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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5.0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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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판결' 관행으로 굳어진 불법 민사집행 개선되나

적법한 절차를 무시한 강제집행으로 피해가 발생했다면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내려짐에 따라 기존의 민사집행 관행에 변화가 올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홍기태 부장판사)에 따르면 작년 11월 서울 서초구 반포동 소재 빌라에 살던 이모씨 가족은 예고 없이 찾아온 법원 집행관들에 의해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쫓겨나는 신세가 됐다.

 

빌라의 유치권을 양도받아 전입신고를 마친 이후 거주했고, 관련 소송에서 이겨 7억원 상당의 유치권을 인정받은 상태였지만 일방적으로 명도집행에 나선 집행관들을 막을 수 없었던 것.

 

이씨는 적법한 절차를 무시한 채 이뤄진 명도집행이었다며 국가를 상대로 5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고, 법원은 이씨의 손을 들어줬다.

 

민사집행법 39조 제2항에는 이씨처럼 원(原)채무자가 아닌 채무를 이어받아 대신 지게 된 제3자를 상대로 한 강제집행의 경우, 사전에 고지하지 않아도 되는 일반 강제집행과 달리 반드시 사전에 집행문을 전달해 집행 사실을 알리도록 하고 있다.

 

원채무자를 대상으로 한 일반 강제집행보다 복잡해진 권리관계 때문에 이씨처럼 혹시 생길지 모를 부당한 집행을 미리 방지하기 위한 취지다.

 

하지만 지금까지 법원의 민사집행은 일반 강제집행이든, 채무자의 승계인을 상대로 한 승계집행이든 모두 사전 고지를 하지 않는 것이 관행이었다.

 

실제로 법원행정처가 발간한 법집행 실무지침서인 '법원실무제요'는 승계집행시에도 집행문을 사전에 전달하지 않고 현장에서 집행과 동시에 전달해도 된다고 명시해 놓고 있을 정도다.

 

이는 집행 사실을 미리 알릴 경우 중도에 점유자를 바꿔 집행을 방해하는 등 채무자에 의해 악용의 소지가 있는 만큼 집행 자체가 불능 상태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한 현실적인 방안이다.

 

이와 관련, 법원 부속기관인 집행관사무소는 법원실무제요의 지침과 관행에 따라 집행을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씨가 승소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판결은 이 같은 법원의 변칙적인 민사집행 관행의 위법성을 적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상급심에서도 1심 판결이 유지된다면 민사집행 관련 제도는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1심 재판장인 홍기태 부장판사는 "집행 과정상의 현실적인 문제들 때문에 생긴 관행임은 이해하지만,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피해자를 방치하거나 실정법을 위반한 법원의 관행을 묵과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승계집행을 사전에 고지할 경우 생길 수 있는 문제들은 따로 제도를 보완함으로써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하며 지금처럼 적법한 절차를 무시해선 안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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