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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5.26. (월)

내국세

[특집]]'국세청법' 제정, 이번엔 가능할까?

법안 제정 필요성 고조…"정치적 중립성 및 독립성 보장해야"

전직 국세청장과 차장이 구속되는 '쇼킹'한 사건이 벌어지면서 국세청법안 제정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 8월 CJ그룹의 세무조사 로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 과정에서 전군표 전 국세청장과 허병익 전 국세청차장이 구속되면서 국회와 조세계를 중심으로 국세청법 제정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

 

국세청법 제정 시도는 과거에도 있었다. 지난 2007년 당시 한나라당 엄호성 의원이 국세청법을 제정 발의 했으며, 역대 국세청장 입을 통해서도 국세청법 또는 국세공무원법 제정의 필요성이 역설되기도 했다.

 

이번 국세청법안 제정 움직임이 예년과 조금 다른 것은 전직 국세청 최고 수뇌부의 뇌물 수수 구속의 여파에서 비롯됐다는 점이다.

 

또한 이명박 정부에서의 태광실업 세무조사 등 국세청이 정치적 목적으로 세무조사를 실시했다는 의혹이 줄기차게 제기되고, 계속해서 끊이지 않고 기업 세무조사 과정에서 국세청 직원들의 뇌물수수 사건들이 불거지고 있는 것도 한 배경으로 작용했다.

 

이번에 법안 제정에 나선 이는 민주당 소속 정성호 의원이다. 그는 국세청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보장을 위해 국세청법안을 대표 발의한다고 밝혔다.

 

□ 국세청법 제정안 내용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정성호 의원(민주당)이 지난 8월27일 대표 발의한 국세청법안은 임기가 보장돼 있지 않은 국세청장의 임기를 2년으로 보장하고, 동시에 국가세무위원회를 설치해 국세청의 중립성과 공정성을 담보하도록 하는 게 주요 골자다. 

 

세부적으로 보면, 국세청장은 정무직으로 하고, 국세청 소속 1급 국세공무원 중 국가세무위원회가 추천해 기획재정부장관의 제청으로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했다. 국회의 인사청문회도 현행처럼 거치도록 했다.

 

또 공평하고 효율적인 국세행정에 관한 정책의 수립·집행, 정책 수립을 위한 국세통계의 생산, 국세공무원의 주요 업무인 세금의 징수 및 납세자 권리보호 등에 대한 교육, 세무조사 기법 연구 등에 대한 교육과 연구 등을 위해 국세연구원을 설치토록 하고 있다.

 

국세청의 인사, 조직, 예·결산, 감찰 및 징계 등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하기 위해 기획재정부에 국가세무위원회를 설치토록 했다.

 

납세자인 국민의 권리보호에 관련된 사항에 관한 업무를 관장하기 위해 납세자보호관을 두도록 했다.

 

또한 국세공무원은 특정직공무원으로 하고, 직급을 1급부터 9급까지로 구분했다. 5급, 7급 및 9급 국세공무원의 신규채용은 공개경쟁 채용시험을 거쳐 채용토록 했다.

 

아울러 숨은 세원을 발굴하거나 장기간 체납된 국세를 징수하는 등 직무수행 능력이 탁월해 국세행정에 큰 공헌을 한 자는 특별승진 임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세공무원의 보수는 직무의 특수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국세공무원은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정치적 중립을 유지하도록 의무를 규정했다.

 

또한 국세공무원은 특정인에 대해 세무조사를 실시하도록 하는 등 직무와 관련해 부당한 요청을 받은 경우에는 자체 감사기구에 보고하도록 하고, 자체 감사기구는 이에 대해 즉각 감사를 실시하도록 규정했다.

 

 

정성호 의원 대표발의 국세청법안 주요 내용

 

*국세청장 임기 2년 보장.

 

*국가세무위원회가 국세청장 후보 추천.

 

*별정직 사무차장과 과세차장을 둠.

 

*세무조사 기법 연구 등을 위해 국세연구원 설치. 연구원장은 1급 상당 별정직으로 함.

 

*국가세무위원회는 인사, 조직, ·결산, 감찰·징계 등을 심의·의결. 비상임 7, 상임 2명 등 9명의 위원으로 구성.

 

*납세자보호관 1(별정직)으로 격상. 국세청장이 추천하고 국가세무위원회 의결을 거쳐 기획재정부장관이 임명.

 

*국세공무원은 특정직공무원.

 

*국세공무원 보수는 대통령령으로 규정.

 

*국세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 규정.

 

*연령 정년은 60.

 

 

 

 

 

2007년 엄호성 의원 국세청법 제정안 주요내용

 

*국세청장은 정무직으로 하고,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

 

*국세청장 임기는 2, 1급 중에서 임명.

 

*국세공무원은 특정직공무원으로 하고, 계급은 1급부터 9급까지로 구분.

