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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6.23. (월)

내국세

[연재]국세청 울타리 벗어나 첫 발 내딛다

-'나는 평생 세금쟁이'- (63)

세금쟁이 후반전 첫발을 내딛으며

 

 

 

“주님! 제발 제 목에 힘 좀 빼주세요.”

 

 

 

그렇게 해서 세금쟁이 현직 생활을 청산하고 서울로 올라온 필자는 그날 저녁 아내와 아들, 딸과 넷이서 모처럼 홀가분하게 집 근처 식당에서 저녁을 함께 하면서
“지금까지 이 아빠는 나와 우리 식구들만을 위해서 살아 왔는데 앞으로는 정말 어렵고 소외된 이웃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삶을 살고 싶구나”라고 내 마음의 결심을 그들에게 진솔하게 들려 주었다.

 

“또 그동안은 국세청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별 어려움 없이 살아 왔지만, 이제는 그 어느 누구의 도움도 없이 홀로 살아가야만 한단다. 그러니 너희들도 이 아빠의 도움 없이 홀로 서도록 하여라”라고 덧붙였다.

 

그렇게 해서 그날 밤과 그 다음날인 2004년 마지막 날을 흘러 보낸 다음날 새해 아침 일찍 필자는 아내와 함께 강원도 산골에 있는 어느 기도원으로 향했다.

 

내 후반전의 삶을 내가 믿고 있는 하나님께 아뢰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주님! 지금껏 저를 지켜주신 은혜는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한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꼭 들어주셔야 합니다. 그것은 다름아닌 제 목에 힘이 너무 들어가 있습니다. 제발 그 힘 좀 빼 주십시오. 오랜 공직생활을 해서인지는 몰라도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 있는데 제발 부탁드립니다. 아무리 빼려고 노력해도 빠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다시 한번 아룁니다. 도와주십시오. 아멘.”

 

3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기도원을 내려 오면서 함께 동행했던 아내가 내게 물었다.

 

“당신. 기도원에서 무슨 내용으로 기도했어요? 설마 돈 많이 벌게 해 달라는 기도는 아니겠죠? 나는 당신의 건강과 또 무엇보다 우리 가정을 지켜 달라고 기도했어요.”

 

기도원을 내려오면서 그동안 꺼놓았던 휴대폰을 열어 보았더니 며칠 전 필자를 찾아왔던 임향순 선배님으로부터 날라온 메시지로 불이 날 지경이었다.

 

“조 청장! 어찌 된 거요? 세무사회에서 연초부터 실시하고 있는 한달간의 세무사 수습교육에 참석해야만 이번 세무사회장 선거에 러닝메이트 부회장으로 출마가 가능한데…. 지금 대체 어디요?”

 

필자는 할 수 없이 그 선배님에게 문자를 보냈다.

 

“임 선배님! 아무래도 이번에는 어렵겠습니다. 다른 분을 물색해 보십시오. 제가 지금 기도원에 와 있습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그리고 옆에 있는 아내에게도 그 이야기를 들려 주었더니 당분간 우리 식구들끼리만의 시간을 갖자고 제안해 왔다.

 

그러고 보니 식구들에게 참으로 미안스러웠다. 그래서 단 며칠만이라도 식구들과 함께 하기로 굳게 마음먹었다.

 

 

 

조용근 이사장은 사회 각계각층으로부터 쏟아지는 강의요청 때문에 본업(本業)을 뒤로하고 강단에 서는 경우가 많다. (사진은 육군 백골부대 초청교육 모습)

그 즈음에 현직에 있을 때 알고 지내던 법무법인과 회계법인을 함께 운영하고 있는 후배로부터 나를 회장으로 모시고 싶다는 제안이 왔다.

 

며칠간 말미를 달라고 해놓고 집에서 쉬어 보니 좀이 쑤셔 그냥 있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아내를 설득시켜 회장 취임을 승낙하고 1월 마지막주 어느 날 저녁에 취임식을 가지게 되었다.

 

그런데 당시 이용섭 국세청장께서 이 소식을 들으시고 몇몇 국세청 간부들을 대동하고 직접 취임식 행사에 참석해 주셨으며 마칠 때까지 몇 시간 동안 행사장을 지켜 주셨다.

 

 

 

특히 축사까지 해 주시면서 국세청 내에서 보기 드물게 마당발이 아닌 운동장 발이라고까지 나를 치켜세워 주셨다. 그러시면서 국세청에서도 힘 닿는 데까지 필자를 도와 주시겠다고까지 공공연하게 말씀해주셨다.

 

그 때 참석한 많은 동료, 후배들도 꽤나 놀라는 분위기였다. 현직 국세청장의 신분으로 공공연하게 그렇게 말씀하신 이유를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니 아마도 당시 국세청 고위직들의 명예퇴임과 관련하여 필자는 미리 알아서 스스로 명퇴 신청을 해 준 것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어쨌든 필자는 그렇게 해서 후반전 첫발을 내딛게 되었다. 

 

“이용섭 의원님! 건강히 잘 계시죠? 그 때 그 은혜는 아직도 잊지 않고 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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