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이 멕시코 칸쿤에서의 WTO회담 실패를 기회로 자국산업 보호를 위해 관세장벽을 높이고 있다.
필리핀 관세위원회는 자국 제조업계에서 원료로 사용하는 4,500가지 품목 가운데 600여 품목 이상에 대해 관세율을 높여야 한다고 지난주 정부에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인상에 대한 공식 발표는 조만간 있을 예정으로, 수출업자들에 대해서는 수입 기계장비에 대해 관세면제를 허용하는 방안을 모색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필리핀 무역산업부장관 로하스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검토를 마친 4,574개 품목 가운데 1,371개 품목이 현지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이 가운데 627개에 대해서는 관세가 인상되고 나머지 740개 품목은 현 수준이 유지될 것이라고 한다.
또한, 현지에서 생산되지 않는 품목의 경우에는 2,932 품목의 관세율은 현 수준을 유지하고 258개 품목은 관세율이 낮아질 것이라고 한다. 자본재, 부품, 제조용 소모품, 오염방지기기 등에 대해서는 관세가 면제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외에 내수지향업의 경우에도 국내 고용을 촉진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분야에는 수입관세를 1%로 부과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내수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는 지난 1999년 필리핀 투자청에 등록된 사업체들에게 부여됐었다.
투자청에 등록된 신규사업체 수는 지난 1994년에는 795개사였으나 2002년에는 156개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1989년에 투자청에 등록한 사업체는 1,103개였었다. 새로운 투자로 생겨난 일자리 또한 1997년의 79,667개에서 2002년에 27,785개로 감소하였다.
또한 2005년부터 대미 수출쿼터 철폐에 대비하여 섬유의류업계가 새로운 장비와 기술을 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관련 섬유의류 관련기계류 업계에서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필리핀은 지난달에 석유화학제품과 화장품, 의류 악세사리, 신발 등 완제품 소비재에 대해 수입관세를 대폭 인상한 바 있다.
필리핀 아로요 대통령은 금년 1월에 어려움에 처한 자국산업의 입장에서 WTO 관세양허계획을 재검토하도록 지시했었으며, 과거 라모스정권의 신자유주의 정책이 잘못되었다는 비난이 고조되어 정부의 관세인하정책에 대한 반발이 높아지는 가운데 멕시코 칸쿤회담이 실패로 돌아가자 필리핀 내에서는 자국산업의 경쟁력을 회생시킬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높아가고 있다.
필리핀의 산업정책이 이같이 관세인상을 통한 자국산업 보호쪽으로 선회함에 따라 기술적 밀수도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이며, 우리나라의 대 필리핀 수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