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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적 메카니즘'-전군표 선고공판 판결문 [전문]

재판부 "심리적 메카니즘이 발현했다" 등 표현 이례적

전군표 전국세청장 인사청탁 관련 뇌물수수혐의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재판부(부산지법 형사5부 고종주 부장판사)는 판결문에서 "국세행정 최고책임자의 위치에서 금품을 받은 행위는 지탄받아 마땅하다"면서 "그러나 피고가 오랫동안 국세행정에 봉직해 온 점등을 양형에 참고 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인이 '공소내용을 인정하지 않고 계속 무혐의를 주장하는 행위'에 대해 질책을 곁들였다.  

 

재판부는 특히 "어떠한 생각으로 정상곤으로부터 이 사건 돈을 받았는지는 우리는 잘 알 수 없다"면서  "피고인은 변호인을 통하여 제출한 자료에서 이 사건 재판의 결과는 피고인의 명운이 달려 있을 뿐 아니라 국세청과 이나라의 명예가 달려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사건은 단지 피고인과 정상곤 두 사람 사이에 있었던 금품수수 사실에 관한 법적 판단으로서, 피고인에게는 크나큰 고통이 따르겠지만. 이 사건을 통하여 내부적인 상납관행 등 조직 내의 무슨 비리 등을 증거에 의하여 확인한 바 없는 이상, 이 사건과 국세청 및 그 소속 직원 18,000명의 명예와는 하등의 상관이 없으며, 더욱이 이 나라의 명예를 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고 꾸짖었다.

 

재판부는 이어  "굳이 상관이 있다면, 두 사람 때문에 이 나라에서 대단히 중요한 당해 관직의 이름이 잠시 구설수에 올랐다는 것뿐이다. 오히려 이 사건을 거울삼아 국세청 공무원들을 비롯한 전국의 공무원들은 그 지위의 높고 낮음을 떠나 각자 청렴한 자세로 국민들로부터 위임받은 공무를 명예롭고 엄정하게 수행하리라는 심기일전과 자기쇄신의 기회가 될 수 있으리라고 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오랜 기간을 공직에 명예롭게 근무하면서 정상까지 오른 두 사람이 객관적인 사실에 관하여 서로 주장이 전혀 다른 점을 두고 우리는 그간 대단히 혼란스러웠고 이점에 당혹하였다. 정상곤의 말이 사실이라면, 피고인은 왜 사실을 부인하는가, 그리고 피고인의 말이 맞다면 정상곤 청장은 왜 없는 사실을 지어내어 조직의 수장을 모해하는가. 하는 이와 같은 의문이 끝까지 우리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혔다. 정상곤 청장의 진술이 사실에 부합한다는 결론을 내린 지금, 그렇다면 피고인은 왜 그토록 확신에 찬 태도로 상대방을 비난하며 이 사건 공소사실을 끝까지 부인하고 있는가"고 반문하면서 "이 사건 공소사실은 국세청장인 피고인이 인사문제와 관련하여 지방청장으로부터 8,000만원에 달하는 금품을 받았다는 것이다. 갑자기 세상에 드러난 명예롭지 못한 이 사실은, 30년이라는 오랜 세월에 걸쳐 성실하게 공직에 근무하면서 그 능력이 검증되어 이윽고 정무직공무원에 오른 피고인으로서는 이를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바로 이 점에서 전문가들이 말하는 이른바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라는 심리적 메카니즘이 발현하고 피고인은 어떤 방법으로든 이를 해결하여야 할 필요성이 있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그리하여 피고인은 자신의 지위와 명예를 보호하기 위하여 강력한 자기방어기제가 발동함으로써 과거의 기억이 왜곡되고, 이는 확신으로 무장되어, 자신이 사실과 다른 진술을 한다는 점을 의식하지도 못한 채, 놀라울 정도의 열정으로 공소사실을 적극적으로 부인하는 한편, 문제된 사실과 관련한 잘못을 제3자에게 투사 또는 전가하는 방법으로 당면한 위기를 피해가고자 하였다는 설명이 가능하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전군표 결심공판 판결문<전문>-

