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검색

구독하기 2024.05.04. (토)

부가가치세 신고가 지난달 25일 무사히 마감됐다.

 

이번 부가세신고에서 눈에 띈 점은 서울청의 경우 산하 14개서에서 전자신고창구를 폐지한 것이다.

 

그러나 그 현실성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든다.

 

세금 신고기간에 일선 세무서에 가보면 전자신고 창구는 항상 붐빈다. 붐비는 이유는 간단하다. 납세자들이 신고 작성이 불안하니까 세무서의 힘을 빌리려는 것이다. 창구 한편에는 항상 '납세자께서 직접 작성해야 합니다'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지만 그것이 제대로 지켜진다고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납세자나 세무서 직원이나 작성은 '세무서 직원'들이 한다고 보는 것이다.

 

컴퓨터 앞에는 직원들이 앉아 있고 납세자들은 옆에 앉아서 신고 내용을 불러줬으며 작성은 언제나 세무서 직원들의 몫이었다. 그래서 직원들은 신고 때마다 업무의 이중고에 시달린다.

 

서울청에서 14개 서에 대해 내린 전자신고 창구를 폐지하라는 지시에 대해 일선 세무서 부가세과장들이 전전긍긍한 것은 바로 이러한 현실에서 어느 정도까지 원칙을 지켜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했기 때문이다.

 

전자신고의 자기 작성은 쉽지 않다. 로그인뿐만 아니라 공인인증서를 받아야 하는 것도 그리고 암호를 두개 이상 외워야 하는 것도 납세자들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니 노인들이나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은 신고인들에게는 전자신고는 어려운 매체이다. 따라서 납세자들은 세무서를 찾을 수밖에 없다.

 

전자신고의 자기작성 원칙은 국세청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한다. 그러나 그 원칙이 지켜지려면 앞에서 말한 것처럼 '원칙의 범위'를 한정해 주는 지혜도 필요하다고 본다. 일선에서는 창구 폐지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그 지시를 그대로 따라야 한다고 보지 않지 않는다. 그들은 "원칙을 지킨다면서 납세자들이 찾아와도 냉정하게 신고를 직접 작성하라고 하면 납세자들의 불만이 매우 커질 것"이라며 "납세자와의 마찰이 생길 때 과연 윗선에서는 우리를 보호해 줄 것인가"고 의심을 품는다.

 

신고창구를 폐지하라고 하면서 한편으로는 납세자에게 친절하라고 하는 지시는 원칙을 고수할 수 없게 만든다. 이는 책임을 윗선에서는 지지 않겠다는 것과 다름이 없다. 원칙을 지키려면 그만한 대가가 필요하다. 원칙 수행 초기에는 다소간의 마찰이 필연적으로 생겨난다. 그러나 원칙을 계속해서 지키게 되면 나중에 가서는 그 원칙을 상대방이 이해하게 되고 서로 지키게 된다. 오히려 상대방이 더 잘 지켜주는 사례도 발생한다.

 

문제는 지금 그 원칙을 지키려는 것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태도이다. 원칙을 지키려는 일선에 대해 과감하게 힘을 실어주는 지원이 아쉽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