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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4.30. (수)

내국세

납세자위한 세무서 자원봉사

`봉사의미' 가슴깊이 새겨




`세무서'라는 이름은 왠지 차갑고 무서운 느낌을 준다. 경찰서에 나쁜 일을 하고 잡혀가는 것처럼 세무서에도 죄짓고 가는 듯한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지금은 물론 그렇지 않겠지만 예전에는 세무서에서 나왔다고 하면 경찰관이 온 것보다 더 무서워했던 적이 있었다 한다.

그만큼 사람들이 조세에 대해 무지하고 세무공무원들의 횡포가 심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 결과 이러한 병폐들을 막고자 정부에서는 몇 년전부터 세무공무원들이 직접 사업장을 찾아가 작성하던 종합소득세나 부가가치세들을 납세자가 직접 작성하는 제도로 변경했다. 이 정책의 취지는 바로 세무공무원들의 부정·부패를 미연에 방지하고 납세자가 직접 작성함으로써 조세체계의 올바른 개념을 인식시키고자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세법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는 일반인들에게는 이것도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세법에 대해 배우고 있는 우리들에게도 조세체계는 정말로 어려운 개념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세금신고를 납세자가 직접 하기에는 벅찬 감이 있다. 우리가 이번 봉사활동에 참여한 것도 바로 이러한 납세자의 고충을 조금이나마 덜어 주기 위해서였다.

비록 사제동행세미나라는 학교수업의 일환으로 이 프로그램을 접하게 됐지만 정말 타의에 의해서가 아닌 자의에 의해서 이 일에 참가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내가 과연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혹시 실수라도 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에 실습나가기 전날까지 걱정했던 것이 사실이다. 세무서 공무원들에게 1주일간 사전교육을 받았다고는 하나 신고유형의 종류가 다양해서 꼭 배운 대로만 사람들이 신고하지 않는다. 자기가 알고 있는 지식을 소득세 신고 작성 원칙의 범위 안에서 최대한 활용해야만 한다. 물론 납세자의 측면에서 최대한 절세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적용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므로…….

자원봉사 첫날에는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좀 복잡한 신고유형이다 싶으면 얼른 직원에게 넘기기 일쑤였다. 이 날은 이렇게 정신없이 끝났으나 집에 와서 생각해 보니 이런 행동들은 진정한 의미의 자원봉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내가 회피했던 유형들에 대해 나름대로 공부를 하게 됐고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둘째날부터는 왠지 자신감이 생기고 오히려 이런 어려운 신고들을 도와 주는 것이 훨씬 뿌듯했다.

아무튼 이렇게 일주일간의 자원봉사가 끝나고 나니 나한테도 종합소득세법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명확해졌고 주민들의 고마워하는 모습들이 자꾸 떠올랐다. 외국에는 이러한 대학생의 자원봉사가 활발하다고 한다. 물론 국내에도 농활이나 장애인 자원봉사같은 프로그램은 있으나 이번과 같은 전문지식의 자원봉사는 처음 시행된 것으로 안다. 앞으로도 이러한 프로그램들이 계속 생겨나 우리들에게 이론교육을 실습하고, 사회에 대한 봉사정신을 키우는 학습장으로 활용됐으면 좋겠다. 지금도 신고서 작성을 도와 준 것에 대해 고마워하시던 할머니의 얼굴이 계속 머릿속에 떠오른다. 끝으로 이러한 계기를 만들어 준 서정우 교수님과 진병건 서장님, 그리고 우리를 도와 준 세무서 직원분들께 감사드린다.

〈이종화·국민대학교 회계학과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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