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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4.12. (금)

내국세

'국세청 빅4, TK-행시출신 독식'→'세정신뢰·조직화합 악영향'

'국세청에선 공채출신이 고위직 승진하기 어렵다' 반증

임환수 국세청 법인납세국장(행시28회)이 송광조 후임 서울지방국세청장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지자 조세계 안팎에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28일 세정가를 비롯한 조세계는 정부의 이번 서울청장 인사를 놓고 지역 편중 인사라는 비판을 넘어 국세행정 현장에 서있는 전현직 국세공무원들의 공감을 얻기 힘든 인사라는 혹평을 쏟아내고 있다.

 

이번 인사로 '서울대-행시-TK'로 대변되는 새정부 인사공식이 국세청 고위직 인사에서도 상당부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 국세청 내부 인사 사정 얼마나 감안됐나?
업무전문성과 기획능력 등을 고려할 때 임환수 개인적인 역량에 대해서는 후한 점수를 주는 사람이 많다.

 

이번 서울청장 인선은 CJ발 로비의혹 사건으로 발생한 갑작스런 인사이고, 지난 4월 새정부 첫 고공단 인사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특수한 상황에서의 인사라고 볼 수 있다.

 

4월 고공단 인사를 기준으로 국세청에 놓인 상황을 보면, 본지방청 핵심직위에 편중된 TK위주 인사를 개선해 가는 상황이었고, 행시28회 출신 국장은 미래의 인재를 아끼는 차원에서 본청에 순환 배치했다.

 

그 결과 서울청장에는 TK와는 거리가 있는 서울출신을 임명했고, 행시27회 출신들이 차장을 비롯해 지방청장에 전진 배치됐다.

 

또한 출신지역 및 임용구분의 균형에 신경을 썼고, 경험 많고 능력 있는 일반출신을 본청 국장에 배치해 향후 지방청장 후보로 준비시켰다.

 

이런 내부의 사정에 비춰볼 때, 이번 행시28회의 서울청장 내정은 국세청의 내부 인사 실정과 여건을 십분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행시들의 세상…일반출신은 '들러리'
국세청 2만여 직원 가운데 행시 출신은 166명으로 0.86%에 불과하나, 3급 이상 부이사관 가운데 무려 65%가 행시로 채워져 있다<2월말 기준>.

 

또한 이번 임환수 서울청장 임명되면 본청<차장 포함>과 6개 지방청장 가운데 단 두 명을 제외한 6개 보직을 TK·행시 출신이 차지하는 기형적인 인사구도가 전개된다.

 

특히 본·지방청내 3급 부이사관 이상의 경우 65%가 고시합격으로 공직을 시작했으며, 개방직<감사관> 공모 1명, 5급 특채 3명, 7급 공채 11명, 8급 특채가 2명 등으로 9급 공채는 전무하다.

 

불과 5년여전만 하더라도 행시 사무관으로 출발해 서기관으로 명예퇴직 한 사례가 비일비재 했던 사례를 돌아보면, 타 정부기관은 논외로 하더라도, 지금의 국세청은 행시전성 시대를 넘어 '행시=고공단'이라는 불패의 공식이 견고하게 버티고 있는 셈이다.

 

99%에 달하는 9·8·7급 출신 등 비고시의 경우 상대적인 박탈감이 클 수밖에 없다.

 

이같은 박탈감은 '행시Vs비고시'간의 보이지 않는 갈등으로 작용해 조직내 화합에도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지만, 역대 국세청장 및 행시출신 고공단의 경우 애써 모른 체 하거나, 혹은 내부갈등을 조장하는 언행으로 간주해 재갈을 물리기 일쑤였다는 것이 일반적인 지적이다. 

 

홍기용 한국납세자연합회장은 출발이 늦더라도 전문성과 능력이 있을 경우 이를 상쇄할 수 있는 일명 '인사 추월시스템'의 부재를 꼬집었다.

 

홍 회장은 "대기업의 경우 채용등급이 낮더라도 전문분야에서 전문성과 능력을 인정받으면 언제라도 상급자를 추월할 수 있는 인사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며, "반면 국세청은 고시출신과 비고시간의 출발점이 종착지까지 철저히 준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무살적 고시에 합격한 능력이 30여년 동안 특출나게 발휘되고 있다는 맹신과도 같은 잘못된 인사시스템이 비고시 출신들의 능력과 전문성을 짓누르고 있다는 것과 궤를 함께 한다.

 

홍 회장은 "비록 비고시출신이라 하더라도 언제든지 고위직에 오를 수 있는 균등한 기회를 제공한다면 그들 스스로부터 부정·부패에 연루될 소지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며, "인사시스템이 바로서야 청렴한 공직문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 결국 'TK인사'…
"고위직 인사가 너무 편향적으로 이뤄지면 갈등의 원인이 된다. 요즘은 지역편중 인사에 대해 국세청 내부에서조차 그러려니 하는 것 같다."

 

"호남출신 후보가 아예 없는 것도 아니고 하마평에도 올랐었는데, 균형과는 너무 거리가 있는 인사인 것 같다."

 

전직 지방국세청장 출신 세무사와 기재위 소속 한 의원이 서울청장 인사와 관련해 쏟아낸 지적이다.

