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000원 선으로 떨어지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0.2%p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또 현재 원·달러 환율은 균형환율보다 10% 이상 고평가 돼 있으며,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1997년 IMF나 2008년 외환위기 같은 상황이 재연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아시아금융학회와 9일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하반기 환율 전망과 대책: 트리플 붕괴 환율, 대책은 없나?'란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이번 세미나는 최근 원·달러 환율이 1달러당1010원선이 붕괴되는 등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는 가운데 하반기 환율 전망을 살펴보고 이에 대한 대책을 모색하고자 마련됐다.
변양규 한경연 거시정책연구실장은 "연초 1050선에서 안정세를 유지하던 원·달러 환율이 3월 말 이후 크게 하락하고 있다"며 "경상수지 흑자 확대와 외국인 주식투자가 순매입으로 전환하면서 국내로 유입되는 달러의 증가세가 더욱 확대되고 있어 1000원선 붕괴마저 우려 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연말에 원·달러 환율이 1000원을 기록할 경우, 수입물가 하락을 통한 내수 진작의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수출 감소를 통한 부정적인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나 올해 경제성장률도 약 0.21%p 정도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정근 한경연 초빙연구위원(아시아금융학회장)은 "2010년 이후 올 1분기까지 원·달러 환율의 평균적인 중기 균형환율 수준을 1124원으로 추정한다"며 "최근 원화가 다시 고평가 되면서 지난 7일 원·달러 환율이 1008.90원까지 하락하는 등 5년10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는데, 이는 중기 균형환율 1124원에 비해 10.2% 고평가된 수준"이라고 짚었다.
그는 이어 "만약 하반기에 원·달러 환율이 1000원 선까지 하락하는 경우에는 11% 수준까지 고평가 될 수 있다"며 "원화가 균형환율에 비해 고평가되는 현상이 중기적으로 지속되는 경우 1997년과 2008년 같은 위기가 재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대책마련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도 "일본 엔화에 대한 원화 가치가 2012년 6월 이후 절상되기 시작하면서 현재 51%의 절상률을 나타내고 있다"며 "과거 1997년 30%의 절상률을 기록했을 때 외환위기가 초래하는 등 사례에 비춰볼 때 시급한 대책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권 원장은 "수출증가율 또한 2012년 -1.3%로 추락한 후 작년부터 2% 수준이 지속되고 영업이익이 악화되면서 기업투자가 위축되고 있다"며 "이러한 수출기업의 어려움이 중소납품업체들로 확산되면서 고용이 어려워지고 소비가 줄어드는 등 내수부진으로까지 이어져 더욱 문제"라고 우려했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정부가 환율 안정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변양규 연구원은 "내수활성화를 통해 과도한 경상수지 흑자를 막고 환율을 안정시키는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등 역발상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기준금리 동결 기조를 유지해 가계부채 상환 부담을 줄임과 동시에 정책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실효적 규제완화를 통해 기업투자심리를 회복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조언했다.
윤덕룡 대외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의 외환시장은 달러화 위주의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데, 현재 달러에 대한 환율에 대응하는 정책만으로는 효율적인 외환시장 대응에 무리가 있다"며 "달러화 외의 주요 통화시장도 개설해 지역적 여건변화에 시장이 직접 대응하게 할 필요가 있으며, 원화의 국제화를 추진해 원화 환율이 각 통화에 대해 유연하게 변동해 시장적 대응이 가능하게 해야한다"고 말했다.
오정근 연구위원은 "올 하반기 중 그간 원화가치 절상에 따른 수출증가율 둔화가 나타나고, 경기회복기조가 강건하지 못한 점 등을 고려해 볼 때 적정 수준의 금리 환율 정책조합이 매우 중요한 시기"라며 "올해 원화가치가 추가로 절상되는 것은 위험하므로 단기적인 대책으로 경상수지 흑자가 GDP 대비 3% 내외 정도의 기조가 유지될 수 있도록 원·달러 환율을 적정 수준으로 복귀시키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