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 3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개막하는 핵무기비확산조약(NPT) 평가회의 참석차 이날 뉴욕에 도착했다.
이번 회의가 장관급 회의임에도 스스로 회의 참석을 자처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이날 저녁 개막연설을 통해 이란의 핵개발 정당성을 강조하고 이스라엘의 NPT 가입을 촉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뉴욕 JFK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국제법을 준수하고 그 틀 안에서 행동하고 있기 때문에 서방 국가들의 신뢰를 얻으려 애쓰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서방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이 결국 핵무기 제조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추가 제재 방안을 논의 중이지만, 이란은 자국의 핵개발이 어디까지나 NPT 제3조에서 보장된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해당한다고 맞서고 있다.
아마디네자드는 자국의 핵개발 정당성을 강조함으로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중심으로 진행 중인 이란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 노력을 약화시키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 유엔 총회 참석 이후 7개월여 만에 미국을 다시 방문한 그는 아울러 NPT 가입을 미루는 이스라엘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란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스라엘이 중동 지역의 평화 유지에 가장 큰 걸림돌이라며, 이스라엘의 NPT 가입을 도모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더욱 강한 압박을 가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이번 회의를 통해 `핵 없는 세상'을 향한 국제사회의 외교적 노력에 방점을 찍으려 했던 미국은 그의 회의 참석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지난주 "이란이 NPT 규정을 위반하고 있다는 사실은 논란의 여지가 없기 때문에 이란 대통령은 뉴욕에서 따뜻한 환대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클린턴 장관은 지난 2일 NBC와의 인터뷰에서도 "나는 그들(이란 대표단)이 회의의 주요 의제에 대한 주의를 분산시키고 혼란을 야기하기 위해 뉴욕에 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미국의 이런 기류를 반영하듯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는 인터넷판에 `아마디네자드의 미국 방문이 NPT 회의를 하이재킹(항공기 공중납치)할 수도 있다'는 제목의 관련 기사를 게재하기도 했다.
핵무기의 확산 금지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보장 등을 추구하기 위해 5년마다 정기적으로 개최되는 NPT 평가회의는 오는 28일까지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