 

 

 

재판부의 판단
◦ 뇌물죄에 있어서 수뢰자로 지목되는 피고인이 수뢰사실을 시종일관 부인하고 있고, 이를 뒷받침할 금융자료 등 물증이 없는 경우에 중뢰자의 진술만으로 유죄를 인정하기 위하여는 중뢰자의 진술이 증거능력이 있어야 함은 물론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만한 신빙성이 있어야 하고, 신빙성이 있는지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전술내용 자체의 합리성, 객관적 상당성, 전후의 일관성 등 뿐만 아니라 그 외 인간됨, 그 진술로 얻게 되는 이해관계의 유무 등도 아울러 살펴보아야 한다(대법원 2007.6.14 선고 2007도2178 판결참조)는 것이 확립된 법리임.
◦ 위와 같은 법리에 따라 재판부는 1,000여 페이지에 달하는 공판기록과 2,000여 페이지가 넘는 수사기록을 면밀히 검토한 후, 검찰이 제시한 증거 중 증거능력이 없는 증거를 배제하고, 증거능력이 부여되었다 하더라도 증명력이 약하다고 판단되는 증거도 가능한제외하는 한편,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 중 최대한 객관적인 증거만을 취사선택하여 숙고에 숙고를 거듭하면서 다각도로 정상곤 진술의 신빙성을 검토하였음.
◦그리하여  정상곤이 뇌물공여 진술을 하게 된 경위  정상곤 진술의 구체성 및 일관성 유무와 그 진술이 경험칙에 부합하는지의 여부 및 진술의 태도  정상곤이 30년 지기이자 현재의 상사인 피고인을 모해할 이유와 정황이 있는 지의 여부 구금을 전후한 피고인의 진술 태도와 그 주장 내용 등을 종합하여 검토한 결과, 재판부는 전원이 일치하여 정상곤의 진술이 신빙성이 있고 사실에 부합한다고 판단하고, 이로써 피고인의 유죄를 확신하게 되었음. 그러나. 기록상 많은 객관적 증거를 정상곤의 진술이 옳고 피고인의 주장이 틀렸음을 적시하고 있음에도 피고인이 공판과정 내내 자신의 결백을 강력하게 주장하면서 억울함을 거듭 호소하고 탄원하는 태도를 보면서, 과연 진실이 아닌데도 저렇게까지 부인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여 보기로 하였음, 유죄임을 재차 확인하고나서 피고인이 그와 같이 대응하는 태도를 이해하기 위하여 거짓 진술자의 심리상태에 관한 최근 자료를 찾아보기도 하는 등 신중을 기하여 최종 판결에 이르게 되었음.

 

양형의 이유
◦ 국가세정업무의 최고책임자인 피고인이 부하직원으로부터 인사와 관련하여 수회에 걸쳐 금품을 수수한 것은 명백한 뇌물이며, 권한에 책임이 따르는 점을 감안하면, 그 권한이 큰 만큼 그 책임 또한 크다고 아니할 수 없고, 그 점에서 또한 비난가능성도 크다고 할 수 밖에 없다. 또, 피고인이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지 아니하고, 온갖 사유를 들어 적극적인 변명으로 일관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을 실망시킨 사정도 양형에 불리한 요소임.
◦ 다만, 관련 법률의 해당조항을 보면, 5,000만 원 이상의 뇌물을 수수한 경우에는 7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음, 다만, 피고인이 그간의 공직근무를 통하여 국가에 기여한 점,  문제된 금품이 내부인사로부터 교부된 것인 점, 수뢰 후 부정처사가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를 감경할 사유가 있다고 판단되므로, 법정형을 그 절반으로 줄여 최하한으로 정함. 피고인이 범행을 부인하는 사정이 있기는 하나 피고인에 대한 위 처단형만으로도 이미 범죄사실에 상응한 중한 형으로 여겨지므로, 그 점을 들어 형을 가중하지 아니함.

