of Columbia)라고 칭해 구별한다.
이 주는 캐나다(Canada)와 국경선을 마주 하고 있는데 육지와 바다로 넘어갈 수 있다. 이 주의 포트 오브 에인절스(Port of Angles) 라는 곳은 배로 캐나다로 갈 수 있는 조그마한 어촌 국경마을로서 만년설에 뒤덮인 올림피아(Olympia)산자락 아래에 있다.
출국은 간단히 페리호 표를 사서 차를 몰고 승선하면 된다. 약1시간 반 동안 태평양을 북쪽으로 항해해 가면 아름답기로 유명한 캐나다의 빅토리아(Victoria) 라는 항구도시에 도착하게 된다.
입국은 다시 차를 타고 배를 나서면서 캐나다 세관원의 심사를 통과하면 되는데, 나를 맞이한 세관원은 발랄한 아가씨였다. 가족과 여행중이라 아무 생각 없이 관용 여권을 내밀었더니, 이 아가씨 묻는 말이 "North or south?”라 한다.
순간 허를 찔린 느낌이었는데, “뭐라고”라고 되물으니 “북한에서 왔느냐, 남한에서 왔느냐”를 묻는 것이었다. 북한에서 우리처럼 가족여행을 올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면서 입국을 마쳤었다.
왜 허를 찔린 느낌이었을까? 수십 년을 남북이 대치해 온 상황에서 항상 남한의 정통성과 우월성을 교육 받았으나,외국인들은 반드시 그렇게 보지는 않는다는 것을 체득하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1998년 외환위기가 한창이었을 때 워싱턴 포스트(Washington Post) 지는 두개의 한국(two Koreas) 이 한쪽은 달러를, 다른 한쪽은 식량을 얻기 위해 경쟁한다는 제하에 기사를 게재한 적이 있었다.
우리는 미국을 혈맹이라고 아주 가까이 여기지만 그들은 우리만큼 그렇게 살갑게 여기지 않는다. 배고파 죽어가는 북한 어린이나 남한의 현대자동차나 같은 한국으로 여겨버리고 마는 미국인이 오히려 대부분이다.
미국인에게 정서적, 감정적인 요소를 내세워 접근할 일이 아니며, 그에 바탕해서 우리가 기대하는 반응이 안 나온다고 혈압 올리는 것은 국제화하고는 거리가 먼 어리석은 짓에 불과할 뿐이다.
그 뒤로 나는 항상 'I am from South Korea' 라고 하며 편지에도 South를 하나 더 넣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