 

*인사에 관한 중요사항 자문하기 위해 국세청에 국세공무원인사위원회 설치.

 

*국세공무원 보수는 대통령령으로 규정.

 

*정년은 5급 이상 60, 6급 이하는 57.

 

*17대 국회 임기만료와 더불어 폐기.

 

 

 

 

 

 

 

□ 조세계 반응은?
조세계는 국세청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법안 제정 찬성을 전제로 국세청장의 자격이라든지 임기, 추천 등 세세한 부분에 대한 이론에 더 관심이 많다.
  
우선, 국세청 정원은 2만여명으로 행정부 국가공무원 중 경찰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점을 감안하면 별도의 법률 제정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경찰의 경우 경찰법 경찰공무원법, 국정원은 국가정보원법 및 국가정보원조직법, 검찰은 검찰청법, 감사원은 감사원법 등 별도의 법률을 갖고 있는 점도 유리한 배경으로 작용한다.  

 

국세청법 명칭에 대해서는 국세청법 또는 국세공무원법 등을 선택할 수 있다는 대안이 제시되고 있으며, 국세청장 자격을 국세청 내부의 1급 뿐만 아니라 외부인에게도 확대해야 한다는 여론도 있다.

 

하지만 국세청법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 기재부와 안행부는 부정적인 입장이 더 강하다.

 

다른 부처의 일반직공무원과 동일한 인사원칙을 적용할 수 없고, 유사기관인 관세청 등에서도 이같은 법률 제정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등이 주요 이유다.

 

따라서 국세공무원의 특수직화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논지다.

 

□ 국세청 직원들의 반응은?
주목할 만한 점은 국세청법 제정과 관련해 예년과 다르게 국세청 내부에서도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세청은 지난해 11월 제2차 국세행정위원회를 개최했다. 여기서는 주요 국세행정 현안과 함께, 지식정보화시대에 대처하기 위한 국세청 조직체계와 인적자원 관리 방향에 대한 의견교환과 국세행정위원들의 자문이 있었다.

 

국세행정위원회는 각계 각층의 덕망있는 인사와 전문가 15명으로 구성된 국세행정 자문기구.

 

특히 이날 2차 회의에서는 중장기적으로 국세행정의 중립성과 전문성, 책임성 제고를 위해 국세청법을 제정하고, 국세공무원의 신분을 특정직공무원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국세행정에 실질적인 자문을 하고 있는 내외부 위원들 사이에서도 국세청법 제정의 필요성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국세청 직원들 역시 국세청법 제정과 관련한 여론에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세공무원의 특수직화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찬성 입장을 보이면서도 현실적으로 여당이나 정부의 반대로 법안 제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는 분위기다.

 

일선세무서 한 관리자는 "국세공무원의 특수직화는 필요하다. 예를 들어 타 부처에서 국세청으로 전입을 오면 업무에 적응하기 힘든데 이는 국세공무원이 전문직이기 때문"이라며 당위성을 설명했다.

 

"국세공무원을 특수직화 할 경우 9급 직원 등 5급 이하 직원들은 큰 이점이 있지만, 고위직들은 다른 부처로 가기 힘들기 때문에 아마 속내는 반대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또다른 관리자는 "국세청장 임기제를 해도 청와대의 그늘을 벗어나긴 힘들 것"이라며 "2년 임기제도 좋지만 아예 독립된 위원회에서 청장을 임명하는 것이 중립성 유지에 가장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매우 급진적인 의견을 내놨다.

 

이와 함께 "청장 2년 임기제는 대통령의 인사권에 영향을 줄 수 있어 힘들 것이다""검찰이나 경찰처럼 특수한 공무원이기 때문에 특수직화 해야 한다""경찰의 경우처럼 조사과 직원들도 가끔 생명에 위협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는 의견들도 쏟아졌다.

 

"새정부 들어 지하경제 양성화와 역외탈세 근절이 강조되는 등 국세공무원의 전문성과 특수성이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되고 있어 특수직화는 더욱 필요한 시점이 됐다고 생각한다"며 지금이 국세청법 제정의 적기임을 강조하는 의견에서부터 "국세청법이 제정되면 국세행정이 더욱 매끄러워 질 것이다"며 향후 효과를 전망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기재부나 안행부는 국세청을 대민 행정서비스기관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 국세공무원의 특수직화를 반대하는 것 같다""국세청법 제정은 예전부터 추진한 것 같은데 정부와 여당의 반대가 너무 강해 안되는 것 같다"는 우울한 여론도 많았다.

 

이번 국세청법 제정안이 야당의원이 대표 발의한 것이지만, 국세청법 제정의 필요성이나 당위성에 대해 조세계 뿐만 아니라 국회, 국세청 직원들까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어 법안 제정이 현실화 될 수 있을지 더욱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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