 

이번 서울청장 내정으로 국세청차장-서울청장-중부청장-부산청장 등 1급 네 자리 모두가 TK출신으로 채워지게 됐다.

 

기재위 소속 한 의원은 "결국 또 TK냐"면서 "개개인의 실력을 말하는 게 아니다. 권력기관인 만큼 고위직 인사의 지역적인 균형 배치는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지역편중 인사는 결국 조직내부의 화합을 해친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지방청장 출신 한 세무사는 "고위직 인사의 지역적인 편중은 갈등의 씨앗이 될 뿐만 아니라 조직 내부의 화합을 해친다"고도 했다.

 

■ 인사권자의 균형인사 원칙 무색
"모든 국세공무원이 꿈과 희망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공정·투명한 균형인사 원칙을 확립하겠다."

 

"전문성과 역량을 고려하되 가용 인력풀 내에서 임용구분·출신지역별 균형을 유지한다."

 

이상은 고위직 인사와 관련해 김덕중 국세청장이 공언한 말 중 일부이다. 

 

이처럼 김덕중 국세청장의 인사철학은 지난 4월 전국세무관서장회의와 새정부 첫 고공단 인사기준에 잘 드러나 있다.

 

세무행정의 핵심은 '공정'이며 행정의 공정성 확보는 공정한 인사에서 출발함을 인사권자가 인지하고 실천의지를 다지고 있지만, 국세청차장-서울청장-중부청장-부산청장 등 1급 네 자리 모두에 TK출신 배치는 인사권자의 '균형인사 의지'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다.  

 

4대 권력기관인 국세청 1급 인사는 보통 청와대의 의중이 담기는 인사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번은 정도가 지나쳤다는 게 세정가의 지적이다.

 

게다가 고공단 인력풀에 TK출신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분포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향후 인사에서 공정·균형 인사를 꾀하기 더욱 힘들다는 점에서 이번 인사가 더욱 아쉬움으로 남는다는 평가다. 
■인사편중, 결국 징세행정 신뢰도·조직화합에 악영향
송광조 전 서울청장의 불명예 퇴임과 관련해 국세청 내부에선 다양한 요인분석을 내놓고 있으나, 그 가운데서도 설득력 있는 분석 가운데 하나가 행시출신에 대한 감시와 견제 불용(不用)론이다.

 

전직 고위직 출신의 K씨는 "34개에 달하는 국세청 고공단 보직 가운데 일명 힘있는 자리는 행시가 꿰차고 있다"며, "사석에선 형님과 동생으로 통칭되는 이들 사이엔 감시와 견제가 있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인사의 대표적인 병폐로 지목된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는' 커넥션이 엄연히 존재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세정가에선 국세청 고공단 보직인사에서 행시와 비고시간의 균형인사가 구현될 경우 서로간의 견제와 감시체계가 정상 가동될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역으로 현 국세청 실정에선 이같은 체계가 정상 구동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로, 상대적으로 나름 청렴(?)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송광조 전 서울청장의 경우를 반면교사로 내세울 수 있다.

 

더욱이 특정지역 출신에 행시위주로 짜여진 현 국세청 상층부는 외부의 청탁과 부정·부패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등 청렴문화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수도권 L모 세무사는 "지역향우회를 방불케 하는 국세청 최 상층부의 인적구조는 불순한 의도를 가진 외부인이 연결고리 하나만을 잡을 경우 모두와 통할 수 있는 등 자기검열에 극히 취약한 감시구조를 불러왔다"고 꼬집었다.

 

이렇듯 심심찮게 발생하는 국세청 고위직의 부정부패는 국민들로부터 징세행정 신뢰도를 추락시키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해 국가 징수기관 본연의 역할마저 침식시키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한다.

 

임환수 서울청장 내정 소식이 전해진 직후 모 지방청 과장은 "위에서 하는 일이니 별 관심 없다"는 냉소적인 반응에 이어, "커리어(보직경로)로 인사를 한다면 보직 전체를 개방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보 인사 때마다 행시출신들의 커리어를 위해 배제되는 비고시출신들의 애환을 대변한 것으로, 보직경로에서 밀린 나머지 부이사관 및 고공단 승진 기회조차 잡지 못하는 국세청의 현실을 꼬집고 있다.

 

더욱이 이같은 인사불만은 국세청 상층부의 의사결정에 대한 불만으로 옮겨 붙을 여지가 높아, 가까운 과거엔 본청에서 일선세무서에 내리는 지시가 땅끝 해남세무서를 넘어 제주세무서까지 전달된 후 다시금 본청에 보고되는 기일이 하루를 넘기지 않았으나, 이젠 장담하지 못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조직화합 저해가 국세청 본연의 업무차질까지 빚을 것이라는 우려가 점차 현실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전직 국세청 고위직 출신 K씨는 "정쟁과 당쟁이 극해 달했던 조선중기 영조가 인위적으로 탕평책을 구사한 배경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며, "국세청장 의지만으로는 절대 실현될 수 없기에 정부와 여당, 청와대 등이 머리를 맞대 국가재정징수기관의 인사시스템을 정상적으로 되돌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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