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영욱(73) 전 대한통운 사장에게 인사청탁 대가로 5만 달러(당시 5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명숙(69) 전 총리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14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기소된 한 전 총리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또 한 전 총리와 함께 재판에 넘겨진 곽 전 사장에 대해 뇌물공여 혐의는 무죄로 보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만 인정해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도 유지했다.
한 전 총리는 2006년 12월20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곽 전 사장 등과 오찬을 가진 뒤 인사청탁 대가로 2만 달러와 3만 달러가 각각 담긴 편지봉투 2장을 받은 혐의로 2009년 기소됐다.
한 전 총리는 그러나 "정세균 당시 산업자원부 장관의 퇴임을 앞두고 함께 오찬을 한 적은 있지만 대한석탄공사 사장 선임절차가 진행되고 있던 사실 자체를 몰랐고 돈을 받은 적도 없다"며 혐의를 일관되게 부인해왔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곽 전 사장이 한 전 총리가 보는 앞에서 의자 위에 봉투를 내려놓는 방식으로 돈을 건넸는지 여부 ▲곽 전 사장이 공기업 사장이 되도록 도와줬는지 여부 ▲공소사실이 인정될 경우 대가성 여부 ▲인사 관련 감사의 뜻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돈을 수수했는지 여부를 쟁점으로 삼았다.
재판부는 심리 결과 곽 전 사장이 검찰 조사 및 재판 과정에서 "돈을 줬다"고 했다가 "검찰이 무섭고 선처를 기대해 거짓말했던 것"이라고 하는 등 돈을 줬는지와 액수에 대한 진술이 오락가락하고, 곽 전 사장의 건강상태와 검찰 수사방식으로 미뤄 궁박한 처지를 벗어나기 위해 허위진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또 곽 전 사장이 돈을 전달한 방법 역시 당시 상황에서 가능하지 않아 보이고 곽 전 사장이 수중에 5만 달러를 갖고 있었는지도 의심스럽다며 "곽 전 사장의 진술은 일관성, 임의성, 합리성, 객관적 상당성이 부족해 신빙성에 의심이 든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5만 달러 수수 사실 자체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 나머지 쟁점에 대해서는 심리하지 않고 한 전 총리의 뇌물수수와 곽 전 사장의 뇌물공여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이어 2심도 "곽 전 사장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아 신빙성이 없다"며 1심과 같이 무죄 판결을 내렸다.
아울러 곽 전 사장은 한 전 총리에게 5만 달러를 건넨 혐의와 영업활동비 명목 등으로 회사자금 55만 달러를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50만 달러 횡령 부분을 유죄로 보고 징역 3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이 중 일부를 무죄로 판단해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감형했다.
한편 한 전 총리는 대선 후보 당내 경선을 앞둔 2007년 3월 한만호(52) 전 한신건영 대표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9억여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도 기소됐지만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