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검색

구독하기 2025.04.22. (화)

[기획연재 세관야화-20]탈 많았던 해외여행 자유화

사치·바가지쇼핑 국내외 `눈살'


봇물처럼 터지기 시작한 `해외여행 자유화' 바람은 나라 전체적으로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또 이 시기부터 대규모 국제회의도 자주 열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준비되지 않은 채 급증한 해외여행 러시는 부작용과 폐단도 동시에 발생시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지금도 회자되는 얘기지만 해외여행시 호텔 로비를 점령하고 앉아서 고성방가로 떠들거나 샤워시설을 이용할 줄 몰라 카펫을 깐 객실을 물바다로 만드는 등의 소동을 빚어 국가적 망신 사례가 자주 언론지상을 장식했다.

또 해외여행을 구실 삼아 불법 수출입행위도 증가했는데 당시 관세청 집계를 보면 해외여행을 하고 입국하다가 세관에 적발된 밀수는 줄었으나 보석·시계 등 고가 사치성 물품의 밀수가 급격히 증가해 금액은 오히려 늘어 관계자들을 당황케 했다.

당시 세관을 더욱 긴장시켰던 것은 해외여행자들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당연시 여기는 쇼핑행위가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었던 것. 실례로 국제선으로 들어와 통관을 기다리는 여행객들의 즐비한 짐꾸러미를 보면 그들의 여행목적이 무엇인지 의문을 갖기에 충분했다.

해외여행 나들이로 가족과 직장 동료들에게 마음의 표시로 준비해 온 선물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겠지만 한 살림을 차리고도 남음직한 생활용품을 산더미처럼 구입해 들여오는 한심한 여행객도 심심찮게 발견됐다.

국내에서 보세·가공한 의류·가전제품·신변용품·취사용품 등을 국내가격보다 몇 배나 더 주고 해외에서 구입해 자기 힘에 부치도록 많은 짐을 가지고 와 공항에서 세관검사를 받는다고 땀을 뻘뻘 흘리며 잘 봐달라고 하는 모습은 당시 TV뉴스 단골 메뉴였다.

사실 80년대초 해외여행이 붐을 이루면서 외국의 유명 백화점이나 가전제품, 면세점, 홍콩 의류점, 보석상, 안경점, 일본 도쿄의 가전제품 판매거리에 가면 외국제품을 너무 선호하는 한국사람들의 모습이 많이 눈에 띄었다.

해외여행 자유화이후 20년이 지난 지금 여행객들의 모습도 많이 바뀌었다. 모든 시기적 상황이 준비할 시간적 여유도 없이 숨가쁘게 돌아갔던 것이 큰 이유 가운데 하나겠지만 억눌린 그 시대의 또다른 단면일 것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배너



배너