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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1.09.19. (일)

내국세

다단계업체 판매원 과세 논란…"국세청-무리한 과세, 심판원-전문성 저하"

국세청, 판매원 해외행사비용 사업소득으로 대량 과세 처분

조세심판원, 핵심쟁점 판단 않고 과세관청·납세자의견 단순 적시로 '재조사' 결정

 

회사가 주관한 해외행사프로그램에 참여한 다단계 판매원들을 대상으로 국세청이 행사비용이 사실상 사업소득에 해당한다고 봐 과세에 나섰으나, 조세심판원으로부터 무더기 재조사 결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사건의 재조사 결정만 6월말 현재 570여건에 달해 국세청이 무리하게 과세처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재조사 결정을 내린 조세심판원을 향해서는 과세관청과 납세자 양측 모두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데, 해외행사프로그램 소요경비에 대해 사업소득 여부를 판단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이에 대한 판단을 미뤄 사실상 심판원으로서의 기능을 다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발단은 서울지방국세청이 지난 2018년 7월부터 2019년 3월까지 한국암웨이를 상대로 법인세 통합조사를 실시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서울청은 한국암웨이가 2014년~2017년 중에 일정 자격을 갖춘 판매원들에게 제공한 특별여행프로그램의 소요경비가 소득세법상 원천징수대상인 사업소득에 해당한다고 보고 원천징수 세액 및 가산세를 부과하도록 과세자료를 해당 세무서장에게 통보했으며 이후 원천세 과세가 이뤄졌다. 이에 과세자료를 통보받은 나머지 세무서장들도 서울청과 앞서 해당세무서장의 처분 취지에 따라 종소세를 경정 고지했다.

 

과세결정서를 받아든 한국암웨이 판매원들은 국세청의 부당한 과세에 항변하며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으며, 조세심판원은 지난 6월 570여명의 판매원들이 제기한 심판청구 사건에 대해 일괄 재조사를 결정했다.

 

논란은 재조사 결정문에 담긴 주문이 청구인들의 심판청구 취지와 과세관청의 과세 취지를 단순 서술하는데 그치는 등 심판결정문의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는 점이다.

 

조세심판원이 공개한 재조사 결정문에서는 ⑴‘이 건 처분은 쟁점법인 해외프로그램의 운영실태, 경쟁 다단계판매업체와 비교할 때 쟁점법인의 프로그램이 판매원들에게 단순히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 ⑵‘청구인들의 개인별 소득금액이 적절히 산정됐는지 여부 등을 재조사해 2014년 귀속 종합소득세 과세표준 및 세액을 경정함’을 주문하고 있다.

 

⑵번 주문은 한국암웨이가 2014년 주관했던 해외행사프로그램 총 경비가 약 40억원에 달하는데 프로그램에 참가한 판매원들의 목적지가 유럽과 동남아 등지로 각각 달랐음에도 40억원을 N분해 과세한 것은 부적절하고, 경비 산입연도 또한 판매원들이 2014년 해외연수를 다녀왔음에도 2019년도 항공비와 호텔비용을 기준삼은 것을 지적한 것이다.

 

⑵번 주문만 놓고 보면 한국암웨이의 해외행사프로그램 소요경비가 판매원들의 사업소득에 귀속된다는 국세청의 주장에 손을 들어주는 것으로 보이지만, ⑴번 주문에선 해외행사프로그램이 사업소득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다시 과세관청이 재조사토록 하고 있다.

 

즉,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인 다단계 판매원들의 해외행사프로그램 경비가 ‘사업소득인지 아닌지’를 심판원 스스로 결정을 미룬 채, 과세관청이 다시 판단하고 세액 또한 경정결정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조세심판원 출신 모 세무사는 이번 재조사 결정 내용에 대해 무책임하며 심판원의 전문성이 얼마나 추락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 세무사는 “판매원들의 여행경비를 사업소득으로 봐 세액을 산출하기 위해선 ‘여행경비=사업소득’이 전제돼야 함에도, 이에 대한 결정을 미룬 채 산출세액을 계산하라는 것”이라며, “심판부의 재조사 심리를 거쳐 결정문이 나오기까지 과정을 볼 때 전문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질타했다.

 

과세관청 또한 이번 재조사 결정을 쉽게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국세청 모 관계자는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인 사업소득 여부에 대한 판단은 결정문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며 “과세관청 스스로 과세정당성을 다시 판단하라는 심판원의 결정은 쉽게 수긍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조세심판원은 오히려 별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심판원 한 관계자는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과세관청이 보다 신중하게 들여다 볼 것을 주문한 것”이라고만 언급했다.

 

한편, 조세심판원의 이번 재조사 결정을 포함해 국세청이 올 상반기 조세심판원으로부터 받아든 재조사 심판 사건은 약 700여건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00여건에 비해 7배 이상 폭증한 수치다.

 

더욱이 올 상반기 700여건의 재조사 결정 가운데 이번 한국암웨이 사건만 570여건에 달하는 등 징수·납세행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대량 병합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국세청이 안일하게 대처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실제로 국세청은 지난해 5월 지자체 소속 공무원 등이 수령한 포상금과 부상은 근로소득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종합소득세 부과에 나섰으나, 이에 반발한 지자체 공무원들이 집단적으로 심판청구를 제기하는 등 단일 쟁점사건으로는 기록적인 5천여건의 심판청구가 접수됐다.

 

결과적으로 기획재정부 유권해석을 근거로 지자체 소속 직원이 수령한 포상금은 비과세되는 기타소득으로 봐야 한다는 인용 결정이 내려짐에 따라, 호기롭게 지자체 공무원 포상금에 세금을 부과하려던 국세청은 부실과세라는 비난에 직면해야 했다.

 

이번 다단계업체 판매원들의 해외행사비용에 대한 사업소득 세금 부과의 경우 또한 ‘재조사 결정’으로 인해 사실상 과세 논지가 깨졌다는 지적으로, 국세청 내부적으로는 ‘사실관계 확인 부족으로 심판 재조사 결정이 급증하는 등 과세근거 확보를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일선관서에 공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심판사건을 대리수행했던 A세무대리인은 “합당한 과세였다면, 재조사가 아닌 기각결정이 내려지지 않았겠냐”고 반문하는 등 국세청의 무리한 과세 행태를 지적했다.

 

무리한 세법 적용으로 과세에 나선 국세청과 무책임으로 일관한 조세심판원의 이번 재조사 결정으로 인해 결국 다수의 납세자만 피해를 입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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