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검장·지검장 등 검찰 출신 변호사들이 선임신고서를 제출하지 않고 사건을 수임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커지고 있다.
현행 변호사법 제29조의2에 따르면 법원이나 수사기관에 선임서나 위임장 등을 제출하지 않은 변호사는 재판 중인 사건이나 수사(내사) 중인 형사사건의 변호 활동을 금지하고 있다. 변호사들은 변호인선임서 또는 위임장 등을 제출할 때 지방변호사회를 경유해 제출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대한변호사협회(회장 하창우)가 검찰 출신 변호사들의 이른바 '전관비리'를 척결하겠다며 강력 대응에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고검장에 이어 지검장 출신 변호사, 잇따라 선임계 미제출 '적발'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조윤리협의회는 지난 14일 서울 지역 지검장을 지낸 임모 변호사에 대해 대한변협에 징계를 신청했다. 임 변호사는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고 형사 사건 및 내사 중인 사건 등 5건을 변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21일 고검장 출신 최모 변호사도 선임신고서를 내지 않고 사건을 수임한 것으로 드러났다. 내년 4월 총선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는 최 변호사는 지난해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중인 사건 등 7건을 수임하면서 변호사 선임계를 내지 않아 법조윤리협의회에 적발됐다.
더욱이 최 변호사가 선임계를 내지 않은 채 김 대표의 사위인 이씨의 마약사건 변호를 맡은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최 변호사는 이씨가 기소되기 직전 사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변협은 최 변호사와 함께 임 변호사에게도 사건 수임 경위와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은 이유 등에 대한 경위서를 30일까지 내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대한변협은 조사위원회 조사를 거친 후 문제가 확인될 경우 징계위원회에 징계 개시를 청구할 예정이다.
◇대한변협, 검찰 출신 변호사 등 '전관비리' 척결 의지
대한변협은 이처럼 변호인선임서 없이 사건을 수임한 검찰 출신 변호사들이 잇따라 드러나자 강력을 걸고 나섰다.
대한변협은 22일 성명을 통해 "변호인선임서를 제출하지 않고 변론하는 이른바 '몰래 변론'은 전관비리의 전형적 형태"라며 "몰래 변론이 성행하는 것은 현직 검사들의 묵인, 즉 현관의 전관에 대한 예우가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대한변협은 이어 "몰래 변론은 변호사법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수임의 흔적을 남기지 않아 대부분 조세포탈로 이어지는 범죄행위라는 점에서 척결이 시급하다"며 "검사는 몰래 변론을 거부하고 대검찰청 감찰위원회에 신고해야 하며, 신고를 받은 대검찰청 감찰위원회는 대한변협에 통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변협은 이같은 맥락에서 전관비리 척결을 위한 대책도 적극 제시했다.
대한변협의 대책 중 하나는 '전관비리신고센터' 개설이다. 오는 10월 열릴 신고센터를 통해 전관비리에 대한 신고를 활성화하고 전관 변호사의 비리 행위를 집중 조사하겠다는 목적이다.
변호인선임서 없는 변론행위에 대한 현행 변호사법의 개정도 추진한다.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제재를 징역형 또는 벌금형의 형사 처벌로 개정한다는 내용이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변호인선임서를 내지 않는다는 것은 비리·범죄 행위와 동일한 의미로 상응하는 처벌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대한변협은 또 전관 변호사가 변호인선임서 없이 변론한 사건에 대해 소득신고 자료를 제출하지 못할 경우 탈세 혐의가 있다고 보고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또 이를 묵인한 사건 담당 검사에 대해서는 대검찰청 감찰위원회에 신고함으로써 감찰을 요구할 예정이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사법부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전관비리 척결"이라며 "이같은 대책을 통해 몰래 변론, 전화 변론 등 전·현직과의 유착 행태를 바로 잡는 것은 사법부 신뢰 회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