 


결론
이상과 같은 피고인과 정상곤의 주장과 태도 및 주변정황 등 공판정에 제출된 증거능력과 증명력을 갖춘 양측의 모든 자료를 엄밀한 증거판단과 논증을 거쳐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 다음 유무죄 판단의 천칭을 저울 위에 올려놓고 과연 그 무게가 어느 쪽으로 기우는지 면밀히 관찰하였다. 이제 결론을 말한다면, 우리는 이 사건에 관하여 진실을 말하지 않는 쪽은 정상곤이 아니라 피고인이라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그리고 피고인과 변호인들이 이 사건 재판과정에서 제출한 모든 주장과 이를 뒷받침하는 많은 양의 증거와 자료는 그 자체만으로는 나름대로의 근거와 이유를 구비한 것이라고 볼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중요부분에 관한 정상곤의 확고부동한 진술에 비추어 이를 평가하면, 이는 자기정당화의 변명에 불과할 뿐 범죄사실의 인정에서 유념하여야 할 합리적인 의심의 범위에 드는 것이라고 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결국 이 사건 공소사실은 모두 그 증명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와 견해를 달리하는 피고인과 변호인들의 주장은 이를 모두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양형의 이유
1. 피고인이 당시 어떠한 생각으로 정상곤으로부터 이 사건 돈을 받았는지는 우리는 잘 알 수 없다. 그러나 인사권을 보유한 국세청장이 인사권 행사의 대상인 부하직원으로부터 금품을 수령한 것은 명백한 뇌물이며, 권한에 책임이 따르는 점을 감안하면, 그 권한이 큰 만큼 그 책임 또한 크다고 아니할 수 없다. 국가세정업무의 최고 책임자로서 이러한 일로 국민과 조직원의 신뢰와 기대를 저버렸다는 점에서 비난가능성 또한 크다고 할 수 밖에 없다. 피고인은 변호인을 통하여 제출한 자료에서 이 사건 재판의 결과는 피고인의 명운이 달려 있을 뿐 아니라 국세청과 이나라의 명예가 달려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사건은 단지 피고인과 정상곤 두 사람 사이에 있었던 금품수수 사실에 관한 법적 판단으로서, 피고인에게는 크나큰 고통이 따르겠지만. 이 사건을 통하여 내부적인 상납관행 등 조직 내의 무슨 비리 등을 증거에 의하여 확인한 바 없는 이상, 이 사건과 국세청 및 그 소속 직원 18,000명의 명예와는 하등의 상관이 없으며, 더욱이 이 나라의 명예를 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굳이 상관이 있다면, 두 사람 때문에 이 나라에서 대단히 중요한 당해 관직의 이름이 잠시 구설수에 올랐다는 것뿐이다. 오히려 이 사건을 거울삼아 국세청 공무원들을 비롯한 전국의 공무원들은 그 지위의 높고 낮음을 떠나 각자 청렴한 자세로 국민들로부터 위임받은 공무를 명예롭고 엄정하게 수행하리라는 심기일전과 자기쇄신의 기회가 될 수 있으리라고 본다.
2. 오랜 기간을 공직에 명예롭게 근무하면서 정상까지 오른 두 사람이 객관적인 사실에 관하여 서로 주장이 전혀 다른 점을 두고 우리는 그간 대단히 혼란스러웠고 이점에 당혹하였다. 정상곤 청장의 말이 사실이라면, 피고인은 왜 사실을 부인하는가, 그리고 피고인이 말이 맞다면 정상곤 청장은 왜 없는 사실을 지어내어 조직의 수장을 모해하는가. 하는 이와 같은 의문이 끝까지 우리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혔다. 정상곤 청장의 진술이 사실에 부합한다는 결론을 내린 지금, 그렇다면 피고인은 왜 그토록 확신에 찬 태도로 상대방을 비난하며 이 사건 공소사실을 끝까지 부인하고 있는가 하는 점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숙고 끝에 우리가 도달한 해석은 다음과 같다. 이 사건 공소사실은 국세청장인 피고인이 인사문제와 관련하여 지방청장으로부터 8,000만원에 달하는 금품을 받았다는 것이다. 