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숨은 補助金'이라고 불리는 減免·非課稅 特例 등으로 세금을 거두지 않는 '조세지출예산'을 두고 정책목적 달성 여부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보 공개도 제때 되지 않고 있어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조세계 일각에서는 예산을 심의하는 국회는 물론 예산을 집행하는 정부마저도 조세지출예산에 대해 사전에 충분한 검토없이 정치논리에 따라 주먹구구식 비과세 및 감면 등을 남발, 조세지출예산을 줄곧 증액시켜 왔을 뿐만 아니라 사후 정책유인효과 등에 대한 철저한 검증절차도 소홀하고 있다는 것이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지난 2002년도 세금의 감면에 따른 사실상의 세수 손실인 조세지출예산 규모는 모두 14조4천억원으로, 이는 지난 IMF직후인 '99년의 10조5천억원에 비해 무려 4조원이상 늘어난 규모이고 올해 총 세출예산 111조여원의 10%를 훨씬 웃돌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14조원 규모의 조세지출 예산 중 구조조정 및 투자 활성화 등의 정책목적 달성을 위한 경제개발지원에 쓰여진 액수는 불과 4조원이었고, 이 가운데 특히 중소기업지원 목적의 조세지출 예산규모는 2002년 1조8천억원으로 총 조세지출 예산의 10%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성균 재정경제부 조세지출예산과장은 이와 관련 "조세지출예산이 지난 2000년이후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으나 중소기업 지원규모는 매년 5천억원 규모로 증액되고 있어 경쟁력이 부족한 中企에 더 많이 지원되는 셈이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중소기업계와 조세학계 일각에서는 이같은 조세지출예산 운용과 관련 "당초 특례세율 적용이나 감면 등의 정책목적대로 제대로 작동돼 경제적 파급효과가 나타나는지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의문이다"라고 지적하고, "부동산시장 안정이나 증시 활성화 또는 설비투자 촉진이나 수출 증대 등에 과연 얼마만큼 효과가 나타났는지를 정부 스스로나 조세지출예산을 심의한 국회에서 면밀히 검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S某씨는 "각종 조세특례제가 있지만 사후 관리상의 번거로움 탓에 이용하기를 꺼려하고 효과도 실익도 적다"면서 세금 감면의 실효성에 의문을 표시하며 금융 노동 등에 대한 현실성있는 지원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또다른 정부 부처 관계자는 감면 등에 따른 조세지출예산의 증가와 관련 "당장의 복지재정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실상의 재정지출이라고 할 수 있는 세금 감면효과가 누구에게 돌아가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며 "택시회사 세금 감면이 시설 투자나 종업원 복지로 제대로 쓰여지지 않고 있는 게 단적인 예이다"고 말했다.
한편 조세학계 일각에서는 조세지출예산의 증가 추세에 대해 "사후 경제적 시너지 효과에 대한 기대가 불확실함에도 정치 및 집단의 논리에 밀려 단순히 감면 비과세 등의 조세지출예산을 늘려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이제부터라도 일반예산 지출에 대한 철저한 심의가 있듯, 조세지출예산에 대한 감사나 국회 심의가 본격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여정부 출범전 정부는 '넒은 세원 낮은 세율' 기조하의 세제 개편과 관련, 비과세 및 감면에 대한 일몰규정을 엄격히 적용하는 한편으로, 세율 인하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올들어 이같은 일몰 등 관련 규정을 대부분 연장하거나 그대로 둔채 운용해 나갈 방침임을 밝혔다.
某 조세전문가는 이와 관련 "한번 감면이면 영원한 감면이다"라는 뿌리깊게 각인된 안이한 세금 감면의식과 숨은 보조금(?)을 선호하는 경제계의 국회에 대한 무리한 입법요구 관행이 사라져야 조세지출예산제의 본래 취지가 살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특히 조세지출예산 운용과 관련, 정부와 국회는 이 조치를 동원한 데 따르는 손실을 보상하고도 남음이 있을 만큼 명확하고 강력한 이점이 있는가에 대해 충분한 논의와 검토를 거쳐 결정해 줄 것을 주문했다.
총 조세지출예산은 지난 '99년 10조5천419억원, 2000년 13조2천824억원, 2001년 13조7천억원, 2002년 14조4천억원으로 나타났다.
현재 정부는 조세지출예산과 관련해 공개를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는 아직까지 조세지출예산 공개와 관련된 법적인 근거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재경부 등에서 참고자료 및 내부 자료로만 활용하고 있고, 예외적으로 국회에서 요구 시에만 공개하고 있어 조세지출 사용에 대한 시민들의 감시는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이같은 문제점을 보완하기 몇 해전부터 조세지출예산 공개와 관련된 별도의 법안을 추진 중에 있으나 아직까지 성과가 없으며 올해 정기국회에서 이와 관련된 법안 상정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하고 있어, 조세지출에 대한 정보공개는 여전히 불투명할 상태로 머무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