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전의 역사를 새로 쓴 여자축구대표팀 공격수 전가을(27·인천현대제철)의 프리킥 골에 울리 슈틸리케(61·독일) 남자축구대표팀 감독도 깜짝 놀랐다.
4일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남자 선수단은 호텔에 모여 이날 중국 우한의 우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여자 선수들의 한일전을 지켜봤다. 당장 하루 뒤 일본과의 격돌을 앞두고 있어 직접 경기장을 찾지는 못했다.
경기를 보는 것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TV 채널을 여러 차례 바꿔도 한국과 일본의 여자축구를 중계하는 채널은 없었다.
선수들이 낸 묘안은 식당에 모여 휴대폰을 이용해 중계를 보는 것. 다행스럽게도 스마트 폰으로는 경기 시청이 가능했다. 마침 예정됐던 저녁 식사 시간이 다가와 선수들은 한 자리에 모일 수 있었다.
식사를 하며 경기를 지켜보던 선수단이 들썩 거린 것은 후반 추가시간. 전가을이 그림같은 프리킥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여기저기서 환호가 터졌다.
슈틸리케 감독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슈틸리케 감독이 식사를 하던 테이블에는 휴대폰으로 경기를 보는 사람이 없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두 번째 골이 터졌다는 소식에 부리나케 휴대폰 중계가 켜진 테이블로 발걸음을 옮겼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슈틸리케 감독이 두 골 모두 매우 좋은 골이라며 기뻐하셨다"면서 "카를로스 아르모아 코치는 조리장의 모자를 빌려 '대한민국'을 외치고 춤까지 췄다"고 전했다.
평소와 다를 바 없던 슈틸리케호의 저녁 식사는 여자대표팀 덕분에 축제의 장으로 변했다. 오는 5일 한일전을 치르는 슈틸리케호가 승리의 기운을 받은 것은 물론이다.
주장 김영권(25·광저우 에버그란데)은 "너무 기쁘다. 첫 번째 골을 넣었을 때 심서연 선수의 유니폼을 들고 세레모니를 하는 영상을 봤는데 호주 아시안컵때 (이)청용이형하고 (구)자철이형이 부상으로 도중에 돌아갔던 것이 생각났다"고 전했다.
김영권은 "결승전에 청용이형과 자철이형의 유니폼을 라커룸에 걸고 함께한다는 생각으로 뛰었는데 이런 동료애가 있을 때 팀 안에서 더 큰 힘이 나는것 같다"면서 "심서연 선수가 빠져서 전력적으로 힘들었겠지만 심서연 선수를 생각하는 선수들의 정신력이 오늘의 승리를 가져온 것 같다"고 관전평을 내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