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경제대국 중국시장의 움직임에 예민하게 반응하던 미국 증시가 최근 들어 이에 무덤덤한 모습을 보여 중국-미국 '디커플링(탈동조화)'이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일 CNN머니와 CNBC 등은 최근 들어 미국 시장이 중국발(發) 악재와 호재와 상관없이 움직임에 따라 투자자들이 더 이상 중국의 경제적 변화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지난 1일 중국 통계국이 2월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를 전월(49.4)보다 하락한 49.0을 기록했다고 발표했음에도 다음 날 미국 뉴욕증시는 오히려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앞서 중국 인민은행(PBOC)이 은행 지급준비율을 0.5% 인하한다고 밝혔지만, 29일 미국 뉴욕증시는 소폭 하락했다.
미국 뉴욕증시가 중국발 악재에도 선방하고 호재에도 시큰둥한 모습을 보이면서 미국증시와 중국증시의 동조화가 약해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켄쇼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4% 이상 하락하면,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다음 거래일에 평균 1% 하락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같은 상황에서 S&P500은 0.6% 내리는 데 그쳤다.
경제전문가들은 미국 시장이 중국경제의 변동에도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중국 정부의 '소통 개선'을 꼽았다.
CNBC는 지난달 26, 27일 이틀간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저우샤오촨(周小川) 중국인민은행 총재가 중국 위안화 절하 관련 우려를 떨쳐 내기 위해 고군분투한 것이 투자자들에게 믿음을 심어줬다고 분석했다.
TD증권의 리처드 켈리 글로벌자산 대표는 "투자자들이 이전보다 중국 당국을 신뢰하고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잭 루 미국 재무장관도 G20 회의를 마친 뒤 "위안화 절하 리스크가 매우 축소됐다"고 낙관했다.
또 중국 당국에 대한 신뢰 개선으로 중국 정부가 경제부진을 막기 위해 경기부양책을 실시할 것이라는 기대도 미국 증시에 호재로 작용했다.
코메르츠뱅크의 사이만 퀴자노-에반스 신흥시장 대표는 "중국 인민은행이 경제붕괴를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려고 할 것이라는 신뢰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웰스파고의 사미르 사마나 글로벌시장 전략가는 "중국의 경제지표 부진은 중국중앙은행이 경기부양책을 실시할 가능성을 높인다"며 "심지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인상 계획을 늦출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중국 당국에 대한 신뢰가 오래가지 못할 수 있다는 비관론도 나오고 있다.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중국의 경제지표가 이른 시일 안에 개선되지 않는다면 중국 정부가 필요한 경기부양책을 실시하고 이를 유지하는 데 실패했다는 우려가 다시 나올 것으로 분석했다.
한편 CNN머니는 금융기업 슈왑의 분석을 인용해 미국-중국 디커플링은 중국 당국에 대한 신뢰 개선 뿐만 아니라 미국 투자자들이 중국시장보다 미국 경제상황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슈왑의 리즈 앤 손더스 수석투자전략가는 "최근 미국 펀더멘털(기초 경제여력)이 크게 개선됐다"며 "투자자들이 중국 시장의 사소한 움직임보다 미국 펀더멘털로 시선을 다시 돌리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미 중국 "최악의 시나리오"가 미국 증시에 이미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이 6.9%를 기록했다고 밝혔지만, 당시 투자자들은 이를 믿지 못하고 실제 경제성장률이 더 낮다고 판단하면서 미국 증시를 필요 이상으로 끌어내렸다는 뜻이다.
손더스 전략가는 "중국과 미국 시장 간의 상관관계는 연초 증시폭락과 함께 부서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