갑자기 세상에 드러난 명예롭지 못한 이 사실은, 30년이라는 오랜 세월에 걸쳐 성실하게 공직에 근무하면서 그 능력이 검증되어 이윽고 정무직공무원에 오른 피고인으로서는 이를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바로 이 점에서 전문가들이 말하는 이른바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라는 심리적 메카니즘이 발현하고 피고인은 어떤 방법으로든 이를 해결하여야 할 필요성이 있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그리하여 피고인은 자신의 지위와 명예를 보호하기 위하여 강력한 자기방어기제가 발동함으로써 과거의 기억이 왜곡되고, 이는 확신으로 무장되어, 자신이 사실과 다른 진술을 한다는 점을 의식하지도 못한 채, 놀라울 정도의 열정으로 공소사실을 적극적으로 부인하는 한편, 문제된 사실과 관련한 잘못을 제3자에게 투사 또는 전가하는 방법으로 당면한 위기를 피해가고자 하였다는 설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심리적 상태를 어느 철학자는 다음과 같은 짧은 몇 마디로 요약하였다. <내 기억이 ‘내가 그것을 했다’라고 말한다, 내 자존심은‘내가 그것을 했을 리가 없다’라고 말하며 요지부동이다. 결국 기억이 자존심에 굴복한다.>이와 같은 우리의 이해방식이 옳다면, 피고인은 이 사건 공소사실의 부인으로서 당장은 분명히 얻는 것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재판에 관여한 법관들의 추단에 불과할 뿐 피고인의 진정한 속 마음은 아직도 알 길이 없다.
3. 사람은 살아가면서 누구나 때로 크고 작은 실수를 저지른다. 우리는 신이 아니라 연약한 인간이기 때문에 이 점은 어쩔 도리가 없다. 이때 우리가 만약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게 되면 우리는 그 실수를 딛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러나. 끝내 실수를 인정하지 아니하면 우리는 영원히 그 실수한 지점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진실은 불편하더라도 우리는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진실고백의 위험을 무릅쓰는 것은 잠시 설 땅을 잃는 것이지만, 그 위험을 회피하는 것은 자기 자신을 잃는 것이다. 피고인이 끝내 사실을 인정하지 아니하는 그 속사정을 일면 이해하면서도 이 점에서 우리는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4. 이 사건 공소사실이 증명된 이상 피고인은 이에 상응한 벌을 면할 수없다. 관련법률의 해당조항을 보면, 5,000만 원 이상의 뇌물을 수수한 경우에는 7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피고인이 그간의 공직근무를 통하여 국가에 기여한점, 문제된 금품이 내부인사로부터 교부된 것인 점, 수뢰후 부정처사가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그 형을 감경할 사유가 있다고 판단되므로, 법률에 규정된형을 그 절반으로 줄여 최하한의 형으로 하되,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지 아니하고, 온갖 사유를 들어 적극적인 변명으로 일관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을 실망시킨 사정이 있기는 하나 위 처단형만으로도 이미 범죄사실에 합당한 중한 형으로 여겨지므로 특별히 이에 가중을 하지 않기로 한다. 사건에 대한 조사가 시작되기 전 자수서를 작성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피고인은 그렇게 하지 않음으로써 더 좋은 선물을 받을 수 있는 특전을 놓쳤다. 이상과 같은 제반 사정과 그밖에 공판과정에 나타난 피고인의 연령, 성행, 범행의 수단과 결과, 범행 후 정황 등 이 사건의 양형의 자료가 되는 모든 사정을 참작하여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에 대한 형을 주문과 같이 정하여 선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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